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다크투어’가 한인 이민사 최악의 시련 ‘LA폭동’의 현장으로 떠났다.
지난 5일 방송된 JTBC ‘세계 다크투어’(기획 성치경, 연출 오재승)에서는 찬란했던 아메리칸 드림을 짓밟은 미국 현대사 최악의 인종 폭동 ‘LA폭동’을 통해 ‘공존’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이날 다크 투어리스트들은 김지윤 다크가이드와 함께 이민자들의 도시 LA에서 발생했던 인종 폭동 현장에 발을 들였다. 백인 경찰의 흑인 청년 과잉 진압으로부터 촉발된 인종 갈등은 ”지역에서 폭동이 발생했습니다“라는 뉴스와 함께 불이 번지듯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당시 LA에는 백인과 흑인의 갈등만큼 흑인과 한인의 대립 역시 치열했기에 한인타운도 폭동의 여파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평소 크고 작은 싸움을 지속적으로 벌여왔던 흑인과 한인의 감정은 상할 대로 상해 있었기 때문에 한인타운이 입은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다.
오랫동안 삶의 터전을 지켜왔던 한인들은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어버린 가게를 보고 말문을 잃었다. 돈을 벌겠다는 부푼 꿈을 가지고 피땀 흘려 일군 공간인 만큼 한인들이 느꼈을 상실감은 어마어마할 터. 희망찬 아메리칸 드림이 가져온 비참한 결말은 씁쓸함을 안겼다.
자신의 가게를 지키기 위해 3일 밤낮을 뜬눈으로 지새웠다는 실제 피해자의 증언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폭동이 점점 심화되는 동안 경찰들은 미국 내 부촌을 수호하고자 한인타운에서 인력을 철수시켰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다크 투어리스트들은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그 누구도 궁지에 몰린 한인들을 보호해주지 않는 암담한 상황. 이에 한인들은 절치부심하여 라디오를 통해 상황을 공유하고 직접 자경단을 조직해 가족과 이웃을 수호하고자 고군분투했다. 목숨이 위협당하는 일촉즉발의 순간에서도 ‘절대 사람한테 쏘지 말라’며 공격이 아닌 방어에 중점을 두고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자경단의 체계적인 모습이 감탄을 유발했다.
흡사 군대를 연상케 하는 한인 자경단, 일명 ‘루프 코리안’의 늠름한 모습은 절로 신뢰감을 불어넣었다. ”저 같은 전문가들은 딱 보면 안다“는 군필자 장동민의 생동감 넘치는 전술 분석이 더해져 현장감을 배가시켰다.
이와 함께 폭동의 피해를 입은 한인들이 LA 시청 앞에서 평화 시위를 진행하면서 시위의 기세는 점점 누그러졌다. 흑인과 한인을 비롯해 다양한 인종이 모여 예전의 터전을 복구하고자 화합하는 모습이 뭉클함을 선사했다.
봉태규는 계속해서 반복되는 인종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평화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어요“라는 말로 ‘공존’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했다. 전쟁터나 다름없는 위험한 광경 속에서 피어오르는 공존의 씨앗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한편 과거의 비극을 되짚어보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해결책을 찾아가는 JTBC ‘세계 다크투어’는 매주 수요일 오후 10시 30분에 방송된다./cykim@osen.co.kr
[사진] JTBC <세계 다크투어> 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