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세계’가 걸그룹 내 래퍼 포지션에 있는 멤버들에게 ‘두 번째 세계’를 열어줬다. “래퍼가 노래를 이렇게 잘 해?”라는 반응이 아닌, 노래도 잘하고 랩도 잘하는 ‘올라운더 아티스트’로서의 출연자들의 모습을 부각시키면서 편견을 깨부수고 있다.
JTBC 새 예능 프로그램 ‘두 번째 세계’는 랩은 물론 보컬 실력까지 갖춘 대한민국 대표 걸그룹 래퍼들이 치열한 노래 대결을 펼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음악 예능 명가’ JTBC가 선보이는 새 예능으로 아이돌 래퍼들이 출연자로 섭외하며 기존과는 다른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기대를 모았다.
출연자로는 원더걸스 출신 유빈부터 AOA 출신 지민, 마마무 문별, 우주소녀 엑시, 오마이걸 미미, 모모랜드 주이, 빌리 문수아, 클라씨 김선유로 구성됐다. 모두 그룹 내 래퍼 포지션을 맡고 있다는 공통 분모가 있다.
일반적으로 그룹 내 래퍼 포지션은 노래를 잘 하지 못하는 멤버들에게 주어진다는 편견이 있는 것이 사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두 번째 세계’ 첫 방송 때 멤버들의 말에서도 보였듯이 멤버들은 보컬에도 자신감이 있었고, 오히려 래퍼라는 포지션을 받아 아쉬움을 보였다. 그 ‘한’, ‘울분’을 ‘두 번째 세계’에서 풀 듯 화끈한 무대들을 연이어 선보이며 걸그룹 내 래퍼 포지션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있다.
방송 2회 만에 편견은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첫 방송에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낼 수 있는 강렬한 랩과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무대를 선보인 출연자들은 2회에서는 1:1 지목전으로 경연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오마이걸 미미는 렉시의 ‘하늘위로’를 선곡해 Y2K 레트로 파티를 콘셉트로 디제잉부터 랩, 노래, 댄스까지 모든 퍼포먼스를 펼쳐냈다. 엑시는 유재하의 ‘우울한 편지’를 7080 시티팝 스타일로 과감하게 편곡해 청아한 음색으로 선보였다. 보이스리더들은 “완성형 보컬리스트의 무대였다”고 극찬했다.
이어 두 번째 대결에서는 원더걸스 출신 유빈과 AOA 출신 지민이 맞붙었다. 유빈은 엄정화의 ‘초대’를 선곡해 섹시한 매력과 보컬 실력을 발휘했고, 지민은 자우림의 ‘매직카펫라이드’를 선곡해 화끈한 라이브를 선보였다.
‘두 번째 세계’가 단순히 아이돌 래퍼들의 보컬 전쟁이나 경연 대결이라고 생각하며 시청했다면 큰 충격을 받았을 선곡이었다. 각자의 매력을 살린 랩이 아닌 보컬 실력으로 자웅을 겨뤘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보컬리스트들도 깜짝 놀랄 만큼 수준급 실력을 증명했다.
‘두 번째 세계’를 통해 ‘래퍼’ 포지션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보컬이면 보컬, 랩이면 랩, 춤이면 춤까지. 무대에서 필요한 모든 부분을 오롯이 홀로 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룹 내 래퍼’는 ‘만능 솔로 아티스트’로 인식이 바뀔 전망이다. ‘두 번째 세계’는 방송 2회 만에 래퍼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면서 그들에 대한 ‘두 번째 세계’를 열어줬고, 시청자들을 그들의 ‘두 번째 세계’로 인도했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