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배구여제' 김연경, "은퇴 생각할 나이, 미래 때문에 복귀 결심" [일문일답]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07.08 15: 53

‘배구여제’ 김연경(34·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이 돌아왔다.
김연경은 8일 강원도 홍천종합체육관에서 열리는 2022 여자프로배구 홍천 서머매치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V리그 여자부로 복귀한 소감을 전했다.
김연경은 지난달 21일 V리그 여자부 최고 금액인 1년 총액 7억원(연봉 4.5억원, 옵션 2.5억원)에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계약했다. 2021-2022시즌을 중국 상하이에서 보낸 김연경은 고심 끝에 해외 진출이 아닌 2020-2021시즌 이후 2시즌 만에 국내 복귀를 전격 택했다.

흥국생명으로 돌아온 김연경이 기자회견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22.07.08 /rumi@osen.co.kr

다음은 김연경과의 일문일답이다.
-복귀 소감.
많은 분들 앞에서 이야기하려고 하니까 떨린다.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국내 복귀를 결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많은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들어오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국내 팬들을 만나 뵙게 돼 너무 설레는 마음이 크다. 홍천은 선수가 되고 처음 온 것 같은데 홍천군에서도 배구에 대해 아낌없는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드린다.
-국내 복귀를 결정하게 된 계기는.
아직 조심스러운 이야기인데 앞으로 가야할 방향이 있다. 그런 방향을 봤을 때 국내 복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린 나이가 아니고, 은퇴를 어느 정도 생각해야 하는 나이가 오다 보니 국내로 들어오게 됐다. 아직까지 빅리그에서 콜이 온다는 것만으로 자부심이 컸고, 큰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마음도 컸는데 앞으로의 방향 때문에 돌아오는 결정을 했다.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해준다면.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지만 결정된 게 하나도 없다. 천천히 준비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말씀드리기 어려울 것 같다. 어쨌든 배구와 관련된 일을 하는 건 맞다. 좋게 지켜봐줬으면 좋겠다.
-복귀 후 가족들 반응은.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셨다. 해외에서 항상 뛰었고 코로나19로 경기장에 못 오셨는데 이제는 가까워졌다. 항상 응원을 받고 있다. 양효진, 김수지 선수는 딱히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같은 팀이 아니기 때문에 경쟁이다.
-미국 개인 전지 훈련 성과는.
국가대표를 오래 하면서 오랫동안 몸 만드는 훈련을 한 적이 없었다. 계속 경기를 하고 경기에 대한 웨이트트레이닝을 했기 때문에 비시즌 오랜만에 훈련을 해봤는데 몸이 많이 좋아지는 걸 느꼈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프로그램을 해서 좋았다.
흥국생명으로 돌아온 김연경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7.08 /rumi@osen.co.kr
-올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다. 이와 관련한 생각도 했나.
-해외 처음에 나갈 때 6년이라는 시간을 꼭 채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흥국생명 팀과의 이야기도 있었고 또 내가 지키고 싶었다. 이번 시즌 뛰면 FA 되는 것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생각을 안 할 순 없다.
-2년 전 복귀 때는 흥국생명이 절대 1강이었다. 지금 흥국생명은 조금 달라졌는데 어떤 느낌을 받았나.
팀 합류해서 오늘 4일째로 훈련했고, 감독님과 미팅하고 면담했는데 분위기도 너무 좋고 많은 부분이 발전한 걸 보면서 비시즌 준비를 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만 우승이 쉽진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현대건설, 도로공사, GS칼텍스 등 강한 상대가 많다. 선수들끼리 잘 준비해서 최대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서머매치 출전 계획은.
출전하지 않는다.
-권순찬 감독과 나눈 이야기는.
감독님이 부산 사나이라고 말씀하셨다. 털털하고 상남자다운 면이 있어서 확고하게 이야기를 해주신다. 아닌 건 아니고 맞는 건 맞다. 나로서는 편하다. 추구하는 배구도 확고하셔서 잘 따라가면 이전과는 다른 배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국가대표팀이 이번에 아쉬움 속에 귀국하게 됐다. 조언을 해준다면.
오랫동안 대표팀 생활을 했고 그 대회에 나갔을 때 힘든 걸 잘 알고 있다. 선수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경기 보면서 응원도 했는데 아쉽게도 승리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그래도 점점 가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건 긍정적이다. VNL 때 늘 성적이 좋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 점점 좋아질 것이다.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 태국 등 아시아 팀들은 선전했다.
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팀들 경기도 봤다. 확실히 팀 색깔이나 배구하는 스타일이 확고하게 느껴졌다. 아직까지는 우리나라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우리가 가야할 방향이 많이 보였다. 그런 부분을 잘 보완해서 세계선수권대회를 잘 준비했으면 좋겠다.
