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파행-예고된 파국...MLB 월드투어 취소, 모두가 피해자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2.10.29 13: 54

예고된 파국이었고 그리 놀랍지 않다. 기대를 모았던, 하지만 실상은 기대가 그리 되지 않았던 메이저리그 월드투어는 결국 무산됐다. KBO, 야구팬 등 월드투어를 기대했던 모두가 피해자가 됐다.
MLB 사무국은 29일 오전, KBO에 ‘주최사와 계약 이행 이슈 등의 이유로 MLB 월드투어를 공식 취소했다’라고 통보했다. 11월 11일부터 15일까지, 부산과 서울에서 메이저리그 올스타와 KBO 영남 연합팀 및 올스타와 총 4경기를 치르려고 했던 월드투어의 공식 일정은 이로써 모두 사라졌다.
MLB 인터내셔널 짐 스몰 부사장은 국내 홍보대행사를 통해 “그동안 MLB는 한국 내 이벤트 프로모터와 계약 관련한 몇 가지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해 시간을 가지고 노력해왔다” 라고 밝히며, “안타깝게도, 현실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한국의 팬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높은 수준의 경기를 마련하기 힘들다고 판단하여, 예정되었던 투어 일정을 취소해야만 하는 상황이다”라고 취소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예정되었던 이벤트의 취소를 결정하게 된 것에 대해 한국 팬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MLB와 KBO는 오랜 기간 함께 야구 발전을 위한 많은 노력들을 지속해 왔다. MLB는 허구연 총재님, 그리고 부산광역시를 비롯하여 MLB 월드투어를 준비해 주신 모든 기관 및 단체의 그동안의 노력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MLB는 이분들과 함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가까운 시일 내에 한국에서 경기를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KBO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 KBO는 엄밀히 말해 대회 프로모터 측이 초청한 초청팀의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월드투어 참가 선수 구성에 협조했다. 아울러 일단 한국시리즈 일정을 월드투어 전에 모두 마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정규시즌 막판 잇따른 우천 취소 경기가 나왔을 때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KBO의 노력도 대회 취소로 물거품됐다.
사실 대회가 개최되더라도 파행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예감은 누구나 할 수 있었다. 이미 대회 개최가 발표된 시점, 그리고 KBO와 조율하는 과정부터 대회 주최 측의 미숙한 민낯이 드러났다. 판은 벌려놓았지만 이후 스폰서 선정, KBO와의 선수 차출 협의, 중계사 선정 등 시행착오를 겪었다. 간신히 월드투어 개최의 제반사항들을 해결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월드투어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면면이었다.
지난 9월 중순, 부산에서 열린 월드투어 기자회견에서 대표 선수들이 공개돼 관심을 집중시키고 흥행 예열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대표 선수 명단은 발표되지 않았다. 짐 스몰 부사장은 “명예의 전당급 선수들, 젊은 선수들 모두 큰 관심을 보였고 한국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한국 팬들이 알고 있는 많은 선수들이 참가할 예정”이라고 운을 띄웠다. 하지만 내심 이 자리에서 명단 일부가 공개되길 바랐던 KBO와 주최 측은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짐 스몰 부사장의 말과 반대로 실상은 달랐고 관심은 차가웠다. 김하성(샌디에이고), 최지만(탬파베이), 박효준, 배지환(이상 피츠버그), 다린 러프(뉴욕 메츠) 등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선수들의 명단이 공개됐지만 ‘빅네임’은 없었다. 살바도르 페레즈(캔자스시티), 랜디 아로자레나(탬파베이), 스티븐 콴(클리블랜드) 정도가 그나마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익숙한 선수였다.
메이저리그 사무국 및 선수노조, 그리고 프로모터 측은 이번 월드투어를 ‘휴양’ 개념으로 생각해 당근책들을 제시했다. 한국 도착 직전인 11월 6~8일, 하와이에서 팀 훈련이 예정되어 있다고 했지만 사실상 선수들의 휴가 개념이었다. 그럼에도 선수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 앨버트 푸홀스(세인트루이스) 등 슈퍼스타들을 참가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들은 모두 한국행을 고사했다. 
여기에 월드투어에 대한 국내 야구 팬들의 민심이 돌아선 결정적 계기는 티켓 가격 발표 이후였다. 최소 6만원부터 최대 39만원까지 달하는 티켓 가격은 메이저리그 슈퍼스타들이 더러 참석을 한다고 해도 일반 팬들에게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이 가격 책정에 대해서 KBO 측은 “비싸다. 가격을 내려야 한다”라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하지만 대회 주최사는 “이 정도 가격은 받아야 한다. 가치 있는 대회를 치를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야구 팬들은 터무니없는 티켓 가격에 월드투어를 외면했다. 그리고 이들의 호언장담도 결국 허풍으로 끝나게 됐다.
프로모터 측의 무리한 진행,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태도, 그리고 저조한 티켓 판매 등 불협화음이 계속됐다. 결국 팬들은 더 이상 외면할 필요도 없이 이벤트 자체가 열리지 않게 됐다. 모두가 파행을 예고했던 월드투어다. 그리고 파행은 파국으로 치닫으면서 모두의 실망감만 안기게 됐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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