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이그 연봉의 일부, 쿠바 탈출의 대가로 지불된다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2.11.10 09: 00

생사의 고비를 넘나든 푸이그의 쿠바 탈출기
[OSEN=백종인 객원기자] 한국시리즈가 한창일 때다. 쿠바산 야생마의 활약이 눈부셨다. SNS에 자랑이 넘쳐났다. 이걸 보고 반성의 소리도 있었다. 그를 외면하던 곳에서 나온 말이다. ‘인사이드 더 다저스’라는 매체다. 이렇게 적었다. ‘멀리서 판단하는 건 쉽다. 그러나 한 인간으로 통찰하는 건 쉽지 않다. 아무도 그가 어떤 환경에서 살았는 지 묻지 않았다. 아무도 그가 쿠.바.에.서. 넘.어.올. 때. 얘.기.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낙인 찍고 비난하기 바빴다.’
그래서 준비했다. 그의 쿠바 탈출기다. 한때 영화화도 논의됐다. 그 정도로 드라마틱 하다. ESPN 등 여러 매체가 다뤘다. 그 내용을 요약해 전한다. 하지만 각오하시라. 길고, 복잡하다. 최대한 간결하게 압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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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탈출을 위한 대형 프로젝트
일단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어느 할리우드 영화의 대사다. “요즘 멕시코 갱들의 가장 큰 비즈니스가 뭔지 알아요? 마약? 천만에. 사람이에요. (미국으로) 1명 밀입국시키면 생기는 수입이 훨씬 낫거든요.”
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막연하고 우발적인 탈출이 아니다. 철저히 계획된 프로젝트다. 복잡한 조직이 거금을 들여 기획했고, 오랜 시간 공들인 작업이다. 따지자면 몇 백만 달러짜리 사업이다. 관련된 사람도 여럿이다. 때문에 배신과 모략, 잔인한 폭력이 난무한다.
설계는 미국 마이애미에서 시작된다. 라울 파체코라는 인물이 있다. 그곳에 커뮤니티를 이룬 쿠바 이민자 중 한 명이다. 겉으로는 에어컨 수리업자다. 진짜 직업은 브로커다. 고향 사람들의 탈출을 돕고 있다.
그런 그의 표적이 있다. 22살의 야시엘 푸이그다. 수문이 자자했다. 짐승같은 운동 능력 탓이다. 미국에만 데려오면 돈이 된다. 거액의 계약은 당연하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벌써 전과가 여럿이다. 탈출하다 잡힌 것만 4번이다. 감옥에도 다녀왔다. 쿠바 당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일단 현지 담당을 구했다. 푸이그의 절친을 포섭했다. 복싱 선수 출신인 주니오르 데스페인이다. 그를 통해 생활비를 대줬다. 1년동안 2만5000달러로 공을 들였다. 쿠바에서 적지 않은 돈이다. 물론 경찰 등 관공서 로비에도 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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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갱단과 맺은 계약
어찌어찌. D데이가 잡혔다. 미국으로 직접 들어가는 길은 어렵다. 멕시코를 우회하기로 했다.
로스 제타스라는 거대 갱단과 계약을 맺었다. 탈출시켜 무사히 넘겨주는 조건으로 25만달러를 걸었다. 일반인의 20~30배 금액이다.
접선 장소는 외딴 해안이다. 탈출선은 쾌속정이다. 순간 최대 70노트(약 130㎞)까지 나온다. 개조한 마약운반선이다. 해안경비대를 따돌리려면 그 정도는 돼야 한다. 그걸 타고 36시간이나 걸렸다. 멕시코 칸쿤 근처의 이슬라 무헤레스라는 섬에 무사히 도착했다.
푸이그 일행은 허름한 모텔에 머물렀다. 긴장과 배 멀미에 녹초가 된 상태다. 입구는 갱단 2명이 24시간 지킨다. 섬뜩한 마체테(나무 자르는 큰 칼)로 무장했다. 졸음을 이기려 연신 코카인을 들이킨다.
여기서 또 문제가 생긴다. 마이애미 브로커(에어컨업자)의 얘기가 달라진다. 25만달러를 못 구했다며 차일피일이다. 갱단의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는다. 하루에 1만달러씩 ‘연체료’가 붙는다. 협박도 살벌하다. ‘자꾸 이러면 마체테로 팔 자른다.’
인질이 된 일행은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와중에 브로커가 조직을 갈아탄다. 다른 갱단을 섭외했다. 푸이그를 빼내기 위해서다. 모텔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감시원을 돈으로 매수했다는 설도 있다. 어찌어찌 구출에 성공한다.
드디어 양지로 나왔다. 동시에 LA에서 스카우트가 날아왔다. 마이크 브리토라는 중남미 담당이다. 한국 팬들에게도 익숙한 얼굴이다. 박찬호 중계 때 스피드건을 쏘던 중절모 남자다. 그리고 며칠 뒤 네드 콜레티 단장이 합류했다. 7년간 4200만달러. 계약이 성사됐다. 당시까지 쿠바 출신 최고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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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간 뒤에도 멈추지 않는 ‘위협’
이걸로 끝이 아니다. 갱단 로스 제타스를 잊으면 안된다. 닭 쫓던 개 신세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다. 여기저기 가리지 않는다. 당사자에게도 물론이다. “돈을 내놓지 않으면, 한 명도 살려두지 않을 거야.” 결국 전쟁이 터졌다. 멕시코 칸쿤에서 뉴스가 나왔다. 탈출선의 보스와 또 한 명이 사체로 발견됐다는 소식이다. 온몸에 총알 13발을 맞았다.
위협은 계속된다. 함께 빠져나온 포섭책(권투선수 친구)이 마이애미에서 겪은 일이다. 누군가 뒤에서 시비를 건다. 싸움이 한판 벌어지게 생겼다. 그런데 옆구리에 뭔가 느낌이 나쁘다. 자동소총이다. “그 녀석(푸이그)에게 꼭 전해. 우리가 왔다고.” 쿠바 악센트였다.
얼마 뒤 당사자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다저스의 첫 스프링캠프(2013년) 때다. 애리조나에 일당이 나타났다. 호텔방을 두들긴 뒤 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카르텔이 돈을 원한다.” 그 뒤로 어떤 거래가 어떻게 성사됐는 지 모른다. 어쨌든 더 이상 불행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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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뒤. 마이애미 법원에 제출된 서류에 드러난 내용이다. 푸이그는 다저스와 첫 계약 후 (7년간 4200만 달러, 약 500억원) 파체코 등 스폰서들에게 130만 달러(약 16억원)를 지불했다. 그게 끝이 아니다. 평생 동안 수입의 20%를 분할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재까지도 이 계약이 유지된다면, 한국에서 받는 연봉에도 해당될 것이다(푸이그는 2019년 미국 시민권자가 됐다).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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