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수지 연기는 기가 막혔는데..법정분쟁 씁쓸 [Oh!쎈 초점]
OSEN 최이정 기자
발행 2022.08.23 09: 04

드라마 ‘안나'를 둘러싼 쿠팡플레이 측과 이주영 감독 측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작품의 감동과 제작진의 진흙탕 싸움이 시청자들에게 괴리감을 안겨주는 요즘이다.  
지난 6월 공개된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ANNA)'는 이름, 가족, 학력, 과거까지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기시감이 있어 보인 소재는 강렬하면서도 정적이고 고요한 '안나'만의 분위기와 세심한 터치가 만나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특히 주연을 맡은 배우 수지는 인생캐를 만났다는 평을 들었다. 그도 그럴것이 전에 본 적없는 얼굴로 처연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안나'를 자신만의 아우라로 재창조했다. 사진작가 겸 영화 감독 니키리는 "우리 누군들 삶의 어긋남을 이해 못할까. 수지의 얼굴이 저랬구나. 이렇게 좋은 배우였구나. 그녀의 다 산 듯한 얼굴 표정 하나로 드라마의 정조는 처연하고 쓸쓸하기가 그지 없다"라고 극찬하기도.

지난해 11월 김수현 주의 '어느 날' 이후 쿠팡플레이가 두번째로 만든 오리지널 드라마인 '안나'는 쿠팡플레이가 업계의 후발주자임에도 '믿고 보는' 드라마를 만드는 OTT로 각인시키는 데 주효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감동도 잠시, 문제가 터졌다. 작품 외적 문제이면서도 중요한 내적 분쟁이 아닐 수 없는데, 바로 감독을 중심으로 한 스태프들과 쿠팡플레이의 싸움이다.
'안나'는 영화 '싱글라이더'로 본격 이름을 알린 이주영 감독이 극본과 감독을 맡은 것이 호기심을 더했던 것이 사실. 실제로 '싱글라이더'에 이어 '안나'를 통해 이 감독의 색깔을 확실히했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 감독은 쿠팡플레이가 ‘안나’를 일방적으로 편집했다며 자신의 분신이 아니라고까지 말해 대중을 깜짝 놀라게 했다.
6부작 방송이 마무리된 후 이 감독은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시우를 통해 "감독을 배제하고 8부작 → 6부작 편집을 강행한 쿠팡플레이의 작품 훼손과 감독 모독에 엄중히 항의한다”는 장문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에 따르면 이 감독은 2017년 11월 8일부터 2021년 7월 12일까지 3년 8개월에 걸쳐 '안나'의 8부작 극본을 집필했다. 쿠팡플레이는 제작사 컨텐츠맵을 통해 8부작으로 된 극본을 검토하고 이를 최종고로 승인했고, 촬영은 쿠팡플레이가 승인한 최종고대로 진행됐다.
하지만 이후 편집본 회의에서 쿠팡플레이가 ''안나'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재편집을 진행했고 이 감독은 동의하지 않고 크레딧의 ‘감독’과 ‘각본’에서 제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했다. ‘안나’는 회당 45~61분의 8부작 '안나'가 회당 45~63분의 6부작이 됐고, 이 감독은 조잡한 짜집기로 촬영, 편집, 내러티브의 의도가 크게 훼손됐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쿠팡플레이 측의 입장은 다르다. 
쿠팡플레이 측은 "감독의 편집 방향은 당초 쿠팡플레이, 감독, 제작사(컨텐츠맵) 간에 상호 협의된 방향과 현저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며 "지난 수개월에 걸쳐 쿠팡플레이는 감독에게 구체적인 수정 요청을 전달하였으나, 감독은 수정을 거부했다. 제작사의 동의를 얻어서, 그리고 계약에 명시된 우리의 권리에 의거 쿠팡플레이는 원래의 제작의도와 부합하도록 작품을 편집했고 그 결과 시청자들의 큰 호평을 받는 작품이 제작됐다"고 반박했다.
이에 이 감독은 다시 입장을 내고 "쿠팡플레이 측으로부터 수정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라고 재반박했다. 계속된 논란 속 쿠팡플레이 측은 당초 공지대로 지난 12일 8부작의 ‘안나’ 감독판을 공개했다.
그러다가 이 감독 측은 지난 21일 쿠팡플레이와 가진 회동 결과를 전하며 “이주영 감독은 쿠팡플레이의 총괄책임자로부터 이번 사건에 대한 진지하고 정중한 사과와 함께, 국내와 이미 판매하여 공개를 앞두고 있는 해외 플랫폼 공히 6부작 '안나'에서 이주영 감독 및 감독과 뜻을 같이 한 스탭 6인의 이름을 삭제하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임을 약속 받았다”고 전했다.
이로써 양측의 갈등이 봉합되는가 했지만 아니었다. 쿠팡플레이 측이 이 주독 측이 허위 주장을 했다고 반격하며 다시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
쿠팡플레이 측은 논란과 관련해 일괄적으로 사과한 것이 아니며 이주영 감독이 쿠팡플레이가 감독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재편집 하지 않았음을 인정했으며, 8편의 감독편을 별도로 공개하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 미팅을 통해서 쿠팡플레이는 상호 오해가 발생한 점에 대해 유감 표명을 한 것이지, ‘일방적으로 편집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님을 명백히 밝힌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감독의 반박은 또 이뤄졌다.  이 감독 측은 쿠팡플레이의 총괄이 이 감독을 만난 자리에서 7차례나 ‘사과드린다’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정중하게 사과했고, 이 감독은 쿠팡플레이가 감독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재편집한 것이 아니라고 인정한 적이 전혀 없다고 전했다.
또한 “쿠팡플레이가 허위사실 명예훼손을 포함한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점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김성한 총괄을 비롯한 쿠팡플레이 관련자 전원에 대한 형사고소를 포함한 모든 법적 조치를 실행하고, 쿠팡플레이의 사과를 전제로 하여 자제하고자 하였던 저작인격권 침해에 관한 손해배상청구의 소 등을 제기할 것”이라고 알렸다.
반박과 재반박의 반복, 그리고 결국 형사고소까지. 여운을 남긴 연기와 작품의 감동 위에 일각에서는 피로도를 호소할 정도로 논쟁적인 이슈가 겹겹이 쌓이고 있다. 업계의 올바른 시스템을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나가야 할 부분인 것은 분명하고 상업물에서 작품의 '편집권'은 중요하고 예민한 문제다. 그러면서도 6부작과 8부작의 간극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시청자들에게는 당초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씁쓸함을 남기는 것도 사실이다. 업계의 반면교사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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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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