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서 온 복덩이도 안심 못한다…韓 대표 1루수의 깐깐한 기준, 주전 경쟁 원점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11.07 14: 30

두산 베어스의 주전 1루수를 내년에도 양석환이라고 예상했다면 오산이다. KBO리그 대표 1루수 출신 감독의 깐깐한 지도 아래 두산 1루에 경쟁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지난 6일 이천 마무리캠프에서 만난 두산 이승엽 감독은 취재진에 “양석환이 2년 정도 주전으로 뛰었지만 김민혁이라는 선수가 있고, 호세 로하스도 1루가 된다고 한다. 머리가 아프다”라고 1루 포지션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두산은 지난 2020시즌을 마치고 왕조의 1루수 오재일이 삼성과 4년 50억원에 FA 계약하며 1루 자리에 공백이 생겼다. 이에 김민혁, 신성현, 호세 페르난데스 등을 후보군에 넣고 스프링캠프부터 치열한 경쟁을 유도했지만 개막 직전까지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두산 이승엽 감독 / OSEN DB

그런 가운데 LG 차명석 단장이 1루수 양석환을 선 제시한 뒤 반대급부로 함덕주를 요구하는 트레이드를 제안했다. 두산은 고민을 거듭했고, 결국 주전 1루수를 얻기 위해 좌완투수 함덕주를 내주는 결단을 내렸다. 함덕주-양석환 맞교환에 합의한 양 팀은 채지선, 남호 등 어린 투수들까지 더해 최종 2대2 트레이드를 완성했다.
양석환에게 두산 이적은 신의 한 수가 됐다. 베어스의 5번 1루수를 맡아 ‘트레이드 복덩이’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133경기서 타율 2할7푼3리 28홈런 96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1루 고민을 지웠고, 팀의 KBO리그 최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도 기여했다.
그러나 첫해와 달리 올해는 실망의 연속이었다. 시즌 초반부터 고질적인 내복사근 부상이 재발했고, 5월 복귀 후에도 후유증에 시달리며 107경기 타율 2할4푼4리 20홈런 51타점의 저조한 성적을 남겼다.
두산 양석환 / OSEN DB
올해 해설위원으로 양석환의 퍼포먼스를 지켜본 이승엽 감독. 주전 1루수 고민이 생긴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이 감독은 “양석환이 조금 더 열심히 해줘야 한다. 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오히려 김민혁이 마무리캠프에서 연습하는 걸 보니 좋더라”라고 강조하며 “양석환을 비롯해 베테랑 선수들 모두 착실히 몸을 만들어서 2월 1일 스프링캠프에 합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전했다.
내년 시즌 1루 경쟁의 또 다른 변수는 1루를 비롯해 2루, 3루, 외야 수비가 가능한 새 외국인타자 로하스의 합류다. 전임자 호세 페르난데스와 달리 로하스는 수비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선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감독은 “사실 1루에서 잘하는 선수도 중요하지만 다른 포지션 소화 능력도 봐야한다. 로하스는 유격수를 뺀 나머지 포지션 모두 볼 수 있다”라며 “어떤 방법이 우리 팀에 좋은 성적으로 이어질지 생각을 해봐야한다. 다만 잘하는 선수가 나간다는 원칙은 1루 또한 변함이 없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 KBO리그를 대표하는 1루수였다. 공격과 수비 모두 정상급 기량을 뽐내며 1997년부터 2003년까지 무려 7년 연속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거머쥐었다. 그렇기에 1루수를 보는 기준과 기대치가 모두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승엽호는 최근 2년 연속 주전을 담당한 선수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아무리 과거 이력과 명성이 뛰어나더라도 실력이 부족하면 경기에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두산 1루에 모처럼 경쟁의 새 바람이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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