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포구 실책→짜릿한 결승타…가슴 쓸어내린 11년차 PS 초짜, "3000번 했던 동작이었는데..."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2.10.22 17: 15

필라델피아 필리스 진 세구라(32)의 첫 포스트시즌은 파란만장하게 흘러가고 있다.
지난 2012년 LA 에인절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세구라는 밀워키 브루워스에서 커리어를 꽃피웠다. 이후 애리조나, 시애틀, 필라델피아까지 소속 팀을 옮겨다니며 11년 동안 1328번의 정규시즌 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세구라는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다. 포스트시즌 경기를 한 번도 치르지 않고 정규시즌을 가장 많이 소화한 선수였다. 역대 최장 기간 포스트시즌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한 선수였다.
올해 역시도 세구라의 운명은 정규시즌에서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필라델피아가 극적으로 와일드카드 3위로 포스트시즌에 턱걸이 하면서 세구라의 숙원이 이뤄지게 됐다. 지난 8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와일드카드 시리즈 1차전은 세구라의 가을야구 데뷔전이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첫 포스트시즌에도 세구라는 제 몫을 해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22일(이하 한국시간)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 파크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서 세구라는 말 그대로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롤러코스터 같은 하루를 보냈다.
필라델피아가 주도하는 흐름으로 진행된 경기. 하지만 세구라가 흐름을 망칠 뻔 했다. 1-0으로 앞서던 4회초 1사 1,3루의 위기 상황. 제이크 크로넨워스의 유격수 땅볼이 나왔다. 병살 기회였다. 하지만 세구라는 유격수 브라이슨 스캇의 토스를 잡아내지 못했다. 2루심의 첫 판정은 아웃이었지만 샌디에이고의 비디오판독으로 판정은 세이프로 번복됐다.
세구라가 정상적인 포구를 했다고 하더라도 타구 자체가 느렸기에 병살타로 연결돼 이닝이 종료되기는 힘들었을 터. 하지만 최고 2아웃이 되어야 할 상황이 1사 1,2루의 위기로 증폭 됐다. 그러나 세구라의 실책에도 불구하고 마운드의 레인저 수아레즈는 후속 윌 마이어스와 주릭슨 프로파를 모두 범타 처리했다. 세구라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경기 후 세구라는 NBC스포츠 필라델피아 등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000번도 더 했던 플레이였는데 어째서인지 놓치게 됐다”라고 겸연쩍게 말했다.
이후 동료들이 세구라에게 만회의 기회를 만들어줬다. 이어진 4회말, 선두타자 브라이스 하퍼가 우전 안타로 출루했지만 닉 카스테야노스의 병살타로 2아웃이 됐다. 하지만 알렉 봄의 중전안타, 브라이슨 스캇의 우익수 방면 2루타로 2사 2,3루 기회가 찾아왔다. 세구라는 1볼 2스트라이크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샌디에이고 조 머스그로브의 83.6마일의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걷어올려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뽑아냈다. ‘스탯캐스트’에 의하면 세구라가 쳐낸 슬라이더는 지면에서 불과 0.99피트(약 30c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공이었다. 세구라의 배드볼 히팅이 이날 경기의 결승타로 연결됐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동료 포수 J.T. 리얼무토는 “세구라가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브레이킹 볼을 가장 잘 치는 타자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우리 덕아웃에서는 ‘샌디에이고가 세구라에게 브레이킹 볼을 던졌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라고 농담을 했다. 그렇게 칠 수 있는 타자는 많지 않다”라며 세구라의 능력에 혀를 내둘렀다.
4회초의 실책과 4회말의 적시타는 세구라를 또 다른 기록으로 이끌었다. 역대 포스트시즌에서 한 이닝에서 실책과 타점을 동시에 기록한 최초의 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1루수로 세구라 곁에 있던 리스 호스킨스는 NBC스포츠 필라델피아에 “세구라가 레인저 수아레스에게 다가가서 ‘타구 하나를 더 보내라’라고 말했다. 그런 정신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세구라가 해내는 것을 지켜보니 정말 멋졌다”라고 칭찬했다.
세구라는 “경기 초반 실책을 했을 때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경기를 치르다 보면 만회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실수가 마음 속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신경썼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세구라는 7회초 2사 1루에서 김하성의 우전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걷어냈다. 그리고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하며 포효했다. 위기를 차단했고 승기를 굳히는 결정적인 수비였다. 그는 “온 몸에 불이 붙은 것 같았다. 그냥 분출하고 싶었다. 관중석에 4만5000명 가량의 관중들과 함께하고 있는데 그런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잘못된 스포츠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자연스러운 포효였다고 설명했다. /jhrae@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