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까지 갔는데…포기 안 하니 FA 계약도" 16년 버틴 장시환 '감격'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2.11.23 12: 18

몇십 억 계약이 난무하는 요즘 KBO리그 FA 시장. 한화 투수 장시환(35)은 지난 22일 3년 최대 9억3000만원(계약금 1억5000만원, 연봉 6억3000만원, 옵션 1억5000만원)에 FA 계약을 했다. 이날까지 FA 계약한 선수 6명 중 가장 적은 액수이지만 장시환에겐 그 무엇보다 큰 9억3000만원이었다. 
장시환은 “프로에서 16년째 야구를 하고 있다. 고교에서 프로로 오는 것도 힘든데 FA까지 하는 것은 더 어렵다. 그렇게 잘하는 선수가 아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버티니 여기까지 왔다. 구단에서 3년을 보장해주셔서 좋은 계약을 했다. 9억3000만원이 내게는 엄청나게 큰 금액이다. 나름대로 성공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잘하는 선수뿐만 아니라 나처럼 오래 버티는 사람들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기쁘다”고 말했다. 
천안 북일고 출신으로 지난 2007년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현대에 지명된 유망주 출신 장시환은 데뷔 첫 7시즌 동안 승리가 없었다. 2015년 신생팀 KT로 옮겨 만 28세에 첫 승을 신고하며 1군 투수로 자리잡았지만 2017년 4월 롯데로, 2019년 11월 한화로 트레이드됐다. 팀을 자주 옮긴 데다 팔꿈치 부상 두 번에 무릎 부상과 갑상선암으로 4번이나 수술대에 오르는 시련이 있었다. 

한화 장시환. /OSEN DB

하지만 장시환은 올해까지 무려 16년이나 KBO리그에서 살아남았다. 선발과 중간, 마무리를 넘나들며 팀이 필요로 하는 자리에서 묵묵히 던졌다. 올해도 최고 151km, 평균 146km 강속구를 뿌리며 나이를 잊은 속도를 뽐냈다. 장시환의 꾸준한 루틴 유지와 자기 관리를 높이 평가한 한화 구단에선 내년에 만 36세가 되는 장시환에게 예상보다 긴 3년 계약 기간을 보장했다. ‘투수 전문가’ 손혁 단장은 “2012년 처음 봤을 때랑 지금이랑 폼과 구속이 거의 똑같다. 3년 정도는 충분히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기대했다. 
한화 손혁 단장과 장시환. /한화 이글스 제공
장시환은 “12월은 지나서 연락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구단에서 빠르게 연락을 주셨고, 나를 필요로 하는 게 느껴졌다. 시장 평가를 받는 것보다 한화에 남는 게 좋아 빨리 결정했다”며 “축하 연락을 많이 받았다. 신인 때부터 봐온 분들이 ‘네가 이렇게 오래 할 줄 몰랐다’고 하더라. 16년째 이렇게 하는 것을 신기해한다. 나 역시 그렇다”면서 웃었다. 
그는 스스로를 “잘하는 선수가 아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잘하는 선수가 아니다 보니 1년, 1년 어떻게 해야 버틸까 생각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큰데 다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 그럴수록 상실감이 커졌다. 작년에 그걸 가장 크게 느꼈다. 최악의 시즌이었고, 밑바닥까지 내려갔다. 올해는 꼭 잘해야 한다는 마음을 버렸다. 하루하루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경기에서 나오는 결과는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이다. 매일 내가 지켜야 할 루틴과 준비에 집중했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장시환은 19경기(16선발)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11패1홀드 평균자책점 7.04로 부진했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 후유증이 있었고, 개인 연패가 길어지면서 심적으로 힘든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올해 구원으로 보직을 바꿔 전반기에는 마무리로 활약했다. 후반기 초반 난조를 보여 마무리 자리에서 내려왔지만 9월 이후로는 중간 필승조로 복귀했다. 
한화 장시환. 2022.03.20 / sunday@osen.co.kr
64경기 14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4.38. 63⅔이닝 동안 삼진 67개를 잡으며 반등에 성공했고, FA 계약까지 따냈다. 장시환에게 절대 신뢰를 보여온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불펜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장시환은 우리 팀에 필요한 자원이다. 다시 같이 하게 돼 기쁘다. 팀과 장시환, 그의 가족들에게 행복한 일이 일어났다. 내년에도 불펜에 힘을 불어넣어주길 기대한다”고 축하했다. 
장시환은 “수베로 감독님께 제일 먼저 감사드린다. 작년에는 진짜 선수 아닌 선수였는데 그런 나를 불펜으로 믿고 계속 맡겨주셨다. 감독님뿐만 아니라 호세 로사도 투수코치님 등 모든 지도자 분들이 옆에서 도와주신 덕분에 이렇게 FA 신청도 해보고 계약까지 할 수 있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2007년 현대 유니콘스 신인 시절 장시환. /OSEN DB
만 38세 시즌까지 보장받은 장시환은 “처음에는 띠동갑(1999년생) 선수들이 들어올 때까지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이미 그건 넘어섰고, 해볼 수 있을 때까지 한 번 해보고 싶다. 현대 유니콘스의 마지막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단했는데 그 말을 하면 ‘진짜 오래 됐다’는 얘기를 듣는다”며 웃은 뒤 “한화 팬들께는 늘 죄송한 마음이다. 팀이 계속 최하위라서 힘든 상황이긴 하지만 선수들 모두 내년에 올라가기 위해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채은성이라는 좋은 선수도 새로 왔고, 내년에는 조금 더 많이 이기는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한화팬들이 야구장에 오셔서 즐겁게 보실 수 있게 나부터 고참으로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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