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보다 조연 원했는데…40세 베테랑, '한국시리즈 MVP' 최유력 후보가 되다 [KS]
OSEN 홍지수 기자
발행 2022.11.08 08: 15

SSG 랜더스 40세 베테랑 타자 김강민은 한국시리즈 전부터 “조용히 흘러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강민이 한 말의 뜻은 SSG가 우승하길 바라는데, 그 우승의 주인공이 자신이 아니라 후배들이 됐으면 하는 것이었다. 대타로 타석에 들어서 홈런을 치고도 겸손하게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눴다. 자신이 조명을 받기보다, 후배들의 무대가 되길 바라는 마음 뿐이었다.
그럼에도 그의 노련미는 야구장에서 동료들, 팬들을 열광시켰다. 하루에 딱 한 번 타석에 들어섰을 뿐인데, 그 한 번의 타격으로 인천 야구장을 들끓게 했다.

9회말 무사 1,3루 SSG 김강민이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치고 헬멧을 던지고 있다. 2022.11.07/ rumi@osen.co.kr

김강민은 7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9회초까지 키움 히어로즈의 승리로 끝나는 듯했다. 앞서 8회말 최정이 2점 홈런을 터뜨리면서 2점 차 추격을 알렸지만, 역전승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김강민이 그 일을 만들었다.
박성한이 볼넷을 골랐고 최주환이 안타를 쳐 무사 1, 3루 기회를 잡은 SSG. 벤치는 바로 대타 카드로 김강민을 꺼냈다. 김강민은 키움 최원태의 3구째를 공략해 좌측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을 터뜨렸다. 점수는 2-4에서 5-4가 됐다. 그렇게 경기가 끝났다.
지난 1일 경기에서는 결국 연장 10회 승부 끝에 6-7 패배를 당했지만 9회말 대타로 타석에 들어서 동점 솔로 홈런을 쳤던 김강민은 지난 4일 3차전에서도 다시 대타로 9회에 타석에 들어섰고 1타점 중전 적시타를 쳤다. SSG는 3-1로 달아났다. 김강민 적시타 이후 SSG 분위기는 더 살아났고 최정의 2타점 적시타, 한유섬의 2타점 2루타, 박성한의 1타점 적시타가 이어지면서 키움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5일 4차전에서는 2번의 타석에서 모두 안타를 때리지 못했고, 그의 침묵에 팀도 졌다. 하지만 최고 대타카드는 두 번 배신하지 않았다. 김강민은 시리즈 2-2에서 3-2로 만드는 짜릿한 역전 홈런을 만들며 기대에 부응했다.
경기 후 최정은 최정은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드라마가 아니다. 진짜 영화다”라고 감격에 겨워했다. 이어 그는 “2018년 한국시리즈 때 9회 2사 후 홈런을 친 적이 있지만 이건 다르다. 비교할 수가 없다. 말도 안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쓰러질 뻔했다. 주저앉으며 소리만 질렀다. 강민이 형이 칠 것 같았지만, 끝낼 줄은 몰랐다.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다”고 짜릿한 순간을 되새겼다.
추신수는 친구의 활약에 눈물을 글썽이며 “말도 안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건 마치 이미 짜여진 스토리같다. 사실 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극적으로 이길 수 있다니 강민이는 정말 대단한 선수다. 역시 경험이 많은 선수답다”고 추켜세웠다.
김강민은 “그 상황에서 홈런이 아니더라도 뒤 타자에게 부담이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홈런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쳤는데 홈런이었다”면서 “사실 김광현이 돌아와서 우승을 노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정규시즌 우승때까지 숟가락만 올렸을 뿐이다”고 했다. 승리의 홈런을 날리고도 겸손하게 말했다. 하지만 40세 베테랑의 노련미는 감출 수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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