-한국 배구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현재 세계 배구 흐름이 스피드를 추구한다. 브라질, 미국 등 많은 나라들이 빠른 배구를 한다. 앞으로 한국 배구도 세계적인 무대에서 경쟁을 하려면 그런 배구를 해야 한다. 세자르 감독님도 그렇게 준비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니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대표팀이 세대교체라고 하는데 현재 명단에 서른 넘은 선수들이 아직 있고, 그들이 잘 이끌어서 나가면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흥국생명으로 돌아온 김연경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7.08 /rumi@osen.co.kr
-대표팀 후배들과도 연락을 나눴나.
박정아와 연락을 많이 했는데 새롭게 주장 맡으면서 어떤 식으로 하는 게 좋겠냐고 조언을 구했다. 대표팀 상황도 들었다. 아시다시피 힘들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유럽 경험이 없어서 시차, 이동거리에 대해 예민한 게 사실이다. 그런 부분을 힘들어했다. 모든 선수들이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표팀 세자르 감독과도 소통을 했는지.
지금도 연락하고 지낸다. 경기 전후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어떻게 하면 한국 배구가 좋아질 것 같냐고 조언을 구하셨다.
-홍천군에서도 배구 육성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선배로서 조언을 해준다면.
계속해서 초등학교, 중학교 유소년 선수들이 생기는 건 긍정적이다. 앞으로도 많이 생겼으면 좋겠고 운동을 시작하고 배구를 시작하는 학생들이 기본에 충실하면 나중에 또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하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올 시즌 목표는.
아직 설정하지 않았다. 개인 목표보다는 팀이 얼마나 성장하고, 많은 분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고, 또 얼마나 올라갈 수 있는지 포커스를 두고 열심히 준비해보려고 한다.
-올 시즌 리베로 김해란과 같이 뛰게 됐다.
오랜만에 만나서 배구 이야기보다 사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해란 언니가 아들 낳고 나서 변화된 것들이 많다. 언니가 무릎 부상으로 힘든 이야기도 했다.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았다.
-KOVO컵 출전은 가능한 몸 상태인가.
컵대회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몸 상태에 따라 결정될 것 같다. 최대한 몸을 끌어올리도록 하겠다.
-여자부 샐러리캡 제도 개선에 대한 생각은.
여자부와 남자부 차이가 많이 있는 건 사실이다. 향후 어떤 식으로 변화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선수들이 더 좋은 대우를 받고 더 좋은 환경에서 배구를 한다면 좋을 것 같다. 내가 배구를 시작할 때보다는 조건, 환경이 너무 좋아져서 앞으로 더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또 그만큼 선수들이 책임감을 인지했으면 한다. 내가 많이 받기보다는 후배들이 좋은 환경에서 배구했으면 좋겠다.
-흥국생명 주장을 맡을 의향은.
주장을 하고 싶은 마음은 1도 없다. 현재 김미연 선수가 하고 있고 부주장으로 김나희 선수가 언급됐다. 두 선수가 팀을 잘 이끌고 있다. 주변에서 추천해도 난 괜찮다. 팀 내 어린 선수들이 많고 이전보다 좋아졌다. 김다은, 박현주, 박은서 등이 2년 전에 비해 많이 성장해서 놀랐다. 지금처럼만 열심히 하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 같다.
흥국생명으로 돌아온 김연경이 기자회견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22.07.08 /rumi@osen.co.kr
-국내 복귀로 가장 설레는 부분은.
한국에 와서 제일 좋은 건 내 집에서 자고 먹는 것이다. 또 가족, 친구와 가깝게 있는 게 좋다. 2년 전에는 팬들과 함께하지 못해서 아쉬웠다. 이번에는 상황이 많이 좋아져서 많은 팬들 앞에서 뛸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기대되고 설렌다. 홈구장 꽉 채워주시면 열심히 하도록 하겠다.
-라바리니 감독과도 아직 연락을 하는지.
폴란드 대표팀이 한국에 들어왔을 때 김수지, 표승주, 양효진과 함께 감독님을 만나 뵈러 갔다. 저녁식사도 같이 하고 이야기를 많이 했다. 아직도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있으시더라. 광고 찍을 때 감독님도 같이 찍고 싶다고 농담도 했다.
-후배들의 해외 진출 전망은.
리그 규정 자체가 5시즌을 뛰어야 FA가 된다. 그 때 연봉이 올라가다보니까 해외 진출을 하려고 하면 선수는 고액 연봉자가 됐고, 해외에서는 신인 선수다. 제도의 문제가 있다. 그게 바뀔 수 없기 때문에 구단이 어린 선수들을 해외로 보내서 경험을 쌓게 하면 한국배구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태국의 경우 주전들이 해외에 대부분 나가 있다. 태국리그가 수준이 높지 않아 해외로 나가는데 선진 배구를 배워온다. 그들이 합쳐지면 강한 팀이 된다. 지금 태국 국가대표가 좋은 예다.
-미국 전지훈련에서 NBA에 도전하는 이현중과도 함께 훈련했는데.
미국에 있다고 들었고 같은 곳에서 훈련한다고 들어서 기대가 됐다. 같은 한국인이라 통하는 것이 있어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확실히 마인드가 너무 좋은 선수다. 이현중 같은 선수가 있어서 한국 남자농구 미래가 밝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래프트에 아쉽게 안 됐지만 또 도전하려는 모습 보면서 나도 자극이 됐고 어린 선수이지만 멋있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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