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루 겸업 본격 준비?…'포스트 이대호'는 거포 3루수가 될 수 없는 걸까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2.10.22 10: 20

‘포스트 이대호’ 한동희(23)는 롯데는 물론 한국 야구계 모두가 거포 3루수로 자리 잡아주기를 바라는 자원이다. 롯데의 3루 고민을 해결해 줄 적임자였던 한동희는 정말 3루수로 자리잡기 힘든 것일까.
한동희는 올해 화려하게 시즌을 시작했다. 4월 한 달 간 타율 4할2푼7리(89타수 38안타) 7홈런 22타점 OPS 1.249의 성적으로 월간 MVP를 받았다. 이대호의 은퇴 시즌, 본격적인 후계자의 왕관을 자처해서 쓰는 듯 했다.
하지만 4월의 기세는 완전히 꺾였다. 여기에 5월 들어서 옆구리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다녀왔고 돌아와서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온전한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두 차례의 부상은 올해 한동희가 완벽한 후계자로 거듭나는데 걸림돌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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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희는 팀의 사정상 온전하지 않은 몸을 이끌고 경기에 나섰다. 햄스트링을 다쳤지만 계속 1군에 머물렀다. 대타로 대기하다가 다시 선발로 출장하기를 반복했다. 결국 한동희는 부상을 사실상 달고 한 시즌을 완주했다.
결국 한동희의 파워가 온전히 발휘될 수 없었고 6월부터 전반기가 끝날 때까지 주루플레이가 힘들었다. 부상으로 제대로된 훈련 없이 경기만 치르다 보니 체격이 급격히 불었다. 체중이 불어나며 순발력 등 운동능력이 둔화됐다. 더불어 낮은 발사각도로 땅볼 타구가 많은 한동희의 타격 스타일까지 더해졌다. 극악의 조합이었다.
한동희는 4월의 뜨거웠던 기세를 잇지 못했지만 129경기 타율 3할7리(499타수 140안타) 14홈런 65타점 OPS .817의 성적을 남겼다. 커리어 첫 3할 타율에 OPS .800의 문턱을 넘었다. 또한 한 시즌 최다안타까지 기록했다. ‘스탯티즈’ 기준 wRC+(조정 득점 생산력)은 풀타임 시즌을 치르기 시작한 2020년부터 꾸준히 우상향 중이다(108.5→119→129.2).
타격 컨디션에 영향을 끼친 것보다 수비력에서 부상 후유증이 제대로 찾아왔다. 올해 한동희의 수비력은 우려스러운 수준이었다. 19개의 실책을 범했다. 내야수 중 유격수 포지션을 제외하고는 최다 실책이다. 2020년 973이닝, 2021년 992⅓이닝을 소화했고 올해는 975이닝을 책임졌다. 이닝은 엇비슷한 상황에서 실책만 늘어났다.
그동안 한동희의 실책은 송구 실책의 비중이 더 컸다. 클러치 상황에서의 실책은 팬들의 뇌리에 깊이 박혔다. ‘한동희=수비 못하는 선수’의 프레임이 씌워지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 해설위원은 “한동희의 송구 부담이 큰 것 같다. 저렇게 해서는 3루수를 할 수 없다. 1루 전향도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한다”라고 한동희의 송구 능력에 아쉬움을 표시하면서 포지션 전향에 대한 운을 띄웠다.
김해 상동 구장에서 열리고 있는 마무리 캠프에서 1루수 훈련을 받고 있는 한동희
실제로 한동희는 정규시즌 순위가 결정된 이후인 지난 5일 창원 NC전 1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아마추어 시절은 물론 프로에 입문한 뒤에도 1루수를 안해본 것은 아니기에 전향에는 큰 무리가 없다.
그리고 현재 김해 상동구장에서 진행 중인 마무리캠프에서 한동희는 1루 미트를 끼고 펑고를 받으면서 1루 수업을 조금씩 받고 있다. 그동안 한동희가 수비 펑고를 3루수로 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본격적인 1루 겸업을 준비하는 상징적인 장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구단 내부에서는 여전히 ‘3루수 한동희’의 가능성을 놓지 않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올해 부상 때문에 시즌 중에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했다. 1루 전향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만 다시 살을 빼고 제대로 훈련한다면 3루수로 다시 괜찮아질 수 있다”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현실적인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당장 1루 자리에는 정훈, 전준우, 안치홍 등 베테랑 선수들이 대기하고 있다. 한동희까지 1루 전향이 본격화 된다면 포지션 적체 현상을 피할 수 없다. 3루 자리에 김민수라는 또 다른 거포형 유망주가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1루 전향이 옳을 수는 있지만 당장 롯데가 원하는 그림은 아니다.
어쨌든 한동희가 당장 3루수로 자리 잡는 게 롯데로서도 한국 야구로서도 최상의 시나리오다. 부상을 완전히 다스리고 완벽한 몸 상태를 만들어 다시 한 번 3루수 자리에서 도전하면 된다.
과연 한동희는 모두가 바라는대로, 거포 3루수의 계보를 다시 잇는 부활의 한 해를 만들 수 있을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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