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빈 잘 부탁해요” 잠실 아이돌 여전한 인기…56억 FA 3년차는 다를까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11.21 07: 25

“정수빈 잘 부탁해요.”
지난 20일 곰들의 모임 팬사인회에 참석한 두산 이승엽 감독은 부임 후 처음 만난 두산 팬들로부터 어떤 말을 가장 많이 들었냐는 질문에 위와 같이 답했다.
이 감독은 취재진에 “두산 팬들께서 ‘정수빈을 잘 부탁한다’, ‘정수빈이 여름에도 잘 치게 해주세요’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하셨다”라고 말하며 신기해했다. 원조 잠실 아이돌의 여전한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두산 정수빈 / OSEN DB

그도 그럴 것이 정수빈은 FA 계약 후 2년 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른바 ‘먹튀’ 논란에 시달리며 두산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가을 사나이라는 별명답게 날씨가 선선해지면 자기 역할을 해냈지만 두산은 그를 가을에만 활용하기 위해 거액을 투자한 게 아니었다.
2021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6년 총액 56억원에 FA 계약하며 ‘종신 베어스맨’을 선언한 정수빈. 그러나 생애 첫 FA 계약의 무게감을 견디지 못했다. 시즌 시작과 함께 옆구리 부상으로 한 달 동안 자리를 비우더니 복귀 후 극심한 타격 슬럼프 속 6월 한때 타율이 1할8푼2리까지 떨어졌다. 수비력은 여전히 톱클래스였지만 저조한 타격으로 백업 김인태에게 자리를 내주기까지 했다.
20일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JTBC 프로그램 ’최강야구’의 최강 몬스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 앞서 두산 곰들의 모임 행사가 열렸다.두산 이승엽 감독이 곰들의 모임 사인회에 참석해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2022.11.20 /cej@osen.co.kr
정수빈은 가을 사나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9월 중순 기적적으로 반등했다. 언제 부진했냐는 듯 무섭게 타격감을 끌어올렸고, 9월 월간 타율 3할7리, 10월 2할8푼8리의 활약 속 팀의 극적인 가을야구 진출에 공헌했다. 그리고 그 감을 포스트시즌까지 가져가며 준플레이오프 MVP를 거머쥐었다.
문제는 작년 패턴이 올해도 그대로 반복됐다는 것이다. 6월 한때 타율을 2할5푼7리까지 끌어올렸지만 7월 월간 타율 4푼5리, 8월 1할9푼2리라는 충격적 지표 속에 시즌 타율이 다시 2할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올해도 여름이 끝나자마자 귀신 같이 타격감을 되찾으며 9월 타율 3할5푼8리, 10월 4할 맹타를 휘둘렀지만 이미 두산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뒤였다. 정수빈은 공교롭게도 2021시즌과 2022시즌 나란히 시즌 타율 2할5푼9리를 기록했다.
정수빈은 새롭게 출항하는 두산 이승엽호의 핵심 전력이자 리더다. 그가 리드오프에서 56억원이라는 금액에 걸맞은 활약을 펼칠 때 두산의 공격 또한 활기를 띨 수 있다. 아울러 정수빈은 세월이 흘러 우승을 경험한 몇 안 되는 두산 선수 그룹에 속해 있다. 우승 DNA를 선수단에 주입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벌써 내년이면 6년 FA 계약의 절반이 마무리된다. 과연 지난 2년의 부진을 털고 3년차에는 가을만이 아닌 봄, 여름에도 정수빈다운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승엽 감독이 직접 팬들에게 정수빈을 잘 부탁한다는 요청을 들은 만큼 내년 시즌은 다를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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