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사냥' 서인국이 첫 악역으로 변신한 소감부터 캐릭터를 위해 18kg이나 살크업 한 이유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공개했다.
20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늑대사냥' 주연 배우 서인국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영화 '늑대사냥'(감독각본 김홍선, 제공배급 TCO㈜더콘텐츠온, 공동배급 CJ CGV㈜, 제작 ㈜콘텐츠지, 공동제작 ㈜영화사 채움)은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을 태평양에서 한국까지 이송하는 바다 위 거대한 움직이는 교도소 내에서 잔혹한 반란이 시작되고 지금껏 보지 못한 극한의 생존 게임이 펼쳐지는 하드보일드 서바이벌 액션 작품이다. '변신'(2019), '기술자들'(2014), '공모자들'(2012)을 통해 '강렬한 장르의 마스터'라 불리는 김홍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앞서 '늑대사냥'은 제47회 토론토국제영화제 미드나잇 매드니스 부문에 공식 초청돼 레드카펫과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성황리에 마쳤다. 주요 상영관인 로얄 알렉산드라 극장 3층까지 총 1071석을 가득 채운 전 세계 관객들은 중간중간 탄성과 박수를 치면서 영화에 호응했고, 공식 상영이 종료된 후에는 기립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고.
서인국은 극 중 프론티어 타이탄호에서 탈출을 꿈꾸는 일급 살인 범죄자 종두(서인국 분)로 분해 열연했다. 그동안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주군의 태양', '고교처세왕', '너를 기억해', '38 사기동대', '쇼핑왕 루이',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미남당' 등에서 주로 멜로 연기나 선역 등을 선보였지만, 이번에는 파격적인 악역을 맡았다. 데뷔 이후 세 번째 스크린 주연작으로 필모 역사상 가장 강렬한 변신을 시도했다.
최근 토론토 영화제를 다녀 온 서인국은 "감독님이 토론토 전까진 영화를 아예 안 보여주셨다. 그래서 못 보고 있다가 토론토에서 처음 봤는데 그 느낌이 굉장히 강렬했고, 시나리오대로 잘 나왔더라"며 "보통 극장에 들어가면 서로의 매너 때문에 조용하게 보는데, 국제 영화제이고 축제라서 환호성을 지르며 보셨다. 그래서 너무 재밌었다. 피가 터지면 관객들이 소리를 지르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오히려 관객들이 막 웃더라. 내가 처음 등장했을 때 박수도 받고, 토론토에서 의외로 많이 알아봐주셨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토론토에 온 관객분들은 가장 처음 살인이 일어났을 때 반응이 제일 좋았다. 그 장면이 신선하다고 느낀 것 같더라"며 "직접 읽은 시나리오보다 스크린에서 본 결과물이 훨씬 수위가 더 강했다. 영상 속 수위가 훨씬 세더라. 피가 어떻게 터지고, 누가 죽고 하는 게 텍스트에도 다 있었지만 영상으로 표현되는 부분이 더 임팩트 있었다. 훨씬 과격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그간 서인국은 멜로 작품에서 두각을 보였지만, '늑대사냥'으로 180도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이에 대해 "일단 내가 작품이 끝날 때마다 질문을 받는다. 어떤 캐릭터나 작품을 하고 싶냐고 물어보시는데, 항상 악역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늑대사냥' 종두를 봤을 때 타고난 악한 사람이더라. 자기가 맘에 안 들면 사람을 죽이는데, 살인을 즐기거나 카타르시스를 느끼진 않고 아무렇지 않게 죽이는 악역이었다. 그 부분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강렬하게 어떤 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서 좋았다"고 밝혔다.
"이 정도로 피가 많이 튈 줄은 몰랐다"는 서인국은 "무엇보다 종두라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고, 영화가 전반적으로 봤을 때 한 인물이 끝까지 쭉 이어가는 작품이다. 내가 뭔가 이끌어 가다가 알파가 나오고, 관련된 세력이 나오고, 끝에 진실이 나온다"며 "그런 스토리 텔링이 신선했다.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외국에서 봤던 그런 느낌이었다. 이런 말씀 드려도 되나 모르겠고, 비교하는 건 아니지만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님의 영화를 보면 그런 게 많았던 것 같다"며 '늑대사냥'을 선택한 이유를 언급했다.
지난 19일 성황리에 VIP 시사회를 진행한 서인국은 "지인들도 영화를 보고 깜짝 깜짝 놀랐는데, 잘 봤다고 하더라. 곽시양 씨가 재밌었다면서 취향저격이라고 했고, (여자)아이들 전소연 씨도 와서 너무 너무 재밌었다고 자기 취향이라고 했다. '미남당'을 함께 한 강미나 씨는 자기가 너무 놀라서 주변 사람들이 다 쳐다보는 것 같아 창피했다고 얘기해줬다"며 지인들의 반응을 소개했다.
"화면 속 본인의 악역이 낯설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일단은 그런 것들은 배우 직업을 하면서 많이 길러졌고, 낯설음의 벽이 허물어졌다. 가지고 있는 기본 성향과 앵글 안에 있는 다른 서인국이 많이 익숙해졌고, 악역을 연기하니까 오히려 엄청 재밌었다"며 "그래도 분장하는 건 힘들었다. 잘 몰랐는데 내가 약간 스티커 알레르기가 있더라. 타투도 즐겼다가 피부에 땀띠도 일어나고 그랬다.(웃음) 그래도 종두로 변해 있을 땐 세트장에서 활보하고 다녔다. 웃통을 까고 막 돌아다니면서 엄청 운동할 때라 등빨도 키우고 만족스러웠다"며 흡족한 표정을 보였다.
