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호와 아섭, 롯데에 뼈를 묻어야 했는데" 과거 들춘 레전드, 신동빈 회장은 응답할까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2.10.09 16: 48

“강민호와 손아섭 모두 롯데에 뼈를 묻어야 할 선수들이었다.”
롯데의 레전드 이대호는 마지막 떠날 때까지 롯데의 미래를 걱정했다. 그리고 은퇴식을 보러 온 구단주를 향해서도 직언을 했다. 과거의 치부를 들추면서까지 롯데가 앞으로는 더 강해지고, 앞선 과거의 판단을 반복하지 않기를 강조했다.
이대호는 지난 8일 은퇴식을 갖고 22년의 현역생활을 마무리 했다. 그의 등번호 10번은 故 최동원의 등번호 11번 옆에서 나란히 영구결번이 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대호에게 글러브를 선물 받고 기뻐하고 있다. 2022.10.08 / foto0307@osen.co.kr

2012~2015년 일본프로야구, 2016년 메이저리그 무대를 경험한 것을 제외하고 한국에서는 ‘원클럽맨’이었다. 고향팀 롯데에서 우승을 꿈꿨고 그 열망 하나로 해외무대 생활도 마무리 짓고 돌아왔지만 끝내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일본 소프트뱅크 시절 일본시리즈 우승은 차지한 바 있던 이대호다. 그러나 그는 “정말 우승하고 싶어서 돌아왔는데 후배들에게 짐을 맡기고 도망가듯 떠나는 게 미안하다. 일본에서 우승을 하고 너무 좋았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꿈이었던 롯데에서 우승을 했으면 더 많이 울고 부산 팬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팬들에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떠나게 돼서 미안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대호의 개인 능력으로 팀을 이끄는 것도 한계가 있다. 사실 이대호가 있던 시절 우승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이대호는 꾸준히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모두 첫 관문을 넘어서지 못했다.
사실 그 당시의 라인업은 롯데에 다시 없을 황금기였다. 이대호의 조력자들이 라인업에 즐비했다. 강민호(삼성), 손아섭(NC), 황재균(KT), 조성환, 홍성흔(이상 은퇴), 전준우 등 이대호를 피하더라도 위협적인 타자들이 많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대호 은퇴경기장을 찾아 응원을 하고 있다. 2022.10.08 / foto0307@osen.co.kr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결국 이대호와 전준우만 남았다. 강민호, 손아섭, 황재균 모두 FA 시장에서 롯데를 따났다. 시장과 당시 상황을 고려해야 하지만 롯데 입장에서는 모두 이대호 뒤를 이을 프랜차이즈 스타감을 모두 떠나보냈고 그들의 역사도 단절됐다. 가을야구 진출도 버거운 전력이 됐다.
결국 이대호는 떠나는 날까지 쓴소리를 했다. 과거의 치부를 들추면서 롯데의 미래를 걱정했다. 그는 은퇴식 전 기자회견에서 직접적인 사례를 언급했다. “(강)민호는 삼성에 있어서는 안될 선수다. 민호와 (손)아섭이 모두 롯데에 뼈를 묻어야 하는 선수들이었다. 그 선수들이 떠날 때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 ‘비밀번호’라고 불리던 힘든 시기를 같이 겪었다. 그런 선수들이 롯데에 없다는 것 자체가 선배로서 안타깝다”라면서 “특히 민호는 제 뒤에 롯데에서 은퇴식을 해야 할 선수인데 안타깝다. 이제는 롯데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안가길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경기 후 은퇴식 행사에서 은퇴사를 읊으면서도 그는 “롯데 자이언츠 관계자 여러분께도 그동안 감사했다는 말씀 드립니다”라면서도 “앞으로 더 과감하게 지원해주시고 특히 성장하고 있는 후배 선수들이 팀을 떠나지 않고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잘 보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강해지는 롯데 자이언츠로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드립니다”라고 강조했다. 더 이상 프랜차이즈급 스타들이 팀을 떠나지 않기를 바랐다.
롯데 강민호-이대호 2011.09.20 /jpnews@osen.co.kr
이대호의 말은 결국 롯데의 향후 오프시즌 행보를 관통하는 말이다. 과감한 투자로 팀 전력을 강화하고 앞으로 팀을 대표하는 스타들을 향한 적절한 평가와 대우에 대한 얘기였다. 또한 은퇴식 행사를 끝까지 지켜본 뒤 이대호에게 직접 영구결번 커플반지를 선물한 신동빈 구단주를 향한 직언이기도 했다. 
올 시즌이 끝나면 이제 양의지, 유강남, 박동원, 노진혁 등 롯데가 눈독을 들일만한 FA 자원들이 시장에 나온다. 과감한 투자와 지원으로 이들을 데려온다면 롯데의 전력도 급상승할 수 있다. 내년이 끝나면 전준우, 안치홍이 두 번째 FA 자격을 얻는다. 투수 박세웅은 올 시즌이 끝나고 군 입대를 해야하지만 전역 이후 곧장 FA 자격을 얻는다. 
롯데는 돈이 없는 구단도 아니고 오너 역시 야구에 관심이 많다. 돈을 풀 때는 풀었지만 최근에는 그룹 자체의 긴축 기조로 돈을 쓸 수 없는 환경이었다. 과연 이대호의 직언은 과연 롯데의 향후 행보에 변곡점이 될 수 있을까. 신동빈 구단주는 이대호의 쓴소리에 응답할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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