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시점에 나간다고...".
KIA 타이거즈가 4년 만에 가을무대에 올랐으나 하룻만에 끝났다. 지난 13일 KT 위즈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2-6으로 패했다. 야심차게 업셋을 노렸으나 투타에서 완패했다. 수원KT위즈파크를 가득메웠던 KIA팬들은 너무 짧았던 가을여행에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었다.
젊은 선수들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가슴 떨리는 가을무대였으나 한 판만에 끝나면서 무대를 밟지도 못한 이들이다. 2년 연속 30세이브 달성한 마무리 정해영, 상무에서 복귀와 동시에 강력한 구위로 5위 싸움을 견인한 좌완 김기훈, 역시 마지막 경기에서 3안타를 때린 슈퍼루키 김도영이었다.
2-3으로 뒤진 가운데 7회 전상현, 8회 장현식에 이어 정해영이 등장하는 공식이 예상됐다. 7회 전상현과 이준영이 잘 막았다. 8회 장현식이 아닌 선발 이의리가 나왔다. 이의리는 볼넷 3개를 허용했다. 뒤늦게 등판한 장현식이 싹쓸이 2루타를 맞고 3실점했다. 최연소 50세이브와 타이거즈 최초로 2년연속 30세이브를 따낸 정해영은 씁쓸하게 지켜봐야 했다.
복귀 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04의 특급피칭을 했던 김기훈도 대기했다. 이준영과 더불어 좌타자들을 저격하는 임무를 받았다. 이준영은 7회말 한 타자를 가볍게 처리하고 제못을 했다. 그러나 8회 이의리의 제구가 흔들리면서 승기를 건넸고 등판시점이 허락되지 않았다. 입맛만 다시는 상황이었다.
김도영은 대주자 기용이 예상됐다. 5위 싸움의 분수령이었던 7일 경기에서 대주자로 나서 도루를 성공시키는 능력을 발휘했다. 경기전에 "중요한 순간에 (대주자로) 나설 것 같다. 준비 잘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그 중요한 시점이 찾아오지 않았고, 그대로 시즌을 마감해야했다.
결국 벤치와 불펜에서 하루짜리 가을을 지켜봤지만 내년에는 진짜 가을데뷔전 기회를 만들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해영은 3년 연속 30세이브와 통산 100세이브에 도전한다. 올해까지 67세이브를 수확해 33세이브를 추가하면 의미있는 기록을 달성할 수 있다.
김기훈은 내년 시즌 강력한 선발후보로 경쟁에 나선다. 투구밸런스를 찾고 구속도 회복하고 돌아왔다. 제구와 멘탈까지 좋아졌다. 입단시절 기대했던 특급좌완의 구위를 보여주었다. 중간보다는 선발투수로 이의리와 함께 양현종의 후계자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김도영은 아쉬운 데뷔시즌이었지만 부상으로 빠진 3주를 제외하고 풀타임 1군이었다. 대주자와 대수비로 1군 선수 능력을 인정받았다. 타격도 적응 가능성을 높였다. 김도영이 라인업이 자리를 잡는다면 KIA 타선이 그만큼 강해진다는 의미이다. 팬들은 내년 가을무대를 누비는 슈퍼루키를 보고 싶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