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계가 그 어느 때보다 술렁이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위기는 잘 버텼지만 배우들의 편가르기 모양새가 보는 이들을 씁쓸하게 만든다.
시작은 지난 13일 뮤지컬 ‘엘리자벳’ 10주년 공연 캐스팅 라인업이 공개된 후였다. ‘엘리자벳의 아이콘'이라는 찬사를 받아온 옥주현에 이어 그의 제자와도 같은 이지혜가 투톱으로 캐스팅 돼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 외에 신성록, 김준수, 이지훈, 박은태, 민영기 등의 레전드 캐스트와 노민우, 이해준, 강태을, 길병민, 주아, 임은영, 진태화, 이석준, 장윤석, 문성혁, 김지선 등의 뉴 캐스트가 공개됐다.
그런데 뮤지컬 배우 김호영이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기며 논란에 불이 붙었다. 14일 오전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옥장판 사진을 올리며 "아사리판은 옛말이다. 지금은 옥장판"이라는 글을 남긴 것. ‘엘리자벳’ 라인업이 공개된 이후 올라온 글인데다 보란듯이 공연장 스티커를 붙인 탓에 다수는 자연스럽게 ‘옥장판’과 옥주현을 연관 지었다.
많은 이들의 입방아에 오르자 김호영은 이 게시글을 지웠다. 그럼에도 팬들은 일부 뮤지컬 배우들이 좋아요 버튼을 눌렀다며 김호영의 게시글에 의미를 부여했다. ‘엘리자벳’ 10주년 캐스팅을 기대하게 만들었던 김소현이 아쉬움을 담아 출연 당시 찍은 영상을 공개하며 “행복하고 감사했습니다”라고 인사하자 팬들은 더욱 불타올랐다.
결국 옥주현은 "뮤지컬 '엘리자벳' 캐스팅 관련하여 억측과 추측에 대한 '해명'은 제가 해야 할 몫이 아닙니다. 수백억 프로젝트가 돌아가는 모든 권한은 그 주인의 몫이니 해도 제작사에서 하시겠지요. 전 무례한 억측 추측을 난무하게 한 원인 제공자들, 그 이후의 기사들에 대해 고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라며 “사실 관계 없이 주둥이와 손가락을 놀린 자, 혼나야죠”라고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그리고 그에게 혼나게 된 이는 아니나 다를까 김호영이었다. 옥주현 측은 21일 오후 OSEN에 "지난 20일 성동경찰서에 김호영과 네티즌 2명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앞으로도 모니터링을 이어나가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누리꾼들에 대한 고소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김호영 측도 옥주현의 행동에 유감을 표했다. “김호영이 개인 SNS에 개인적인 내용을 업로드한 일에 있어 이와 관련해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내용으로 최초의 기사가 보도되었고, 이후 무수한 매체에서 추측성 기사들을 잇달아 보도했다. 이후 옥주현 또한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내용으로만 상황 판단을 하였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없고, 당사 및 김호영 배우에게 사실 확인을 하지 않고 이로 인해 배우의 명예를 실추시킨 점에 있어 유감스럽다"라고 말했다.
김호영 역시 명예훼손 대응을 시사한 상황이라 팬들은 혼란스러울 따름이다. 연예인들이 서로를 저격한 전무후무한 일인데다 옥주현의 고소 대응 이후 몇몇 뮤지컬 배우들이 그의 인스타그램을 언팔로잉 했다는 이야기까지 퍼져 편가르기 싸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옥주현이 ‘마타하리’ 공연 중이고 문제의 ‘엘리자벳’에 캐스팅 된 다른 배우들에게도 불똥이 튀길까 팬들은 노심초사 중이다.
김호영이 표현한 ‘옥장판’이 명예훼손에 해당될지, 옥주현이 뮤지컬 판에서 어떤 입지에 놓여 있는지는 차치하더라도 해외에서도 인정 받는 탄탄한 대한민국 뮤지컬계가 술렁이고 있다는 점이 팬들은 안타까운 상황이다. 한때 친분을 자랑했던 이들이 등돌린 이 상황이 전혀 유쾌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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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엘리자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