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서 감독 수명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한 번 1군 감독을 맡으면 물러난 뒤 현장에 돌아오기 쉽지 않다. 단장으로 프런트가 되거나 KBO 운영 및 기술위원, 아니면 방송 해설가로 빠진다. 1군 감독 출신 인사가 코치나 다른 현장 보직으로 유니폼을 입는 케이스가 눈에 띄게 줄었다.
과거에는 감독 출신 코치나 2군 감독이 적지 않았다. 1984년 롯데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강병철 감독은 1988~1990년 3년간 빙그레 수석코치를 맡았고, 7개팀에서 1군 사령탑을 지냈던 김성근 감독도 해태와 삼성의 2군 감독, LG의 2군 감독과 1군 수석코치를 지낸 시절이 있었다.
김용희 전 SK 감독도 롯데와 삼성에서 감독직을 내려놓은 뒤 삼성 1군 수석코치, 롯데 1군 수석코치, 2군 감독, SK 2군 감독으로 현장을 누볐다. 양상문 전 롯데 감독 역시 2005년 롯데 사령탑에서 물러난 다음 LG 투수코치를 거쳐 롯데에서 2군 감독, 1군 투수코치로 활동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감독 출신 코치는 양상문, 이순철, 김성한, 한대화, 조범현, 이종운, 조원우 등 7명에 불과했다. 과거보다 지도자 풀이 늘었고, 세대 교체로 젊은 감독들이 등장하면서 1군 감독 출신 인사들의 설자리가 갈수록 좁아졌다. 잠재적 감독 후보를 품어 옆에 둘 ‘거물급’ 감독도 많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1군 감독 출신 68명 중 프로팀 코치나 2군 감독으로 현장에 돌아온 인사는 22명으로 재취업 확률이 32.4%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흐름이 바뀌고 있다. ‘국민 타자’ 이승엽 감독을 깜짝 선임한 두산에 김한수 전 삼성 감독이 1군 수석코치로 합류하고, 김기태 전 KIA 감독도 KT 2군 감독으로 선임돼 KBO리그에 복귀했다. 김한수 수석코치는 2019년 삼성에서 물러난 뒤 3년 공백을 깨고 돌아왔고, 김기태 감독은 최근 2년간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 2군 수석코치와 1군 타격코치를 거쳐 KBO리그에 컴백했다.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이 코치나 2군 감독을 맡는 것은 강병철 전 감독, 조범현 전 감독에 이어 3번째.
감독과 특수 관계가 작용했다. 이승엽 감독보다 5살이나 많은 김한수 수석은 삼성에서 같은 선수로 시작해 코치-선수, 감독-선수로 인연을 이어갔다. 이승엽 감독이 일본 요미우리에서 뛸 때 김 수석이 같은 팀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을 만큼 신뢰가 두텁다. 김기태 감독은 이강철 KT 1군 감독의 광주일고 2년 후배로 오래 전부터 절친한 관계.
단순 친분만으로 중요 직책을 맡기진 않는다. 김한수 수석은 타격코치 시절 탁월한 지도력으로 삼성 왕조에 힘을 보탰다. 3년간 감독 경험을 통해 코치 경험 없이 감독이 된 이승엽 감독을 보필할 최적의 수석코치로 꼽힌다. 김기태 2군 감독도 2017년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명장 출신으로 젊은 선수 발굴과 육성에 일가견 있다.
올해 KBO리그 최초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이끈 SSG에도 감독 출신 코치로 조원우 1군 벤치코치가 있다. 2016~2018년 롯데 감독을 지냈던 조 코치는 지난해 김원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SSG의 2군 감독에 선임됐다. 쌍방울, SK 선수 시절 맺은 인연이 이어졌다. 조 코치가 롯데 사령탑일 때 김 감독이 롯데 수석코치, 투수코치를 맡을 정도로 끈끈한 사이. 조 코치는 지난해 8월 벤치코치로 1군에 올라와 지금까지 김 감독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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