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시도 안 하면…" FA 앞두고 대담한 변화, 팀도 자신도 살렸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2.09.29 15: 30

‘예비 FA’ LG 투수 임찬규(30)의 과감한 시도가 성공했다. 팀도 자신도 살린 변화였다. 
임찬규는 지난 28일 대전 한화전에서 6이닝 2피안타 1볼넷 1사구 7탈삼진 무실점으로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펼치며 LG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6이닝을 던진 것은 시즌 4번째인데 그 중 무실점은 처음이었다. 이 승리로 2위 LG는 1위 SSG에 다시 2.5경기 차이로 따라붙었다. 외국인 투수 아담 플럿코가 어깨 담 증세 이후로 이탈한 상황에서 임찬규가 마운드 운용에 숨통을 틔워주는 중요한 호투를 했다. 
완급 조절이 빛난 투구였다. 최저 108km 느린 커브뿐만 아니라 직구 구속도 최저 135km까지 떨어뜨리며 타이밍을 빼앗았다.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오히려 빠른 직구로 타자들의 허를 찔렀다. 이날 삼진 7개 중 5개가 직구를 결정구로 잡은 것이었다. 탈삼진 7개는 시즌 개인 최다 기록. 

1회말 LG 임찬규가 역투하고 있다. 2022.09.28 /jpnews@osen.co.kr

경기 후 임찬규는 “지난 롯데전(22일) 던지고 나서 경헌호 투수코치님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 경기 초반에 너무 많은 힘을 쓰는 것 아니냐며 완급 조절을 해보자고 말씀하셨다. 한 번도 시도를 해보지 않은 것이었지만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며 “초반에 직구를 전력으로 던지지 않고 중요할 때마다 전력으로 던졌다. 타자들이 직구를 안 치는 타이밍에 최대한 힘의 소모를 줄이면서 했고, 마지막까지 직구 힘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임찬규는 지난해 막판 140km대 후반 강속구를 되찾으면서 올 시즌 기대를 높였다. 첫 FA 자격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동기 부여가 큰 시즌이었지만 21경기(96⅔이닝) 6승10패 평균자책점 4.66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기복이 심했고, 긴 이닝 소화가 어려웠다. 6월에는 2군에서 조정기를 갖기도 했다. 오죽 답답했으면 다른 팀 후배 투수 원태인(삼성), 구창모(NC)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5회말 LG 임찬규가 역투하고 있다. 2022.09.28 /jpnews@osen.co.kr
지난 22일 잠실 롯데전을 마친 뒤 경헌호 투수코치와 대화를 통해 완급 조절을 시도하기로 결심했다. 임찬규는 “코치님께서 (남은 시즌 등판이) 2경기밖에 안 남았는데 이번에 시도 안 하면 내년에 다시 해야 한다. 마지막에라도 한 번 해봐야 하지 않겠냐고 말씀하셨다. 이렇게 시도한 것 자체가 의미 있는데 결과도 좋았다”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시즌이지만 마지막에라도 실마리를 찾았다는 점이 다행이다. 시즌 후 자신의 FA 가치도 높일 수 있고, 1위 추격을 벌이며 가을야구를 준비 중인 팀에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임찬규는 “확실히 변화가 없으면 반등하기 어렵다. 한 경기이지만 내용을 떠나 앞으로 야구 인생이 더 좋아질 것 같다”며 “내년 플랜이나 개인적인 야구 인생도 있지만 지금은 팀을 위해 시즌 마무리 피칭이 중요하다. 아직 순위가 결정나지 않았으니 마지막까지 팀을 위해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남은 시즌 임찬규는 한 차례 선발등판이 유력하다. 
5회말 무사 1,2루에서 LG 임찬규가 한화 유상빈을 투수 플라이 병살로 처리하며 미소짓고 있다. 2022.09.28 /jpnews@osen.co.kr
포스트시즌에선 선발이 4명만 필요하기 때문에 임찬규가 불펜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는 “결정권은 감독님께 있다. 주어진 상황에서 전력 투구하는 게 팀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다. 불펜으로 가면 최고 구속 한 번 내봐야죠”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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