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넘버원 유재석, 배구 넘버원 김연경, 이들을 중화시킬 넉살 넘버원 이광수와 함께 한국의 진정한 장인들을 만난다. '코리아 넘버원'으로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형 버라이어티를 소개한 정효민, 김인식 PD들을 만나봤다.
지난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 '코리아 넘버원'은 방송인 유재석, 배우 이광수, 배구선수 김연경 3인이 한국의 넘버원 장인을 찾아가 체력도 정신력도 남김없이 쏟아부으며 전통 노동을 체험하고 그날의 넘버원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 예능 1인자 유재석이 '배구 여신' 김연경, '런닝맨'으로 인연 맺은 절친한 동생 이광수와 뭉친 예능으로 기대를 모았던 바. 이에 프로그램을 연출한 정효민, 김인식 PD를 서울 종로구 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봤다.
두 사람은 앞서 tvN 예능 프로그램 '일로 만난 사이'로 유재석과 호흡한 바. 이번에도 다시 한번 '노동'이라는 키워드로 뭉친 것에 대해 정효민 PD는 "'노동'이라는 코드가 예능에서 많이 다뤄지진 않았다. '일로 만난 사이'를 할 때도 한참 회의를 했을 정도였다. 그래서 '노동'에 대해서도 저희가 시작한 장르라는 자부심도 있었다"라고 자부심을 밝혔다.
그는 "'일로 만난 사이'는 8회를 하고 다음 시즌을 생각할 때 코로나19로 인해 더 할 수가 없었다. 조금 더 보강해서 아쉬움을 풀어낼 방법을 회의하다가 나온 방식이 '몸 쓰는 토크쇼'라는 부제가 있었다. 사실은 토크쇼에 더 가깝고 유재석씨가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오히려 유재석 씨를 알아본다는 방식이었는데 이번엔 토크보다 멤버십에 중점을 두고 이번엔 재미에 포인트를 맞추려고 했다. 소재는 노동을 다루되 다른 방식을 접근하는 걸 해보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는 만족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김인식 PD는 "저희희 둘 말고도 팀에 8명의 작가님과 총 8명의 PD가 있다. 각자의 역할이 뚜렷하게 나눠져 있었다. 회차별로 담당 PD와 작가가 팀을 이뤄서 그걸 깊게 파고들고 공유했다. 그래서 회차별로 개성이 강해지고 또다른 재미들이 보이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효민 PD는 "넷플릭스 프로그램이라 전세계를 겨냥하기 보다는 한국 시장에서만 성과를 거둬도 유의미하다고 생각하고 임했다. 만든 사람 입장에서는 글로벌 플랫폼에서 하는데 세계 시청자들과 소통하면 더 좋겠다는 고민이 있었다. 재미있게 하되 언어의 장벽에 갇히지 않으려 했다. 언어를 몰라도 더 쉽게 다가가려고 했다. '몸 쓰는 예능'이라 가능할 것 같았다"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자막을 거의 없앴다"라고 밝힌 그는 "예능하는 사람 입장에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예능에 자막이 쓰인 게 20년 정도 됐다. 초반엔 프로그램 개성을 드러내는 방식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프로그램 색깔을 획일화시킨다는 생각이 들어서 봉준호 감독이 1인치를 걷어내면 더 넓은 세계가 보인다고 한 것처럼 예능에서 자막을 걷어내니까 장점들이 생겼다. 그만큼 카메라가 출연자한테 다가갈 공간이 자막으로 인해 죽고 있었는데 자막을 걷어내니까 더 섬세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그래서 출연자들한테 더 가깝게 느껴진다는 반응을 볼 때 그런 것들이 효과가 느껴진다는 생각을 했다. 자막이 있으면 컷을 빠르게 넘길 수 없는데 저희는 컷도 빠르게 쓸 수 있었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인식 PD 또한 "영상미가 좋다는 반응이 많은데 자막이 없어서 더 다양한 화면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라고 거들었다. 정효민 PD는 "자막을 없앴더니 자막하는 일의 양은 줄어들었다. 그런데 막상 믹싱 단계에 가니까 믹싱에서 오디오 볼륨을 조절하는 단계에서 그 시간이 다시 두배가 됐다. 믹싱 감독님이 고생을 많이 하셨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전 세계를 상대로 콘텐츠를 준비한다는 점에서 사명감도 있었을까. 정효민 PD는 "기획 단계에서 그런 사명감이 저희를 무겁게 만들었다. 조사할수록 전통문화를 평생 다뤄오신 분들이 있고 이걸 가볍게 다룰 수 없다는 생각이 커졌다. 결국 저희가 선택한 건 무거워지지 말자였다. 이걸 무겁게 다르는 분들은 이미 교양 장르에서 높은 퀄리티로 만든 분들이 있다. 저희가 만난 분들은 저희가 찾기 전에 몰랐던 분들도 있으니 쉽게 '입문서' 같은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재미없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재미있게 다루면 우리 몫을 다 한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1년 정도 전에 기획했다. 2021년 말에 2022년에 대한 키워드를 뽑은 해외 자료에서 '코리아' 자체가 꼽힌 걸 봤다. 외국에서도 한국 자체가 궁금할 정도면 우리 스스로 왜 우리가 외국에 인기가 있는지 궁금할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다뤄보니 '노잼'일까 걱정했다. 그런데 실제로 장인 분들을 만나 보니 너무 재미있었다. 우리도 무거운 장르에서만 이 분들을 봐서 그렇지 실체는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역시나 저희보다 출연자 분들을 만날 때 장인 분들이 더 재미있으셨다"라고 했다.
