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반응을 이어가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각본감독 윤종빈, 제작 (주)영화사 월광·(주)퍼펙트스톰필름)은 그야말로 배우들의 연기 볼 맛 나는 작품이다. 그 중에서도 유독 반가운 연기자가 있으니 바로 하정우.
하정우는 '수리남'을 통해 2년 반만에 복귀했다. 스스로 이 작품이 복귀작이 될 줄은 몰랐다며 "많이 아프고 힘들었지만,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2년의 시간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낸 시간이었다. 단순히 2년 반이라는 물리적인 시간이 짧을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많은 부분을 반성하고 깨닫고 돌아보는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과 그로 인한 자숙에 대한 언급이다.
스크린을 대표하는 '열 일' 배우이자 한 작품을 오롯이 이끌 수 있는 원톱배우, 흥행수표였기에 하정우의 빈 자리는 분명 존재했다. 더불어 하정우의 공백기에 그를 대체할 만한 배우가 딱히 없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주된 의견이다. 그리고 마침내 공개된 '수리남'은 왜 하정우가 대체불가한 배우인 지 여실히 느끼게 한다.
윤종빈 감독과 하정우, 황정민, 박해수, 조우진, 유연석, 중화권 대표 배우 장첸 등 조합만으로도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던 '수리남'은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수리남에서 대규모 마약 밀매 조직을 운영한 조봉행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6부작.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무소불위의 마약 대부 전요환(황정민 분)으로 인해 누명을 쓴 한 민간인 강인구(하정우 분)가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수리남'은 하정우가 먼저 실화 스토리를 접한 뒤, 윤종빈 감독에게 작품을 하자고 제안하면서 탄생하게 된 일화로도 유명하다.
하정우는 극 중 두 아이와 사랑하는 아내를 둔 짠내 나는 가장, 그리고 이 가족애를 발판으로 범죄 조직에 투입돼 생사의 고비를 끊임없이 오가는 언더커버, 두 양극의 역할을 보여준다.
하정우가 연기한 강인구는 일촉즉발 긴박한 순간에서도 특유의 능청스럼과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는 인물. 이에 대해 다소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오히려 그 지점에서 '이게 바로 하정우지'란 말이 절로 나온다. 하정우이기에 가능한 캐릭터 설득력이기도 하다.
강인구는 속된 말로 닳고 닳은 인물이다. 어렸을 때부터 오로지 살기 위해 비지니스에 뛰어들고 상대방의 비위를 맞추며 장사를 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꿰뚫는다. 자식을 위해서는 뭐든 다 하는 잔뼈가 굵은 우리네 가장, 이미 못볼 꼴 다 봐 무서운 것도 없는 그이기에 마약왕 전요환의 위협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깜짝하지 않는 척을 하고) 능구렁이처럼 상황을 빠져나간다. 사이비 교주 전요환의 종교적 궤변과 추종자들의 심각한 대화 속에서 "분위기가 불편하다"라며 할 말 다 하는 하정우는 관객들에게 피식 웃음을 안겨준다.
이런 강인구는 대중이 사랑하고 기다려왔던 완벽한 하정우의 모습이기도 하다. 스스로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간 것 같다"라며 "지금 인터뷰하는 자리부터 모든 게 낯설다. 그간 있었던 내 필모그래피를 포함해 영화를 찍고 무대인사를 했던 것들이 하나도 없이 다 사라지고 리셋된 것 같더라"라고 말하는 하정우의 새로운 시작이 '수리남'인 것은 또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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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