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연기대상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1년의 가장 마지막날 열리는 KBS 연기대상이 그 피날레를 장식할 주인공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예년처럼 30%를 웃도는 시청률이나 화제성을 자랑한 작품이 없기 때문이다. 일일드라마부터 주말드라마, 게다가 5년 만에 대하 사극까지 알차게 준비한 2022년이지만 막상 추수를 하고 보니 남는 게 없는 지경이다.
‘2022 KBS 연기대상’은 오는 31일 오후 9시에 열린다. 방송인 전현무과 배우 이혜리가 MC를 맡아 진행한다.
1년 동안 안방을 즐겁게 한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에서 축제이지만, 막상 올해 KBS 드라마들을 살펴보면 타방송사처럼 ‘대박’을 친 작품이 없다. 두 자릿수 시청률을 바라기는 어렵고, 애국가 시청률을 면하기 급급했다.
무엇보다 올해 KBS 주말드라마의 부진이 뼈아프다. 그동안 KBS 주말드라마는 시청률 30%는 보장되어 있었다. 이른바 ‘콘크리트 시청률’이라 불릴 정도였고, 대부분의 작품이 30%를 넘기며 그 안에서 대상의 주인공이 탄생하곤 했다. 지난해에는 ‘신사와 아가씨’에 출연한 배우 지현우가 대상을 가져갔고, 2020년에는 ‘한 번 다녀왔습니다’ 천호진이 받았다. 김영철(2017년, ‘아버지가 이상해’), 천호진(2017년, ‘황금빛 내 인생’), 유동근(2018년, ‘같이 살래요’) 등이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올해 KBS 주말드라마는 제대로 ‘망’했다. ‘신사와 아가씨’ 후속으로 방송된 ‘현재는 아름다워’는 최고 시청률 29.4%에 그쳤다. KBS 주말드라마가 시청률 30%를 넘기지 못한 건 2015년 ‘파랑새의 집’ 이후 7년 만이다. 절치부심한 뒤 내놓은 ‘삼남매가 용감하게’ 역시 22회까지 방송된 7일 기준 최고 시청률은 22.8%에 그치고 있다.
‘연모’ 이후 월화드라마, 수목드라마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꽃피면 달 생각하고(최고 7.6%, 4화)’, ‘크레이지 러브(최고 4.6%, 16화)’, ‘붉은 단심’, ‘미남당(최고 5.7%, 4화)’, ‘법대로 사랑하라(최고 7.1%, 1화)’, ‘커튼콜(최고 7.2%, 1화)’,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최고 1.9%, 1화)’, ‘징크스의 연인(최고 4.5%, 4화)’,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최고 3.6%, 1화)’, ‘진검승부(최고 6.3%, 12화)’ 모두 두 자릿수 시청률을 달성하지 못했다.
‘황금가면’(최고 17.8%, 76화), ‘태풍의 신부(최고 13.9%, 36화)’, ‘으라차차 내 인생(최고 20.2%, 119화), ‘내 눈에 콩깍지’(최고 17.4%, 45화) 등 일일드라마가 힘을 냈지만 일일드라마에 대상이 주어진 전례가 없기에 기대가 높진 않다.
자연스럽게 눈이 가는 건 5년 만에 부활한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이다. ‘태종 이방원’은 최고 시청률 11.7%(28화)를 기록했다.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다 말 학대 논란으로 폐지 요구가 잇따르자 방송을 잠정 중단했다가 약 한달 만에 방송을 재개했다. 5년 만에 부활한 대하 사극, 두 자릿수 시청률 돌파라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대상 가능성이 높았지만 말학대 논란이 발목을 잡았다. 그럼에도 다른 드라마들이 돋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태종 이방원’ 주상욱 또는 김영철의 수상이 점쳐진다.
한해의 농사를 마무리하면서 수확의 기쁨을 나눠야 하지만 수확물이 초라해 기쁨을 나누기도 민망한 상황이다. ‘천원짜리 변호사’, ‘빅마우스’ 등 시청률과 화제성을 다 잡은 타방송사들이 그저 부러울 따름인 KBS가 절치부심해 2023년에는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