김인식 PD는 "저희가 만난 분들이 상당 부분 국가 무형문화재인 분들이다. 그래서 문화재로서 사명감이 너무 크셨다. 그래서 저희도 피해가 가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선뜻 촬영을 받아주시고 준비해주셨다. 실제 촬영 때도 정말 전수생을 대하는 것처럼 가르쳐주셨다. 국가 무형문화재 선생님들의 사명감에 놀랐다"라고 말하기도. 이어 정효민 PD는 "저희 취지를 설명 드렸을 때 예능 출연이 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알리는 게 본인들 의무라는 생각에 선뜻 출연을 결정해주셨다"라고 장인 출연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TV 예능과 달리 OTT 예능, 형식적으로도 차이는 있었다. 정효민 PD는 "편집 시간이 40분 내외인데 줄여내는 게 힘들었다. 늘리는 건 쉬운데 점점 줄여서 압축하는 게 힘들었다. 편집한 PD, 작가, 넷플릭스 담당자 분들까지 여러번 보면서 어떻게 압축해서 할지가 걱정이었다. 버라이어티 정주행 문화가 흔치 않았는데 만들어 내야 하고, 이걸 압축해서 줄여내는 과정이 고통스러웠다"라고 털어놨다.
또한 그는 "그래도 주말에 몰아서 봤다는 말들을 봤을 때 좋았다"라며 "촬영 과정에서 3시~4시에 출발해서 남쪽 외곽지인 촬영장에 도착해야 했다. 유재석 씨는 가는 길에 신문을 3~4개를 정독했는데도 도착하지 않았다고 하더라. 그만큼 걸려서 또 돌아가야 했고. 그 과정들이 힘들었다. 답사도 한 장소당 3번은 갔다"라고 토로했다.
김인식 PD는 "이동 시간 빼고 촬영 시간만 놓고 보면 크게 차이가 없는데 릴리즈된 버전은 거의 절반, 3분의 1에 해당돼서 그 과정이 처음 해보는 거라 힘이 들긴 했다"라고도 했다. 더불어 한여름 폭염 경보를 뚫고 촬영한 점에 대해서도 "다음이 있다면 날씨를 바꾸고 싶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고충을 강조했다.
실제 '코리아 넘버원'은 넷플릭스에서도 가족 단위 이용자들에게서 반응을 얻고 있다. 이에 정효민 PD는 "유재석씨가 넷플릭스 '키즈'에서 여러 나라에서 1등을 했다고 하시더라. 1등을 많이 해보신 분인데 또 새로워 하시는 게 신기했다. 가족들이 본다는 게 OTT에서 취향이 세분화 되면서 남여노소가 공감대를 이루는 장점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키즈 1위'로 표현된 것 같다고 봤다. 광수씨는 주변에서 연락을 많이 받았다고 했고, 김연경씨는 해외에 친구들이 많으니 많이 연락을 받는다고 했다"라며 주위의 호평 어린 반응들을 전했다.
이를 바탕으로 시즌2 진전은 있을까. 정효민 PD는 "반응이 좋다면 고려를 해보지 않을까라고 얘기하시더라. 저희 입장에서는 시청자 분들이 도움이 절실하다. 시즌2를 한다면 시기의 문제일 것 같다. 출연자 분들과 언제 어떤 소재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결국 시즌2에서도 관건은 유재석, 김연경, 이광수의 조합이 유지되는 것인 터. 세 사람과의 촬영에 대해 김인식 PD는 "너무 즐거웠다. 각 분야에서 입지를 다진 분들이다 보니 더 뿌듯했다. 김연경 선수는 특히 아주 경쟁적으로 살아오신 분이지 않나. 그런데 자기 분야가 아니라 잘 안 됐다. 그 모습을 보고 놀리는 다른 분들의 모습이 즐거웠다. ‘그렇게 치열하게 하기도 힘든데 그렇게 못하기도 힘들다’라고 하시더라"라며 웃었다.
