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km’ 사이드암, 방출 통보됐지만 매력있는 투수다…9이닝당 탈삼진 12.86개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2.10.20 10: 35

 지난해 9월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LG 경기였다. LG가 8-1로 크게 앞선 8회 1루측 불펜에서 사이드암 투수가 등판했다.
삼진-삼진-볼넷-볼넷-볼넷-삼진. 장단점이 명확하게 드러난 투구였다. ‘옆구리’ 투수임에도 최고 155km의 강속구를 던졌지만 제구가 문제였다.
LG 투수 류원석(33)이었다. 올 시즌에는 1군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한 류원석은 지난 12일 발표된 LG의 방출 선수 명단에 포함됐다. 150km가 넘는 빠른 볼을 던지지만, 제구에서 영점을 잡지 못했다.

류원석의 야구 인생이 이대로 끝나기에는 걸어온 길이 너무나 파란만장하다. 류원석은 서울고와 인하대 시절에 팔꿈치 수술을 3차례나 받았다. 투구폼을 바꾸기도 했고, 끝까지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2013년 남들보다 늦은 나이이지만 육성선수로 LG에 입단했다.
첫 해 2군에서 뛰었고 이후 군 입대를 하고서 병역 의무를 마쳤다.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해서는 부상으로 2년 가까이 재활군에서 시간을 보냈다.
입단 첫 해 2013년 퓨처스리그 7경기에 등판했던 류원석은 2018년이 되어서야 다시 2군 경기에 출장했다. 기나긴 시간을 견뎠다. 4경기 4이닝을 던지며 3피안타 5볼넷 6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2018시즌이 끝나고 가을 마무리캠프 명단에 포함됐고, 빠른 구속으로 코칭스태프의 눈길을 끌었다. 2019년 2군에서 18경기 등판해 4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3.35를 기록했다. 37⅔이닝을 던져 24볼넷 50탈삼진으로 제구가 조금 좋아졌다.
그 해 9월, 우리 나이로 서른에 드디어 1군 데뷔전을 치렀다. 2경기 3⅓이닝 2피안타 5볼넷 4탈삼진 2실점,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했다.
2020년 2군에서 점점 나아졌다. 20경기에서 23⅔이닝을 던지며 9피안타 26볼넷 47탈삼진을 기록했다. 안타는 적게 맞았지만 볼넷이 많은 편. 150km가 넘는 공으로 많은 탈삼진을 잡아냈다.
하지만 1군 무대에서는 제구 난조가 더 심했다. 2020년 1군에 콜업돼 4경기에 등판했는데, 4⅔이닝 8피안타 11볼넷 5탈삼진. 평균자책점 11.57로 부진했다.
지난해도 1군에선 시즌 막판인 9월에 6경기(6이닝) 기회가 주어졌다. 6이닝 1피안타 9볼넷 8탈삼진 4실점. 피안타, 볼넷, 탈삼진 숫자가 기형적이다.
류원석은 1군에서 통산 12경기 14이닝을 던지며 11피안타 25볼넷 17탈삼진을 기록했다. 2군 통산 기록은 86경기 112이닝 71피안타 100볼넷 160탈삼진이다. 2군에선 9이닝당 탈삼진 숫자는 12.86개로 뛰어나다. 반면 볼넷도 9이닝당 8.04개로 엄청 많다.
류지현 감독은 지난해 제구가 불안한 류원석을 향해 조언하며 격려했다. “20~30구를 던지며 안 맞고 잡으려 하지 말고, 10개를 던지며 타자가 치게 해서 잡는 방법”으로 생각을 조금 바꿔보라고 했다.
올해 2군에서 변화를 시도했으나, 9월에서야 시즌 첫 등판을 했고 7경기 4이닝 투구에 그쳤다. 준비와 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은 것. 시즌 후 더 이상 LG에서 기회가 없었다. 차명석 단장은 류원석의 나이도 많고, 팀내 투수 뎁스가 두터워 어쩔 수 없었다는 설명이었다.
장단점이 확실하다. 단점을 어떻게든 바로잡는다면, 원석에서 보석이 될 수 있다. 새로운 팀에서 분위기 전환, 터닝 포인트를 잡을 수 있다면 도약이 가능할 수도 있다. 적은 비용으로 복권을 긁어보는 심정으로 관심 가질 팀이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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