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먼저 꽃다발을 주겠다” 10년 전 약속, 류지현 전 감독은 마음만 전할 수 밖에 없었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2.12.10 10: 37

 LG의 플레이오프 탈락의 파장은 골든글러브 시상식까지 이어졌다.
LG 트윈스 오지환(32)이 드디어, 프로 입단 14년 만에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오지환은 9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2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총 유효표 313표 중 246표(78.6%)를 받아 50표(16.0%)를 얻은 2위 박성한(SSG 랜더스)을 여유있게 따돌리고 수상자가 됐다. 2009년 LG에 입단한 이후 첫 수상, 리그 최고 유격수의 훈장을 받기까지 14년이 걸렸다.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LG 오지환이 소감을 전하고 있다. 2022.12.09 / dreamer@osen.co.kr

더불어 LG 유격수로 골든글러브 수상은 무려 23년 만이다. 1998년과 1999년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류지현 전 감독에 이어 오지환이 계보를 잇게 됐다.
2021~2022시즌 2년 동안 LG를 이끌었던 류지현 전 감독은 올 시즌 도중 오지환의 골든글러브 수상을 누구보다 간절하게 바랐다. 시즌을 치르며 취재진과 경기 전 공식 인터뷰 시간에 골든글러브 이야기가 두 세 번 언급됐다.
류지현 전 감독은 “오지환이 정말 누가 봐도 인정받는 선수가 되려면 골든글러브라는 타이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 골든글러브에 가까워지고 있다. 시즌을 잘 마무리해서 12월 시상식 때 오지환이 수상을 하게 된다면,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번은 류 전 감독이 수비코치 시절 오지환과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2012년 수비코치 보직을 맡은 류 전 감독은 오지환을 처음부터 하나하나 새롭게 가르쳤고 혹독한 수비 조련이 있었다. 지금의 오지환을 있게 한 밑바탕이었다.
류 전 감독은 “정말 혹독하게 훈련시켰다. 나쁜 버릇을 고치는 것부터 시작해 발 스텝, 글러브 위치, 손을 어떻게 하는지 등 하나하나 지적하며 가르쳤다. 잔소리를 너무 많이 해서 (오지환이) 짜증도 났을 것이다”고 10년 전 일을 회상했다.
그 당시 약속한 것이 있었다. 류 감독은 “훈련하면서 지환이에게 말했다. ‘네가 나중에 골든글러브를 받으면, 내가 제일 먼저 꽃다발을 들고 나가 주겠다’고 했다”는 약속을 공개했다.
경기 후 류지현 감독과 오지환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OSEN DB
오지환은 올 시즌 타율 2할6푼9리 133안타 25홈런 87타점 75득점 20도루 OPS .827로 활약했다. 홈런에서 개인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고, 잠실구장 유격수로는 처음으로 ‘20홈런-20도루’도 달성했다. 수비는 이미 톱클래스로 인정받은 오지환이 올해는 이견이 없는 리그 최고 유격수였다.
류 전 감독의 기대대로 오지환은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오지환은 시상식 무대에서 골든글러브를 받아든 뒤에 “이렇게 영광스러운 자리에 설 수 있게 만들어주신 모든 스승님들께 감사드린다. 특히 류지현 감독님, 염경엽 감독님에게 감사드린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염경엽 감독은 류 전 감독에 앞서 오지환의 신인 때 수비코치로 가르쳤다.
그러나 오지환의 골든글러브 수상을 누구보다 반겼던 류 전 감독은 10년 전 약속을 지킬 수가 없었다.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LG는 계약 기간이 끝난 류지현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류 전 감독은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오지 못했다. 아마도 TV로 시상식을 보면서 축하해주고, 따로 진심어린 축하의 말을 전했을 것이다. 시상식에서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겠지만.
P.S. 오지환은 시상식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류지현 전 감독과 통화를 언급했다. 오지환이 류 전 감독에게 전화를 했고, 류 전 감독은 ‘정말 꽃다발을 주고 싶었는데 가지 못해서 미안하다.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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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LG 오지환이 아내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202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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