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지난 겨울 국가대표 외야수 출신의 FA 박해민을 4년 60억원에 영입했다. 외야 뎁스가 그렇게 부족하지 않은 LG의 투자에 과연 60억 외야수를 영입했어야 하는지 LG팬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특히 박해민이 4월에 1할대 타율로 부진했고, 외야 유망주 문성주와 이재원이 4~5월 번갈아 잠재력을 터뜨리면서 논쟁은 더욱 뜨거웠다. 김현수-박해민-홍창기로 이어지는 LG의 국가대표급 외야 라인에 유망주가 낄 틈이 없다.
슬로스타터인 박해민은 5월 초반까지도 1할대 타율이었는데, 어느새 시즌 타율 2할8푼5리까지 상승했다. 놀라운 것은 5월 이후로는 타율 3할4푼9리, 같은 기간 KBO리그 타자들 중에서 톱3다. 4월 타율 1할8푼3리에서 놀라운 반전을 이끌어내고 있다.
박해민은 5월 7일 NC전에서 3타수 1안타를 때리면서 시즌 타율은 1할7푼5리였다. 이후 4경기 연속 3안타 맹타를 터뜨리며 단숨에 2할4푼1로 상승시켰다. 멀티 히트 경기를 몇 차례 더 만들면서 5월에는 월간 타율 3할2푼(100타수 32안타)를 기록했다.
6월 들어서는 더욱 가파른 상승세다. 13경기에서 타율 4할8리(49타수 20안타)다. 박해민은 지난 15일 잠실 삼성전에서 5타수 5안타, 데뷔 첫 5안타 경기에 성공했다. 지난해까지 함께 뛴 친정팀 투수 상대로 우전 안타-중전 안타-좌전 안타-우월 2루타-우월 2루타 부챗살 타법으로 몰아쳤다. 16일 삼성전 첫 타석에서 백정현 상대로 우전 안타를 때리며 6타석 연속 안타를 만들었다.
잔인한 4월을 보낸 박해민은 5월 이후로는 타율 3할4푼9리(149타수 52안타) 출루율 .404, OPS .847을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 KIA 소크라테스가 타율 4할5리, KT 조용호가 타율 3할5푼2리다. 박해민은 당당히 3위다.
6월 이후 타율은 4할8리, 소크라테스와 조용호를 제치고 한화 정은원(타율 4할6푼5리)에 이어 2위까지 이름이 올라간다. 5월말부터 16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류지현 감독은 16일 잠실구장에서 “박해민이 이제 200타수 이상 넘어갔을 것이다. 200타수까지 어느 정도 타율을 끌어올려놔야 한다. 그 이후로는 안타를 몰아쳐도 타율이 많이 올라가지도 않고, 못 쳐도 많이 내려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박해민은 239타수 68안타를 기록 중이다.
중견수 수비에서도 수 차례 호수비로 투수들의 어깨를 가볍게 하고 있다. 류 감독은 “쉽지 않은 타구를 잘 잡아낸다. 보여지는 것 보다 (박해민의) 가치가 높다”고 칭찬했다.
박해민은 “시즌 전부터 잘해야 한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는데 4월이 힘들었다. 5월부터 마음을 약간 내려놓으면서 반등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해민이 살아나면서 LG는 톱타자 홍창기와 함께 최강의 테이블 세터를 가동하고 있다. 지난 15일 삼성전에서 LG는 패배했지만, 홍창기(2안타 1볼넷)와 박해민(5안타)은 삼성 투수를 잔뜩 괴롭혔다. 특히 9회 2사 후 홍창기와 박해민은 나란히 1타점 2루타를 때리며 삼성 마무리 오승환까지 마운드로 끌어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16일에 전날 경기를 복기하며 “사실 어제 경기는 셧아웃 시켰어야 오늘 경기까지 영향이 있는데 그러지 못했다. 상대 국가대표급 테이블세터를 봉쇄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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