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고자 하는 여성들의 특별한 연대가 관객들을 찾는다.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GC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이공삼칠(감독 모홍진)’ 언론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간담회에는 모홍진 감독, 홍예지, 김지영, 김미화, 황석정, 신은정, 전소민, 윤미경이 참석했다.
‘이공삼칠’은 열아홉 소녀에게 일어난 믿기 힘든 현실, 그리고 다시 일어설 희망을 주고 싶은 감방 동기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다. 모홍진 감독은 "작은 고민에서부터 시작했다. 코로나도 마찬가지지만 우리가 원해서 불행하고 아픈건 아니지 않나. 그런 가운데서 사회가 갖고있는 하나의 문제를 이야기에 담아서 불행에 저항해보고 행복을 복원해보고 희망을 가져보자는 취지에서 가볍게 만들었다"고 영화를 기획한 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가벼운 시작이었는데 이렇게 무겁게 끝난 것 같다. ‘널 기다리며’ 때는 힘들고 이런자리 도망치고 싶었는데 오늘은 마음가짐이 사뭇 달라졌다. 저희 영화에 배우, 스태프 노고가 고스란히 담겨져있어서 그냥 소멸되지 않게 간곡하게 부탁드리고 싶어서 작은 응원이라도 부탁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용기냈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공삼칠'에는 신예 홍예지부터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함께했다. 모홍진 감독은 "역할에 적확하고 연기를 잘하시는 분들께 프러포즈를 했다. 홍예지, 윤미경 배우는 오디션 통해 함께하게 됐고, 전소민 배우는 말 그대로 복덩이가 굴러들어왔다. 스스로 찾아와서 하고싶다고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방송된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48'를 통해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렸던 홍예지는 '이공삼칠'에서 한 순간에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교도소에 수감된 윤영 역할로 연기자 데뷔를 치르게됐다. 데뷔작부터 주연으로서 극을 이끌게 된 그는 "데뷔 작을 대선배님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 연기를 배운지 얼마 안돼서 선배님들이 지도하고 조언해주셔서 연기공부에 많은 도움 됐다. 작품 찍을때도 많이 발전할 수 있었다. 옆에서 웃게도 해주시고 감정도 잘 잡게 해주셔서 잘 촬영을 마쳤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수어 연기에 대해서는 "(김)지영선배와 함께 수어 선생님께 배웠다. 처음 배우는 거라 수어를 주로 사용하시는 장애인 분들이 제 수어를 보고 혹시 불편함을 겪으시진 않을까 조심스러웠고, 조심스러운 만큼 열심히 연습했다. 짧아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지영선배님과 함께 열심히 연습했다"고 노력을 밝혔다.
김지영은 청각장애를 가진 윤영의 엄마 경숙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그는 "너무 울기만 한것 같아서 민망하긴 하지만 감독님, 작가님의 작품이 울수밖에 없게 만든다. 매번 울때마다 마음이 무겁고 괴로웠는데 지금 작품을 보고 나니 그때 힘들었던 것들이 보상받는 느낌이 든다. 마지막에 예쁘게 마무리 된것같은 느낌이 들어서 마음이 좋다"며 "수어 연기가 어렵더라. 예지랑 배웠는데, 굉장히 어려웠고 농인들의 마음을 느낄수 있어서 좋은 수업이었다"고 말했다.
자식을 잃고 가해자 집에 방화를 저지른 전직 교사 출신의 방장 순제 역의 김미화는 "대본 받았을때부터 대본 자체가 너무 좋았다. 들어온 역할 자체도 제가 이때까지 한것중에서는 최고로 큰 역이었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배우분들도 워낙 훌륭하고 여자 배우가 이렇게 많이 나오는 작품 잘 없지 않나. 너무 행복하게 잘했다. 너무 재밌었고, 감독님 공이 크다. 감독님이 작품에 애정이 많으시다. 말씀 한마디 한마디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고 신나하시더라. 저희도 덩달아 신나서 전 스태프가 행복하게. 누구하나 모난사람 없이 정말 행복하게 촬영한 현장이었다. 너무 재밌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전직 포주이자 교도소의 핵인싸 리라 역의 황석정은 "제가 집에 TV도 없고 영화를 많이 찍었지만 시사회에서 제 연기를 잘 안본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맞닥뜨려서 다 봤다. 가장 기뻤던건, 여기 내 동료들 다 너무나 열심히 서로를 도와가며 찍었는데 이 동료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다 빛났던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 저는 잘 안운다. 감정적이지 않다. 그런데 처음 대본 봤을때처럼 제가 울수 있는 영화가 나와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신은정은 모범수 해수 역으로 분했다. 그는 "처음 시나리오 받고 엄마만 아니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작품에서 많이 아이를 잃고 울고 항상 슬픈 역을 많이 했다. 그런데 지영씨가 엄마가 됐더라"라며 "저희가 감방에서 같이 생활하면서 어색함이 처음에는 좀 있었지만 금방 희석시키면서 너무 재밌게 촬영했다. 그리고 감독님, 스탭들 한분한분이 작품에 애정 많이 갖고 몸과 마음을 다 작품에 녹여내셨다. 저희도 현장에서 믿음 갖고 작업할 수 있었다. 감독님이 저희한테 부끄럽지 않은 작품 만들어서 보여주고 싶다고 했고 시나리오와 감독님에 대한 믿음 갖고 촬영하면서 즐거웠다. 보여드리고 싶었던거 보여드려서 저희도 좋고 보시는 분들도 다들 그렇게 느꼈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간통죄 폐지 한달 전에 간통죄로 감옥에 들어온 장미 역의 전소민은 "저도 오늘 영화를 처음 봤다. 대본으로 봤을 때보다 느꼈던 감동들이 훨씬 많이 다가와서 화장 지워질까봐 눈물 참다가 결국 못참고 마지막에 눈물 터트렸다"며 "대본 보고 캐스팅 소식을 듣고 이 공동체에 너무 포함되고 싶었다. 여성 선배님들과 부대끼면서 작업할 수 있다는 거에 매력을 느꼈다. 케미 잘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 있어서 참여하게 됐는데, 열정의 배에 함께 탄게 감사하고 좋은 기회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윤미경은 화가 많고 폭행죄로 감옥에 오게 된 사랑 역을 맡았다. 그는 "이런 자리 처음이라 떨린다. 영화 처음 봤고, 보면서 내용에도 감동 받았는데 장면장면마다 찍었던 현장이 떠올라서 그때 비하인드나 다른 언니, 감독님과 했던 얘기 떠올라서 1년 전으로 왔다갔다 했다. 영화 보면서도 울컥하는데 그때가 떠올라서 재밌고 감동받은것도 많아서 좀 더 뭉클하게 봤다"고 말했다.