영화 속에서는 종두가 사람을 무자비하게 죽이고 소변을 보는 신이 등장하는데, "그 장면은 감독님이 현장에서 추가하셨다. 호수를 달아서 효과를 냈는데, 찍으면서 나도 참 민망했다"며 "그리고 신체 부위의 엉덩이를 노출한 건 처음이다. 개인적으로 되게 재밌었다. 타투는 온몸에 스티커를 붙였고, 만약 그렸다면 모르겠는데 타이즈를 입으니까 뭔가 덧씌워진 느낌이었다"고 했다.
서인국은 드라마 '멸망'을 끝낸 뒤 '늑대사냥' 촬영에 돌입했고, 악역 종두 캐릭터를 위해 살크업도 했다. 무려 20kg 가까이 찌웠다고.
그는 "'멸망'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68kg였는데, '늑대사냥'을 찍을 땐 84~86kg까지 찌웠다"며 "시나리오를 보면 충분히 종두의 잔혹성이 나오긴 하지만, 범죄자 집단의 무리에서 우두머리이기 때문에 그외 다른 것들을 만들고 싶었다. 표면적인 부분은 타투였고, 그것 말고 좀 더 이 무리 안에 우두머리의 장치가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살크업을 생각했다. 몸만 봐도 '저 사람 잘 치게 생겼다, 저 사람 진짜 싸움 잘하겠다'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근육을 쪼개서 몸을 좋게 만드는게 아니라 UFC 헤비급 선수들을 보면 몸이 굉장히 두껍다. 그런 몸을 원해서 음문석 배우와 제주도에 합숙하러 내려갔다. 난 살크업, 음문석 배우는 힐링 여행을 떠났다. 2주 동안 프로그램을 짰고, 합숙소를 하나 구해서 헬스장을 찾았고, 그렇게 둘이 지냈다"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운동했고, 하루에 2번씩 하는 루틴을 만들었다. 그리고 닭가슴살을 아는 형님께 받아서 하루 5끼를 먹었다. 그건 좀 힘들더라.(웃음) 눈 뜨자마자 운동 간단히 하고, 공기밥 하나에 계란 7개를 넣어서 간장이랑 비벼 먹는 등 그걸 3시간 주기로 했다"며 힘든 살크업 과정을 털어놨다.
서인국은 "나중에 회사 분들이 제주도로 놀러와서 만났는데, 내 몸을 보고 깜짝 놀라셨다. 왜 이렇게 돼 있냐고 하시더라"며 "거울로 봤을 땐 몸이 엄청 커졌다고 만족했는데, 타투를 하니까 쉐입이 생겨서 아쉬웠다. 스크린에선 내가 생각한 것보다 슬림하게 나왔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늑대사냥'에서 강렬하다 못해 무서운 눈빛을 드러냈는데, "원래 삼백안이 있어서 약간 콤플렉스였다. 우리나라는 인상을 중요시하는데, 어릴 때부터 '못 되게 생겼다'고 형들한테 시비도 많이 당하고, 많이 맞았다. 눈 그렇게 뜨지 말라고 하더라.(웃음) 그래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며 "근데 배우 일을 하면서 콤플렉스가 사라졌다. 배우로서 내 눈을 좋아해주시더라. 그전에는 선역을 많이 했고, 사랑하는 연기나 정의구현 캐릭터를 했다. 그때마다 '이 눈을 숨겨서 다음에 비밀병기로 언젠가 써 먹어야지' 생각했다. 그게 이번 작품에서 맞아 떨어졌다"고 답했다.
이어 "이번 작품을 하고 나서 '미남당' 첫방 전에 앨범을 냈다. '마이러브'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음문석 씨가 촬영했는데, 내가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고 아련하게 쳐다보다가 살짝 미소 짓는 장면이 있었다. 이때 음문석 씨가 '야 너무 무서워, 사랑하는 여자가 아니라 저 사람 죽이려고 하는 것 같아' 그러더라"며 캐릭터에 몰입한 나머지 생긴 부작용도 털어놔 웃음을 안겼다.
"살크업 하고 노출신을 찍었는데 부담스럽지 않았나?"라는 질문에는 "사실 별 신경 안 썼다. 몸이 좋은 상태로 노출하면 신경 썼을 텐데, 옷을 갈아입을 때도 뱃살이 그대로 나와 있었다. 그래서 신경 안 썼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목표는 덩치였다"며 개의치 않았다.
드라마에 비해 '노브레싱'(2013), '파이프라인'(2021)까지 영화 흥행은 실패했던 서인국. 그는 "솔직히 '늑대사냥' 반응이 좋으면 좋겠고, 사소한 것까지 노력이 들어가서 잘 됐으면 한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예전에는 흥행 욕심도 내고, 실패하면 속상해하고, 힘들어하고 그랬다. 그럼 지인들이 '너 드라마 항상 잘 됐잖아' 그러더라. 그건 정말 치사한 얘기다. 보통 잘 된 것만 기억하고, 안 된 작품은 기억 못 하신다.(웃음) 그래도 내 작품을 기억해 준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고마워했다.
또한 "지금은 어떤 흥행도 좋지만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 서인국의 모습과 연기 톤과 내가 본 시나리오의 느낌 등이 인정 받으면 좋겠다"면서도 "그래도 결론은 무조건 잘됐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멋진 척, 쓸데없는 소리였다. '늑대사냥' 잘 됐으면 좋겠다"며 솔직한 마음을 표했다.
"이번 변신에 만족하나?"라고 묻자 "난 만족한다. 타투도 그렇고 치아도 누렇게 하고, 그 과정이 굉장히 즐겁더라. 아침마다 분장을 준비하고 지우는 시간이 총 4~5시간 걸렸지만 그걸 무마할 정도로 악역 변신에 대한 만족도가 있어서 그것 또한 즐겁게 참을 수 있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편 '늑대사냥'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오는 2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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