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인 '우승 단장'의 자진 사퇴, 커지는 비선실세 의혹 [오!쎈 이슈]
OSEN 홍지수 기자
발행 2022.12.14 10: 20

2022년 ‘통합 챔피언’ SSG 랜더스를 재건한 인물이 자진사퇴를 했다. 그 때문에 느닷없이 비선실세 의혹이 불거졌다. 
2001년 SK에 입사한 류선규 전 단장은 2021년 SK의 마지막 단장이자 SSG 초대 단장이었다. 2022년 시즌을 꾸리기 시작할 때 류 전 단장의 목표는 자신이 2년 내 팀 재건이었다. 그는 훌륭하게 목표를 달성해냈다. 
마케팅, 홍보팀, 육성팀, 전략기획팀, 데이터 분석팀 등을 거치며 SK 왕조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 팀 성적이 떨어질 때 단장 자리에 올랐고 SSG의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그룹 차원의 지원이 있었지만 일선에서 팀을 잘 꾸려나가기 위해 미국까지 다니며 발벗고 나섰다.

SSG를 떠난 류선규 전 단장. / OSEN DB

그는 야구단 운영에 있어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 그만한 애정도 있었다. 류 전 단장은 PC통신 하이텔에서 야구가 좋아 밤샘 글을 쓰다가 야구단 프런트가 됐다. 야구계 입문은 LG 트윈스였지만, 인천에서 인생이 황금기라 할 수 있는 30대, 40대를 보냈다.
그런 그가 돌연 자진사퇴했다. 류 전 단장은 “2년 내 재건이 목표였다”면서 “소임을 다했다. 시원섭섭하지만 앞으로는 후배들이 잘 이끌어줄 것이다”라며 작별을 고했다.
상당히 이례적인 사태였다. 신세계 그룹은 야구판에 뛰어든 후 SSG라는 이름으로 2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40주년을 맞은 KBO리그 역사상 최초로 정규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wire-to-wire)’ 우승이라는 대기록도 남겼다.
또한 올해 인천SSG랜더스필드 홈경기 누적 관중은 98만1546명.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팬동원을 자랑했다. 인천 연고 프로야구 팀 최초로 한 시즌 관중 1위다. 그런데 이런 업적에는 기존 야구단 구성원들의 노력이 깃들여져 있다. 그 중에는 류 전 단장의 몫도 상당하다.
류 단장은 인천 야구팬들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프런트이기도 했다. 여러 부서를 거치면서 인천과 야구에 누구보다 큰 애정을 보였다. 그래서 더욱 류 전 단장의 자진사퇴에 야구계, 팬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류 전 단장이 물러남과 동시에 '비선 실세'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신세계 그룹과는 무관한 한 인사가 구단 운영에 직간접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차기 SSG 단장도 이 인사와 가까운 야구인이라는 설이 급속도로퍼졌다. 이러한 의혹이 커지면서 야구 팬들은 정용진 구단주의 SNS를 통해 해명을 요청하고 있다.
게다가 SSG는 통합 우승 후 해야할 일이 산더미다. 외국인 선수 3명 모두 교체하기로 한 가운데 투수 1명과 타자 1명은 새로 영입했다. 1명이 남은 상태다. 이 과정을 책임지고 있던 류 전 단장이 급작스럽게 물러났다.
애정이 있고 책임감이 강하며 야구단 운영 능력에서 인정을 받은 인물이 과제를 남겨둔 채 돌연 자진사퇴했다. 야구계, 팬 모두 납득할 수 없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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