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이답지 않게 건강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이강인(21, 마요르카)이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지난 2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로코모티브 스타디움에서 말레이시아와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1차전을 치러 4-1로 승리했다.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한국은 조 1위에 올랐다.
선발 출전한 이강인은 풀타임을 소화, 선제골을 도왔다. 중원에서 문전으로 볼을 배급하는 역할을 한 이강인은 전반 28분 경기장에 있는 모든 관중들의 시선을 끄는 화려한 '양발 드리블'을 뽐냈다.
얼마나 주목을 끌었냐면, 전반전 후 익명을 요구한 AFC 관계자가 기자에게 “13번 선수가 도대체 누굽니까?”라고 물을 정도였다.
이강인은 이날 등번호 13번 유니폼을 입고 연신 그라운드를 누볐다. ‘양발 드리블’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10번’ 하킴의 밀착 마크를 손쉽게 벗겨내는 장면도 여러 차례 선보였다. 전반 31분 기록한 '선제골 도움'은 화룡점정이었다.
그러나 기록과 활약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이강인의 마인드다.
한국의 4-1 대승으로 경기가 마무리된 뒤 이강인은 경기 최우수 선수(MVP)로 선정돼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강인은 ‘팀’에 모든 초점을 맞춰 대답했다.
도움을 기록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는 기쁘다는 말을 먼저 하기보단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항상 하고 싶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앞으로 형들과 더 많이 소통하고 싶다. 좋은 분위기 속에서 팀이 더욱 완벽해지길 원한다”고 말했다. 물론 어시스트를 기록해 기쁘다는 말을 곁들이긴 했다.
풀어보자면, 자신의 기쁨보다 팀에 도움을 줬다는 사실에 더 행복한 이강인이다.
이강인은 훈련 과정, 경기 소감, 각오 등을 묻는 질문에 “한 팀이 되려고 노력했다”, “형들과 같이 축구하는 게 즐겁다”, “팀원으로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등을 답변에 계속 섞었다. 진심이기에 자연스럽게 반복해 나왔다.
이 부분만으론 이강인이 건강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기 부족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들어가면 수긍이 가능하다.
이강인은 지난 1일 OSEN과 인터뷰에서 "축구선수 생활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만족하고 즐기는 것이다. 즐겁고 좋아서 하는 축구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상황이 좋지 못할 때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강인은 '같이'에 가치를 둔다. '축구 삶' 척도는 스스로가 느끼는 만족감이다. 깊이감 있는 생각을 하는 이강인의 나이는 고작 21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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