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상처마저 개그로 승화시킨다는 게 이런 것일까. 이 경우는 광고로 승화시켰다.
개그우먼 강유미가 '신박'한 콘텐츠를 선보였다. 그가 지난 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게재한 '돌싱 브이로그'란 제목의 동영상.
강유미는 지난 2019년 비연예인과 결혼했다. 강유미는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전 남편에 대해 "나를 정말 아껴주고, 부족한 저를 많이 사랑해주는 고마운 분이다. 무엇보다 웃음 코드가 잘 맞았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이 사람이다'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지난 7월 결혼 3년만에 파경을 맞았음을 알렸다.
"나는 화사원 강윤미 개그우먼 강유미가 아니다. 이혼한 지 어느새 6개월이 되어간다"라고 시작하는 해당 영상은 일종의 롤플레이. 하지만 얼마 전 이혼 소식을 알린 강유미 '본캐'의 이야기가 녹아있음을 누가 보더라도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그냥 재미있자고 찍은 것이 아닌 광고물이다. 강유미는 영상 속에서 각기 다른 제형의 제품이 반씩 담겨져 있는 이른바 반반크림을 소개하는데 이 '반반'이란 소재에 자신의 이혼 얘기를 녹여냈다. 하나의 주제를 받아 나만의 글짓기를 펼치는 백일장을 보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 글짓기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강유미는 '반반'이란 주제로 이혼을 겪으며 느낀 반반의 강점-장점과 단점, 행복과 불행의 공존을 고스란히 전한다.
"함께 살 때의 즐거움이 사라졌지만 함께 살 때의 고통도 같이 사라졌다", "아플 때 병원에 데려다 줄 사람이 없어졌지만 그 사람 때문에 마음 아픈 일이 없어졌다" 등 꼭 이혼이 아니더라도 이별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을 할 만한 내용을 전한다. "옛날에 일장일단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세상 모든 일에는 정말 장단점이 반반이란 걸 실감해간다"란 그는 그러면서도 자막에 "반반크림처럼"이란 제품 광고글을 띄운다. "함께 밥 먹을 파트너가 사라졌지만 놓고 살던 채식을 다시 시작했다"라고도 하는데 해당 화장품은 비건 브랜드로도 유명하다.
이혼하고 처음으로 맞이하는 추석 명절에까지 '반반' 특징을 강조, "엄마 아빠 만날 생각에 두려움 반 미안함 반"이라는 강유미. 말장난을 좋아한다는 그의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얼굴에 뿌리는 미스트는 딸의 이혼에 화가 난 엄마 얼굴의 열을 식히는 도구로사용되고, 갑작스레 형부를 잃은 동생에게 강유미는 역시 해당 화장품을 선물하며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광고하려고 애쓴다'라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지만 한 방이 있다. 관계와 자신에 대한 통찰력이 살아있다. 무엇보다 이 영상의 강점은 보는 이에게 강유미가 '지금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고 있다'라고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원래 우리는 성격 차이가 심했다..내 결혼은 눈 뜨니까 없어져 버린 꿈같이 느껴진다. 처음에는 서로에게 많은 걸 해줄 수 있는 사람인 척 했다. 그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때는. 그러다가 어느새 점점 서로가 받을 것만 더 신경쓰기 시작했다. 더 많이 손해 보는 것은 뺏기는 기분이 들었다..사실 좋았던 기억이 너무 많다 보고싶기도 원망스럽기도 하고 아직 반반이다"
"이혼하고 나니 혼자인게 얼마나 좋은지 새삼 느끼게 된다. 터무니없는 나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는 깎여나가고 너의 말만 믿고 나 자신을 덮어놓고 자책했던 과소평가는 채워진다. 나에 대해 관계에 대해 세상에 대해 가지고 있던 모든 오류들이 와르르 무너진다"
"꼭 정육점에 나라는 고기를 내놓고 어떤 남자한테 팔리나 안 팔리나 몇 등급이 매겨질까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는 거였다. 성형을 하고 다이어트를 하고 연애 책을 읽어가면서 사랑을 찾아 헤맸다.. 내 행복을 위해 누군가의 사랑이 필요하다는 전제 내 반쪽에 함께 그 전제를 떠나보낸다. 나라는 고기는 수요도 공급도 없는 존재가 되어 풀밭으로 돌아간다"
그러면서도 마지막에 "와 정육점 고기 비유 미쳤다"라며 스스로 감탄하는 모습으로 개그우먼 본캐를 잊지 않는다.
굉장히 상업적이면서도 날카로운 현대예술의 일종을 보는 듯 하다.
/nyc@osen.co.kr
[사진] 강유미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