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살타 신기록 '불명예'…두산, 쿠바에서 온 안타왕과 헤어지나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10.09 07: 13

‘병살타 1위’ 호세 페르난데스(33·두산)가 2022시즌 마지막 순간마저 병살타로 장식하며 씁쓸한 뒷맛을 남긴 채 KBO리그 4번째 시즌을 마쳤다. 당연히 내년 시즌 재계약 전망은 밝지 않다.
페르난데스는 지난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과의 정규시즌 최종전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무안타 침묵하며 중심타선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5일 잠실 SSG전 이후 3경기 만에 선발 출격한 페르난데스는 키움 에이스 안우진의 완급조절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1회 첫 타석 2루수 땅볼을 시작으로 4회 강승호의 안타로 맞이한 1사 1루서 유격수 병살타로 흐름을 끊었고, 7회 1사 2루 득점권 찬스서도 유격수 땅볼로 아쉽게 물러났다.

두산 호세 페르난데스 / OSEN DB

두산은 0-5로 끌려가던 마지막 9회 선두 김대한의 솔로홈런에 이어 정수빈-강승호의 연속 안타로 1사 1, 2루 추격 기회를 만들었다. 이후 페르난데스가 타석에 등장했는데 불길한 기운은 현실이 됐다. 좌완 김재웅을 만나 1B-2S에서 2루수 병살타를 치며 정규시즌 최종전을 그대로 종료시켰다.
페르난데스는 이날 병살타 2개를 추가하며 이대호(롯데)에 8개 앞선 이 부문 압도적 1위(34개)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종전 자신의 기록인 2020년 26개를 넘어 KBO리그 한 시즌 최다 병살타 기록을 다시 한 번 경신했다.
페르난데스의 시작은 창대했다. 2019시즌 혜성처럼 등장해 144경기 타율 3할4푼4리 197안타 15홈런 88타점으로 활약하며 통합우승에 일조했고, 이듬해 꿈의 200안타 도전까지 아쉽게 1개가 모자랐다. 첫해부터 2년 연속 안타왕을 차지한 그는 3시즌 통산 429경기 타율 3할3푼3리 566안타 51홈런 274타점 활약에 힘입어 2022시즌에 앞서 두산과 총액 110만달러에 재계약했다.
“두산에서 KBO 장수 외인 기록(7년)을 깨고 싶다”는 야심찬 각오로 4년차 시즌을 출발한 페르난데스. 그러나 급격한 기량 저하 탓에 목표와 점점 멀어지는 경기력이 나왔다. 장타력, 컨택 능력, 주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며 무서운 속도로 병살타를 적립해나간 것이다. 올해도 139경기 타율 3할9리 157안타 6홈런 77타점을 기록하며 4년 연속 3할 타율에 성공했지만 압도적인 병살타로 인해 기록이 빛을 보지 못했다.
페르난데스의 재계약 전망은 밝지 않다. 어떻게 보면 두산은 지난달 중순부터 그와 헤어질 결심을 한 듯하다. 가을야구 진출 실패와 함께 페르난데스를 벤치에 앉히고 거포 기대주인 김민혁에게 기회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꾸준함의 대명사였던 페르난데스는 보름 동안 대타로 경기에 나섰다.
사령탑을 비롯해 구단의 선수를 향한 기대치도 이미 많이 떨어진 상태다. 물론 올해도 정상급 타자의 상징인 3할 타율을 기록했고, 큰 부상 없이 꾸준히 경기를 소화했지만 큰돈을 들여 데려오는 외국인선수이기에 지금의 실력으로는 재계약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태형 감독 또한 "기량이 떨어진 게 눈에 보인다. 공에 대한 반응이 확실히 떨어졌다"라며 동행이 힘들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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