특히 '이공삼칠'에는 성폭행 피해로 인해 어린 학생이 임신을 하게 된다는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소재가 등장하는 바. 모홍진 감독은 "사실 이 영화에 거대 담론을 갖고 이야기를 시작하진 않았다. 글을 쓰다보니 못다한 책임감도 느껴지고 여러가지 것들이 많이 고민스러웠던 부분들이 충분히 있었다. 미성년자에게 임신을 설정한것은, 이렇게 사회적인 문제가 극과 극에 배치된다고 하면 사회에 두드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녀라는 아이가 본의아니게 사회적 피해자가 돼서 아이를 갖게 됐을때 함께 응원하고 이 아이가 제 자리로 찾아올수 있게 어른의 입장에서 많은 고민들로 영화 만들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모로 못담은거, 부족한것도 있다. 저는 그냥 거대 담론보다는, 사회가 품지 못하는 불행의 아픔은 누구한테 의탁하는게 아니라 가장 시작점인 가정안에서 상처가 봉합되는게 아닌가 라고 생각했다. 사회가 무책임하다는 얘기는 아니고 가정의 소중함, 가정의 위대함을 느껴보고 싶어서 만들었다. 여러모로 중구난방이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홍예지는 "처음 카메라 앞에서 연기해서 부족한 부분 있지만 선배님들과 감독님, 작가님이 잘 끌어주셔서 좋은 작품이 나온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또 앞으로도 잘 지켜봐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고 인사를 전했다.
김지영은 "영화 찍으면서 우리들이 감당할수 없는 아픔을 가지는 많은 사람들이 결국 치유받는건 서로에게, 사람에게 치유받을수밖에 없다는 생각 들었다. 가족이든 이웃이든 친구든 서로를 치유할수 있는 서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 들었다. 영화 보면서도 뭉클하고 고마웠던 순간이었다"고 관람 포인트를 짚었다.
또 김미화는 "영화가 좋았던게 요즘 점점 더 센 사건, 더 자극적인 사건을 요구하는 시대에서 따뜻한 영화가 나왔고 자극적인 소재가 주인공이 아니라 그걸 치유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좋은 영화라 생각한다. 영화 보면서 삶에 지치고 힘든 분들이 위로받는 영화가됐으면 좋겠고, 저희도 영화 잘 봤다"고 소망했다.
황석정은 "어떤 사람도 상처받고 행복할사람은 없다 생각한다. 그럼에도 모두가 상처를 안고 있고, 상처를 묻든 안묻든 상처와 함께 살아갈수밖에 없는 게 바로 우리들의 운명이라 생각한다. 바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고 그 상처의 치유는 함께하는 것이고 서로를 보듬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관객분들, 우리 다 인간으로서 영화를 보면서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를 보듬을수 있는 기회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 따뜻한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은정은 "오랜만에 영화를 했다. 자극적인 사건보다는 그걸 치유해 나가고 서로가 그걸 보듬어주는 작품이라 저 또한 치유받고 힐링 받으면서 욕심 없이 찍었던 것 같다. 물론 제 연기에 대한 아쉬움, 개인적인 아쉬움은 있지만 모두가 같이 찍으면서 많이 도움 받은 것 같고 관객분들이 오셔서 보실때, 저희하고 같은 마음으로 봐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강하게 든다"고 밝혔다.
전소민은 "영화를 보시는 시간 안에서 조금이라도 따뜻함 느끼셨으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고, 윤미경은 "첫 영화였는데 좋은 언니들, 예지, 감독님, 작가님, 모든 스태프분들과 행복하게 촬영했다. 촬영하면서도 울고 웃고 했는데 그런게 영화에 많이 녹아나서 보시는분들도 따뜻한 마음으로 보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특히 모홍진 감독은 "원래 제가 나서는 성격은 아닌데 간담회에서 배우분들이 말하는걸 보면서 현장에서 도움 받고 여기서도 도움을 받는구나 싶었다"며 "어떤분이 그러시더라. 악플보다 무플이 더 무섭다고. 저희 나쁜말도 괜찮으니까 관심가져달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공삼칠’은 내달 8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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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