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부산 국제영화제(BIFF)가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고 3년 만에 화려하게 컴백했다.
지난 5일 오후 부산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27회 BIFF 개막식을 선언하고 열흘간의 축제에 들어갔다.
배우 류준열과 전여빈의 사회로 문을 연 27회 부국제는 관객들이 객석을 가득 채우면서 시작부터 뜨겁게 열기를 끌어올렸다. 3년 만에 4~5천여 명의 인파가 몰려들면서 2019년 수준에 머금가는 영화제로 돌아왔다는 반응이 나온다. 실외 마스크 쓰기가 전면 해제됐고, 띄어앉기 및 인원 제한이 없어지면서 3년 만에 정상화에 도전했다.
이날 개막식을 시작하면서 영화인들은 올 5월 세상을 떠난 배우 강수연을 추모했다. 그녀가 한국영화계에 남긴 족적이 크기 때문에 선후배 동료 영화인들은 그녀의 빈자리를 크게 아쉬워했다.
사회를 맡은 전여빈은 “강수연 선배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제가 이곳에서 상을 받았던 2017년에 선배님이 저를 격려해 주셨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애틋한 감정을 전했다.
동반 사회를 맡은 류준열도 “한국영화와 부산 국제영화제를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강수연 선배님을 잊지 않겠다”고 깊은 애정을 담아 애도를 표했다.
류준열과 전여빈은 각각 부산영화제와의 첫 인연을 떠올렸다. 전여빈은 “‘죄 많은 소녀'로 찾아왔었다.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정말 행복한 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류준열이 “부산영화제는 시작하는 배우들에게 의미가 깊다”고 하자, 전여빈은 “더 나아가서는 더 괜찮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소망까지 품게 한다. 지난 3년간 코로나로 많은 관객들을 만나뵐 수 없어서 안타까웠다. 극장을 꽉 채운 관객들의 모습이 정말 감격적”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실수없이 차분하게 진행을 이어나갔다.
이에 류준열도 “이렇게 많은 관객들 앞에 서니 감격적이다.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즐거움을 오랜만에 느끼고 있다”면서 “저는 부산 영화제에 오면 혼자 영화를 관람하러 다녔다. 이곳에서 정말 좋은 영화를 많이 만났던 기억이 생생하다. 올해 부산영화제에서도 추앙할 영화를 만나뵙길 바라겠다”고 말했다.
올해는 71개국에서 242편을 초청했고, 커뮤니티비프 상영작으로 111편을 선정했다. 이에 총 353편이 7개 극장 30개 스크린으로 상영되는 것이다. 개막작은 이란의 ‘바람의 향기’(감독 하디 모하게흐), 폐막작은 일본의 ‘한 남자’(감독 이시카와 케이).
하디 모하게흐 감독이 출연하고 연출한 ‘바람의 향기’는 인간의 선의가 아직 남아 있는지 의심스러운 세태 속에서 사람에 대한 믿음을 확인시켜 주는 영화다. 27회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국내외 취재진 및 관객들에 이날 첫 공개됐다.
이날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부산영화제가 이란 영화의 발전을 도와주셨다. 그래서 이 영화제가 이란에게는 너무 중요하다”며 “부산영화제는 예술영화가 숨쉴 수 있는 기회와 자유를 줬다. 우리에게 바람을 불어주는 거 같다. 그게 이란영화 산업에도 중요하다”며 “이란 사람들, 영화 관계자들은 항상 부산 국제영화제에 참여하고 싶어한다”고 부산영화제에 대한 애착을 전했다.
한편 거장 감독들의 신작을 선보이는 아이콘 섹션에서는 올해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 홍상수의 ‘소설가의 영화’와 ‘탑’, 지아니 아멜리오의 ‘개미 대왕’(이탈리아), 자파르 파나히의 ‘노 베어스’(이란), ‘내가 꿈꾸는 나라’(프랑스), 브리얀테 멘도사의 ‘만찬’(필리핀), 루카 구아다니노의 ‘본즈 앤 올’(이탈리아), 루벤 외스틀룬드의 ‘슬픔의 삼각형’(스웨덴), 마틴 맥도나의 ‘이니셰린의 밴시’(영국), 클레르 드니의 ‘칼날의 양면’(프랑스), 노아 바움백의 ‘화이트 노이즈’(미국) 등을 공개한다.
지난해에 이어 스페셜 토크, 오픈토크, 야외 무대인사, 액터스 하우스, 마스터 클래스, 핸드 프린팅, 아주담담, 짧은 영화 긴 수다, 더 특별한 시네마 투게더 등 주요 행사가 예정돼 있다. 특히 액터스 하우스는 2021년 신설돼 올해도 열리게 된 만큼 고정 프로그램으로 정착했다.
/ purplish@osen.co.kr
[사진]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