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혁이 그대로 남는 것일까. 아니면 왕조의 안방마님 양의지가 돌아오는 것일까. 새롭게 닻을 올린 이승엽호의 주전 포수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취임식, 그리고 이천 마무리캠프에서 줄곧 주전 포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취임식에서는 “구단에 취약한 포지션이 포수라고 말씀드렸다. 좋은 포수가 있으면 야수진과 투수들이 편하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라고 말했고, 마무리캠프서는 “확실한 주전포수가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팀에도 좋은 포수들이 많지만 경험이 부족하고 뎁스가 두텁지 않다”라고 냉정한 시선을 보였다.
오는 17일 개장 예정인 FA 시장은 이른바 포수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산과 NC의 우승을 이끈 국가대표 주전 포수 양의지(NC)를 비롯해 유강남(LG), 박동원(KIA), 이재원(SSG), 박세혁(두산) 등 경험 많은 베테랑 안방마님들이 대거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KBO가 지난 13일 공시한 2023년 FA 자격 선수 명단에 따르면 박동원, 박세혁, 유강남은 A등급, 양의지, 이재원은 B등급으로 분류됐다. A등급 세 선수는 신규, B등급 2명은 재자격이다. 이들은 공시 후 2일 이내인 15일까지 KBO에 FA 권리 행사 승인을 신청해야 하며, KBO는 신청 마감 다음 날인 16일 FA 권리를 행사한 선수들을 FA 승인 선수로 공시할 예정이다.
가장 눈에 띄는 안방마님은 최대어 양의지다. 양의지는 2015년과 2016년 두산, 2020년 NC의 우승을 이끈 자타공인 리그 넘버원 포수. 35살의 나이에도 타격, 수비 모두 정상급 기량을 유지 중이며, 어린 투수들의 성장을 이끌 수 있어 뉴 베어스를 선언한 두산 입장에서 최적의 영입이 될 수 있다. 3년 18억원이라는 초보감독 최고 대우로 사령탑이 된 이승엽 감독의 취임 선물로도 적합하다.
그만큼 양의지를 향한 경쟁 또한 뜨겁다. 일단 마땅한 포수 대안이 없는 원소속팀 NC가 잔류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두산이 장원준 이후 8년 만에 외부 FA 시장에서 지갑을 열고 양의지를 복귀시킨다는 설도 들리고 있다. 두산은 박세혁 잔류도 신경 써야 하는 상황. 여기에 SSG는 이재원, KIA는 박동원과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양의지 영입전에 뛰어들만한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다.
두산의 경우 현재 마무리캠프에 참가 중인 포수는 장승현, 안승한, 박유연, 신창희, 박성재 등 5명이다. 2019년부터 주전 포수를 맡은 박세혁이 FA가 된 가운데 이들은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해 이번 가을 그 누구보다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다만 박세혁을 잡지 못하거나 외부에서 수준급 포수를 데려오지 못할 경우 포수는 두산의 최대 약점이 될 수 있다. 이 감독이 거듭 주전 포수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유다.
물론 박세혁이 팀을 떠나고, 양의지를 영입하지 못하는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그럴 경우 당장 스프링캠프서 제2의 박세혁을 육성해야 한다. 이 감독은 “두산이 선수가 없다고 하지만 직접 지도를 해보니 선수가 있다. 포수진도 능력 있는 선수들이 많다”라고 희망을 제시했지만 동시에 “최악의 경우 지금 5명 포수로 내년 안방을 구성해야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박세혁 잔류든 양의지 영입이든 두산은 FA 시장에서 반드시 지갑을 열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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