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때문이라고 하면 핑계죠.”
한화 1루수 김인환(28)은 올 시즌 중반까지 신인왕 후보 1순위였다. 만 28세 적잖은 나이에 신인상 자격 요건을 갖춘 그는 5월 1군 콜업 후 빠르게 한화 중심타선에 자리잡았다. 데뷔 첫 홈런을 시작으로 8월까지 87경기 타율 2할8푼3리(318타수 90안타) 15홈런 46타점 OPS .793을 기록했다. 당시까지 SSG 1루수 전의산, 삼성 외야수 김현준과 신인왕 3파전 레이스에서 우위를 점했다. KBO 역대 최고령 신인왕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했다.
그러나 9월 이후 26경기 타율 1할7푼5리(80타수 14안타) 1홈런 8타점 OPS .439로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9월10일 대전 SSG전에서 부상이 뼈아팠다. 이날 김인환은 하주석의 안타 때 2루에서 홈으로 들어오며 슬라이딩하다 홈을 막은 SSG 포수 이재원과 충돌하면서 왼쪽 발목이 꺾였다.
다행히 뼈가 부러지지 않아 염좌로 큰 부상은 피했지만 부상 이후 2경기를 결장했다. 타격 사이클이 떨어진 상황에서 부상으로 흐름이 완전히 끊겼다. 시즌 초중반 좋을 때 타격감을 찾지 못한 채 아쉽게 시즌을 마무리해야 했다.
김인환은 “부상 때문이라고 하면 핑계다. 내가 아직 많이 부족한 선수라고 생각했다”며 “(부상을 당한) 그날 이재원 선배님이 바로 연락을 줘서 괜찮냐고 물어보셨다. 야구 경기를 하다 보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고, 속상하게 생각하진 않았다. 몸이 튼튼한 편이라 발목이 덜 꺾였고, 빨리 나았다”고 웃으며 돌아봤다.
후반기 고전 이유로 김인환은 “시즌을 치르면서 경기를 계속 나가다 보니 약점이 많이 드러난 느낌을 받았다. 풀타임 시즌이 처음이라 컨디션이나 체력적인 부분도 떨어졌지만 내가 공략하기 어려워하는 곳으로 공이 많이 왔다”며 부상보다는 약점이 분석된 것이라고 냉정하게 자평했다.
김인환의 시즌 최종 성적은 113경기 타율 2할6푼1리(398타수 104안타) 16홈런 54타점 OPS .722. 신인 자격 선수 중 최다 안타, 홈런, 타점이었지만 두산 불펜투수 정철원에게 신인왕을 내줬다. 지난달 17일 KBO 시상식에서 정철원이 유효 투표수 104표 중 74표를 받아 24표를 얻은 김인환을 제쳤다.
신인상을 기대하지 않았지만 김인환은 모처럼 정장을 빼입고 시상식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그는 “상을 기대한 건 아니고, 철원이를 축하하기 위해 참석했다. 시상식에 가보니 동기 부여가 되더라. 타이틀을 딴 선수들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상을 받아야겠다는 목표를 세우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시즌 전 육성선수 신분으로 불투명한 미래와 싸웠던 것을 생각하면 꿈같은 해였다. 지난 5월4일 문학 SSG전에서 2회 이태양에게 친 데뷔 첫 홈런을 떠올린 김인환은 “1군에 올라와 첫 홈런을 칠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태양이형한테 쳤는데 정신이 없고, 어안이 벙벙했다”고 되돌아봤다.
1군에서 홈런 하나를 목표로 꿈꿨던 김인환은 올해 16개로 마쳤다. 내년에는 그 이상을 꿈꾼다. “16개보다 더 많이 치고 싶다. 올해보다 잘하고 싶다”는 김인환은 “중심타선을 이끌어줄 채은성 선배님이 오셨다. 다른 선수들도 좋은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다”고 기대하며 “비시즌에 잘 쉬면서 웨이트로 체력을 기를 것이다. 헛스윙이 많고, 선구안이 부족한 게 약점이다. 이 점에 신경써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