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사→수비요정→이도류…은퇴식에 담은 '야잘잘' 이대호의 22년 축약본 [오!쎈 부산]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2.10.08 20: 01

이대호는 이대호였다. 이대호의 은퇴경기는 22년 커리어의 축약본과 같았다. 이대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 보여줄 수 있는 모든 모습을 보여주며 마지막 경기를 마쳤다.
이대호는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LG 트윈스와의 올해 정규시즌 최종전이자, 커리어 은퇴경기에 4번 1루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팀은 3-2로 승리를 거뒀다.
래리 서튼 감독은 경기 전, “이대호의 별명이 조선의 4번 타자이지 않나. 그렇게 때문에 4번 타자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 야구와 부산 팬들에게 많은 것을 남긴 선수다. 오늘 엄청난 순간이 될 것 같다. 이대호 커리어에 작은 부분을 함께했지만 같이 축하를 해주고 싶다”라면서 이대호를 상징과도 같은 4번 타순에 배치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대호의 4번 배치는 이날이 올시즌 36번째 경기였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가 8회초 투수로 나와 LG 트윈스 고우석을 상대하고 있다. 2022.10.08 / foto0307@osen.co.kr

이대호는 첫 타석부터 4번 타자 해결사의 면모를 과시했다. 이대호는 1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등장해 가운데 담장을 직격하는 적시 2루타를 뽑아냈다. 올 시즌 101번째 타점이었다. 선취점이었다.
그리고 이대호는 모처럼 나선 1루수 자리에서 본연의 ‘수비요정’의 모습을 뽐냈다. 이대호는 2-2 동점이던 3회초 1사 1루에서 문보경의 강습 타구에 몸을 날렸다. 다이빙 캐치로 타구를 걷어낸 뒤 유려한 동작으로 2루로 송구해 선행주자를 잡았다. 1루 주자까지 아웃시키는 듯 했지만 첫 판정에서 세이프가 됐고 비디오판독 결과도 뒤집어지지 않았다. 계속된 2사 1루에서도 이대호는 오지환의 강습 땅볼 타구를 다시 한 번 몸으로 막아세웠다. 이대호는 오른손가락 통증을 호소하면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아웃시켰다. 베이스를 밟으려다가 다시 오지환에게 다가가서 태그아웃을 요청(?)하는 재밌는 장면도 연출했다.
이후 7회초 1사 1루 수비에서도 문보경의 느린 땅볼 타구를 끝까지 쫓아가서 허리를 숙여 잡아낸 뒤 1루수-유격수-투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처리했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가 1회초 1타점 2루타를 치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2.10.08 / foto0307@osen.co.kr
그리고 투수로 입단한 이대호는 자신이 입단할 때 포지션이었던 투수로 다시 돌아갔다. 8회초 선두타자로 LG에서 마무리 투수 고우석을 내세웠다. 그리고 고우석을 땅볼로 직접 처리하면서 스스로 아웃카운트를 책임졌다. 2001년 입단 당시에는 ‘경남고 에이스’라는 수식어로 프로에 입단했고 이후 어깨 부상으로 타자로 전향한 이대호였다.
이미 잔여경기 훈련 기간 동안 몇차례 투수로 연습을 하면서 준비를 마쳤고 경기 전 래리 서튼 감독 역시 "스페셜 이벤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결국 성사가 된 것. LG도 이에 화답해서 올해 최고의 마무리 투수인 고우석을 내세웠다. 이대호는 투수로 나서도 예리한 제구를 선보이면서 고우석을 투수 땅볼로 직접 처리했다.
다시 1루수로 돌아간 이대호는 9회 2사 2루, 상황에서 나온 유강남의 땅볼 때, 3루수 한동희의 원바운드 송구를 유려한 핸들링으로 걷어내면서 이날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직접 처리하며 은퇴 경기를 스스로 매듭지었다. /jhrae@osen.co.kr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가 1회초 1타점 2루타를 치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