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박종훈의 첫 KS 불펜 등판 "무사 2루 부담없었다. 왜냐면..." [KS]
OSEN 홍지수 기자
발행 2022.11.05 07: 30

“이판사판이었는 데, 이렇게 잘 해줄지는 몰랐다.”
SSG 랜더스 ‘잠수함’ 투수 박종훈이 김원형 감독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감독 뿐만 아니라 본인도 놀랐다. 선발이 아닌 불펜투수로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른 적이 처음이었는데,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100% 해냈다.
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키움 히어로즈와 3차전에서 SSG는 7회까지 0-1로 끌려갔다. 그러다 8회초 후안 라가레스의 역전 투런이 터져고, 1점 리드를 지켜야 했다.

4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열렸다.8회말 2사 1, 3루 상황 키움 김태진을 삼진으로 이끈 SSG 투수 박종훈이 기뻐하고 있다. 2022.11.04 / dreamer@osen.co.kr

8회말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한 고효준이 이정후에게 2루타를 내줬다. 바로 동점 위기에 몰렸다. 그러자 SSG 벤치는 바로 박종훈을 올렸다. 선발 요원이지만, 단기전에서 그의 자리는 불펜이었다. 이 상황에 대해서 경기 후 박종훈은 “그런 게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박종훈은 고효준을 구원 등판해 첫 상대 야시엘 푸이그를 2루수 땅볼로 잡았다. 이어 김혜성을 유격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이지영에게 볼넷을 내주며 긴장감이 흘렀지만 김태진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하며 덕아웃으로 향했다.
경기 후 김원형 감독은 “구위를 믿었다. 무사 2루 상황에서 타선을 막으려고 했다. 뒤에 투수는 있었지만 박종훈의 구위를 믿고 1점은 줘도 된다고 생각하고 올렸다. 이렇게 큰 일을 해낼줄은 몰랐다. 불펜으로 처음이지 않을까 싶은데 긴장되는 상황에서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고 칭찬했다.
박종훈은 지난 2018년 한국시리즈 2경기 선발 등판했다. 하지만 이런 무대에서 불펜 경험은 아직 한 번도 없었다. 정규시즌에도 줄곧 선발투수로 나섰다. 그의 최근 불펜 등판은 지난 2017년 9월 30일 한화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지난 2020년 10월 30일, 당시 기록은 불펜 등판이 됐지만 사실상 선발이었다. 이때는 현역 마지막 등판으로 ’SK 원클럽맨’ 윤희상이 먼저 마운드에 올라 LG 1번 타자 홍창기를 상대했고, 2번 오지환 타석 때 박종훈이 마운드에 올랐다.
이런 투수가 단기전에서, 동점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불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익숙하지 않은 등판이었는데 그는 긴장감을 잘 이겨내고 임무 완수를 했다. 더구나 이번 한국시리즈 첫 등판이었다.
경기 후 박종훈은 “솔직히 재밌었다”며 “(고) 효준이 형이 올라갔을 때부터 몸을 풀었다. (위기 상황이) 부담되지는 않았다. 만약 동점을 허용했더라도 우리가 밀릴 것 없다고 믿었기 때문에 부담감은 없었다”고 되돌아봤다.
또 그는 “이런 상황에서 내가 던질 일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신나기도 했다”면서 “어떤 상황이든 나를 믿어준 게 아닌가. 그런 부분에서 너무 좋았다. 기분이 좋았고, 그래서 더 신나게 던졌다”고 말했다.
1점 차에서 동점 위기 상황이라면 벤치는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선택지는 구위가 가장 좋거나 컨디션이 좋은 투수를 선택한다. 박종훈은 그런 투수였다. 벤치에서 믿은 투수였다.
박종훈은 김태진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이닝을 마친 순간을 떠올리며 “내가 던진 공이 원하는 곳에 들어가 너무 기분이 좋았다”며 “계속 커브를 던졌다. 내가 가장 자신있는 공이 커브였고, 자신있게 던졌다. 너무 기분 좋다”고 전했다.
커브는 박종훈의 주무기다. 다만 올해 토미 존 수술에서 돌아온 박종훈은 정규시즌 동안 커브보다 투심 위주로 던졌다. 그는 11경기(48이닝) 3승 5패 평균자책점 6.00으로 고전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대비를 철저히 하고, 그사이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러면서 그의 주무기 위력도 함께 되찾았고 중요할 때 최상의 결과물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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