정효민 PD는 "많은 분들이 익숙하면서도 새롭다는 이야기를 하시더라. 그게 김연경 씨가 주신 힘인 것 같다. 유재석씨와 이광수씨 관계도 그 덕분에 새로워졌다. 이광수씨가 예능을 오래했지만 많이 하진 않았다. 게임 버라이어티에서 보여준 캐릭터와 여기서 보여줄 매력이 다를 거라 생각했는데 이광수씨의 인간적인 매력이 보였다고 봤다.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낯설 수가 있는데 이광수씨가 그걸 허무는 장점이 있다. 장인들과 하루밖에 일을 못하는데 이광수씨가 그 분들과의 관계를 재미있게 형성해줬다. 1회부터 이광수씨가 '선생님 저희 일하는 동안 약과드시는 거예요?'라고 했다. 그게 이광수씨만 할 수 있던 거라고 봤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연경씨는 누구나 섭외하고 싶은 출연자다. 본인도 너무 많은 섭외가 들어왔는데 '코리아 넘버원'을 선택했다고 해주더라. 저희가 얼마 전에 경기를 보러 갔다 왔는데 저희 한테는 너무 귀엽고, 막내동생 같은 분인데 경기장에서는 너무 큰 언니에 호령하는 호랑이라는 생각에 그 차이에서 오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저희가 섭외를 결정했을 때도 열심히하겠다는 게 아니라 선생님께 '사바사바'해도 되냐고 한 걸 보고 잘했다고 생각했다"라며 웃었다.
그런가 하면 앞서 SBS, JTBC, tvN 등 다양한 방송국에서 작업해온 정효민 PD와 김인식 PD. 두 사람은 방송국을 떠나 프로그램 제작사인 스튜디오 모닥을 차리며 '코리아 넘버원'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PD들의 '방송국 이탈' 현상이 더욱 심해진 가운데, 실제 이 같은 현장을 경험한 두 사람은 '탈 방송국' 현상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정효민 PD는 "첫 프로그램이 잘 돼야 다음이 잘 열린다고 생각했다. 다행인 건 외롭진 않았다. 그리고 넷플릭스와 처음 일을 하지만 저희 프로그램을 프로듀싱하는 담당자는 JTBC 때 저와 ‘마녀사냥’을 같이 했던 PD다. 그래서 유재석씨께서도 흔쾌히 출연을 결정해주셨다. 모든 게 새로웠지만 만든 사람들은 기존에 알던 사람들이라 외롭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인식 PD는 "방송국에 있나, 제작사로 나와서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와 프로그램을 제작하나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은 다르지 않다. 다만 어떤 콘텐츠를 만드냐는 지향점이 달라진다. 방송국에 있으면 ‘레귤러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안정적으로 끌고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장점이 있다. 조금 더 트렌드에 역동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건 OTT 시장이라고 본다. 방송을 즐기면서 5년 정도 했지만 나중을 생각했을 때 조금 더 역동적으로 일해볼 수 있는 시기라는 생각에 나와서 일하게 됐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효민 PD는 "저는 회사에 있는 게 안정적이고 좋다. 모험하는 성격은 아니다. 그런데 저희 스튜디오는 넷플릭스 프로그램만 만드는 파트너사같이 돼 있다. 저는 '만드는 게 좋은 사람'인데 40대에 들어왔으니 어느 순간부터는 제 후배였던 사람이 제 프로듀서가 돼서 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게 선택한 이유이기도 했다. 산업의 변화이기도 한 게, 회사 안에 있으면 안전한 대신에 일이 빠르게 진행되기는 쉽지 않다. 빠르게 트렌드를 보고 대응해야 하는 시점에서 채널 안에서는 결정과 서포트가 가벼운 프로덕션의 단위로 움직이는 것보다 느리더라. 이 프로그램을 하는 데도 제작진과 출연자 뜻만 맞으면 바로 추진할 수 있는데 회사 안에서는 편성 시기 같은 걸 논의하다가 늦어질 수밖에 없겠더라"라고 털어놨다.
그렇다며 이들의 '코리아 넘버원' 다음은 어떨까. 정효민 PD는 "큰 프로젝트를 해봤으니까 기민하고 더 빠른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가벼운 콘텐츠를 해보고 싶다. 가볍고 조금 더 빠르게 해볼 수 있는 콘텐츠를 해보고 싶다"라고 했다. 특히 그는 방송국을 떠나 시청률 부담을 던 것에 대해 "한편으로는 채널에 있을 때는 시청률로만 얘기하는 게 사라져야 한다고 말한 게 10년이 넘었다. 불안하긴 하지만 시청률로만 보지 않는게 좋은 것 같다"라고 했다. 더불어 김인식 PD는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도달했는지가 시청률인데 넷플릭스는 직접 눌러서 보신 분들이 프로그램을 선택하시는 것 같다. 그게 더 의미있다고 본다"라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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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