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짐이 만남을 부른다. 이별, 이혼이 예능 안에 하나의 주제로 자리잡으며 응원할 수 있는 새출발로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최근 티빙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 '환승연애'가 성황리에 시즌2를 마쳤다.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이별도 리콜이 되나요?(약칭 리별 리콜)'도 순항 중이다. 이별보다 더 깊은 이혼을 조명한 고정 프로그램도 생겼다. MBN 예능 프로그램 '돌싱글즈'는 시즌3까지 제작되더니 성사된 커플들의 스핀오프 '돌싱글즈 외전'도 두 시즌째 나오고 있다. SBS플러스, ENA플레이 예능 프로그램 '나는 솔로(SOLO)'는 돌싱특집까지 했다. 이별과 이혼은 어떻게 방송가를 사로잡았을까.
'환승연애'·'이별 리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사랑이야기
'환승연애'와 '이별 리콜'은 '구남친, 구여친' 등 전 연인이라는 모호한 관계를 예능으로 불러왔다. 아름답게 끝난 사이던, 다시 없을 원수가 됐던, 서로를 속속들이 아는 전 연인들의 동반 출연은 그 자체로 콘텐츠에 자극이 됐다. 게다가 미련이 남은 출연자들의 관계는 이들을 '전 연인'이 아닌 공백이 긴 현재진행형 커플의 리얼타임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만들었다.
'환승연애' 시즌2의 경우 출연자 가운데 해은과 규민, 희두와 나연의 이야기가 유독 애청자들의 과몰입을 유도했다. "스물 한 살에 만났는데 벌써 스물 아홉이야"라는 해은의 한 마디는 7년 동안 사랑을 키웠던 그와 규민의 관계를 단번에 납득시켰다. 희두와 다른 출연자의 데이트에 "너무 질투나"라며 눈물 짓던 나연의 모습은 두 사람이 결코 끝난 사이가 아님을 상키시켰고. 이들 모두가 원하던 결말을 얻은 것은 아니었지만 나름의 서사를 간직한 출연자들의 재회는 그 자체로 이야기가 됐다.
'이별도 리콜이 되나요?'도 마찬가지다. 전 연인을 그리워 하며 단 한번이라도 다시 만나 붙잡고 싶다는 사연자들과 X의 재회가 매회 등장한다. X를 놓친 과거를 후회하며 지난 날을 사과, 참회하고 절절하게 재회를 말하는 순간, 출연자들의 감정은 이미 끝난 사랑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이다. 드라마로 섬세하게 잘 만든 사랑 이야기보다 더 살아있는 날것의 감정이 이들 '이별'을 소재로 한 예능에 숨쉬고 있다.
'돌싱글즈'·'나는 솔로', 이혼도 뭐 어때...단 유책배우자는 NO
이별보다 더 깊이 들어간 이혼은 더 깊은 감정을 일으킨다. '돌싱글즈' 시리즈에서는 매 시즌 출연자들이 어떻게 이혼했고, 다시 새로운 사랑을 꿈꾸는지가 가장 높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자녀 유무까지 더해져 관계가 급변하기도 해 가슴으로만 사랑하기에 이혼은 별개의 사안임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결국 자녀, 혼인신고 유무 등 결혼과 연애의 무게감만 다를 뿐, 이별 후 새로운 사랑을 찾거나 이혼 후 새로운 인연을 찾는 풍경은 일맥상통하는 몰입감을 선사하고 있다. 한 발자국 떨어진 시청자 입장에서 보자면 누군가와 헤어진 사람들이 새로운 사랑을 찾는 다는 점은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혼과 이별의 당사자들 모두 나름의 서사를 간직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크게 다른 기준은 있다. '유책배우자'는 출연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이혼이 법적인 영역인 만큼, 그 과정에서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었거나 법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경우는 불특정 다수에게 영향을 주는 방송에 나와선 안 된다는 견해가 공고하다. 실제 '돌싱글즈' 시리즈를 연출한 박선혜 PD의 경우 과거 OSEN과의 전화 통화에서도 "출연자 중에 유책배우자는 없다"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이혼 사유와 과정을 두고 각종 의혹에 휩싸인 '돌싱글즈' 시즌3 출연자 이소라 또한 개인 SNS를 통해 "사실과 다르다"라며 법적인 대응을 예고했다.
'과몰입'을 부른다...적어도 아직은
'과거사'가 주는 깊이감 있는 감정선, '과몰입'을 부르는 이별, 이혼 소재들에 대중이 열광하고 있다. 결혼, 임신, 출산 나아가 연애까지 포기하며 '삼포', '오포' 세대라 불리던 MZ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감정적 동요를 일으키며 대리만족을 선사하는 모양새다. 이제는 과몰입할 수 없는 프로그램은 쉽게 잊히고 지나치게 될 지경이다.
다만 언제나 방송가의 시간은 어느 곳보다 빠르게 흐른다. 트렌드에 누구보다 민감하고, 카메라 밖 시청자들은 냉정하다. 이 대세도 언제 끝날지 알수는 없다. 헤어짐이 만남을 부르듯, 만남의 끝이 헤어짐일 수도 있으니까. 다행히 아직까지 대중의 마음은 열려 있다. 개인사 공개라는 위험을 불사하고 카메라 앞에 지나간 연인, 과거사를 고백하는 수치를 감내하는 용기를 높이 사는 모양새다. 이 따뜻하다 못해 폭발적인 과몰입의 시간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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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티빙, MB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