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실패했는데…왜 웃고 박수치고 하이파이브, ‘당당한 패자’ 봤는가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2.11.09 06: 00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과 SSG의 한국시리즈 6차전. 9회초 2아웃 후에 키움 이지영의 타구가 1루수 직선타 아웃으로 잡히면서 경기는 끝났다. SSG가 4-3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시리즈 성적 4승 2패. SSG의 한국시리즈 우승 축포가 터졌다.
SSG 선수들이 마운드에 몰려 들어 우승의 기쁨을 만끽할 때, 키움 선수들은 3루 파울라인에 도열해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를 담은 플래카드(끝까지 함께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 감사합니다. 더 멋진 모습으로 돌아오겠습니다)를 들고서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후 키움 선수들의 표정과 행동이 인상적이었다. 예년까지 한국시리즈 패배팀, 즉 한국시리즈 준우승팀 선수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고개 숙여 땅을 쳐다보지 않았다.
플래카드를 정리하자, 이정후가 가장 먼저 박수를 치면서 ‘웃는’ 얼굴이었다. 한참 박수를 치다가 주위 동료들과 한 명씩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실책을 한 김휘집의 등을 토닥이고 어루만졌고,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이어 갔다. 다른 선수들도 서로 손을 마주치며 축하했다. 홍원기 감독도 덕아웃으로 향하다 팬들의 격려 응원에 박수를 치면서 선수들을 돌아봤다.
마치 승자와 같은 행동이었다. 그럴 자격이 있었다. 후회없이 최선을 다해 전력으로 싸웠고, 스스로의 노력을 인정하고 함께 격려하는 순간이었다.
키움 이정후가 경기 종료 후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박수를 치고 있다.  2022.11.08  / soul1014@osen.co.kr
경기 후 홍원기 키움 감독은 “라커룸에서 선수들이 모두 모여서 다같이 축하하고 웃으면서 1년 동안 고생했다고 격려하고 있다. 몇몇 어린 선수들이 눈물을 보이기도 했는데, 이정후가 웃으면서 어깨를 토닥였다. 비록 우리가 우승은 못했지만 구단 직원부터 최고참 이용규까지 모두 잘해줬다. 웃으면서 잘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에 실패했지만, 키움은 포스트시즌에서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였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15경기를 치르며 8승7패를 기록했다.
준플레이오프(5경기)부터 플레이오프(4경기) 그리고 한국시리즈 6차전까지 24일 동안 15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하면서 누적된 피로에도 SSG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5차전 7회까지 4-0으로 앞섰고, 9회말 4-2로 리드했으나 김강민에게 대타 역전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맞고 패배했다. 6차전에서도 투런포로 2-0, 솔로포로 다시 3-2로 리드했으나 3-4로 역전패 당했다. 4실점 중 3점이 수비 실책으로 인한 비자책 점수이라 아쉬웠다.
SSG 랜더스가 구단 인수 후 2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SSG는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한국시리즈 6차전 키움과의 경깅서 4-3으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정규 시즌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통합 우승에 성공했다. 키움은 2014년, 2019년에 이어 2022년에도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머물며 창단 첫 우승을 다음으로 기약했다.  경기 종료 후 키움 홍원기 감독과 SSG 김원형 감독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2.11.08 /sunday@osen.co.kr
홍원기 감독은 “끝까지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해준 선수들에게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부족할 것 같다. 포스트시즌 내내 원팀으로 고생해준 선수들에게 최고의 찬사를 보내고 싶다”며 “포스트시즌 8승을 했더라. 우리가 진정한 승자라고 선수들을 치하하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올해부터 달라진 한국시리즈 시상식 순서로 인해 키움 선수들은 경기 종료 후 키움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서는 곧장 덕아웃으로 퇴장했다. 그라운드에서 서서 우승 팀을 축하해줄 시간이 따로 없었다.
홍원기 감독은 경기 종료 직후 그라운드에서 김원형 감독을 찾아가 ‘오른손 엄지'를 치켜들며 우승을 축하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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