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이적 여지도 막겠다” NC의 구창모 계약 유감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2.12.18 08: 30

[OSEN=백종인 객원기자] ‘띵동’. 주말 아침이다. 오피셜이 떴다. ‘사람들이 참, 쉬는 날도 없나.’ 그러나 투덜거림은 잠시다. 내용이 놀랍다. NC와 구창모가 사인했다. 최대 132억원짜리 딜이다. 비FA 다년계약이다.
역시 다이노스다. 앞서가는 팀이다. 참신하고, 기발하다.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조항들이 담겼다.  일단 유연하다. 자격에 따라 6년 또는 6+1년이 된다. 군입대 기간까지 배려했다. 무엇보다 FA를 2년이나 앞둔 시점이다. 이런 결정은 쉽지 않다. 리그 첫 사례임은 물론이다.
또 있다. 아직 성장하는 투수다. 반대의 시각도 존재한다. 검증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100이닝을 넘긴 게 3시즌뿐이다. 밥 먹듯 10승을 한 것도 아니다. 2019년(10승 7패), 2022년(11승 5패). 두 번이 전부다. 공백도 있다.  2021년을 통째로 쉬었다. 수술 전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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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강력한 의지가 엿보인다. 투자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 선수에 대한 두터운 신뢰도 나타난다. 젊은 구단다운 패기다.
임선남 단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프랜차이즈 선수이자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선발 투수다. 그런 선수와 동행을 약속해 기쁘다. 신인 때부터 한결같이 진지한 태도와 성실함을 보였다. 한때 어려운 시간을 겪기도 했지만 강한 정신력으로 이겨냈다. 건강하게 돌아와 에이스다운 모습으로 선발진을 이끌었다.”
당사자도 결의에 차 있다. “생각지도 못한 다년 계약을 먼저 제안해 준 구단에 감사하다. NC의 프랜차이즈 선수가 되는 꿈을 품었는데, 여기에 더 다가간 것 같아 너무 기쁘다. 책임감을 갖고 구단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겠다.”
NC 다이노스 제공
과감한 결단이다. 창의적이고, 선구적이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는다. 단 한 가지 때문이다.
다시 NC구단과 임 단장의 얘기다. “구창모 선수가 타 구단이나 해외로 이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선발진의 안정화와 중ㆍ장기적인 전력 구성 계획을 실행할 수 있게 됐다.” 첫번째 이유는 납득된다. ‘타 구단 이적…’이라는 부분 말이다. 이미 핵심 전력의 유출을 경험했다. 대안이 필요했으리라. 충분히 수긍한다.
하지만 그 다음은 동의하기 어렵다. “해외 이적의 여지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이 멘트에서 마음이 멈춘다. 당사자는 어떤 생각일까. 한 매체에 이런 말을 남겼다. "타 팀 이적은 아예 생각을 안 해봤다. 유일하게 고민했던 건 예전부터 해외 도전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후회 없는 선택을 하자'고 생각해서 계약을 하게 됐다." (스타뉴스와 인터뷰 중에서)
물론 유출을 걱정하는 건 당연하다. 리그 내에서는 말 할 것도 없다. 아니더라도, 해외라 해도 마찬가지다. 뻔한 전력 손실이다. 막고 싶은 게 구단의 입장이다. 본인도 마찬가지다. 굳이 등 떠밀 이유는 없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할 필요는 없다. 마땅치 않으면, 안 가면 된다. 그렇다고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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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월이다. 타이거즈의 속이 타들어갔다. 에이스의 고집 때문이다. 양현종이 데드라인을 또 연장했다. ‘더 기다리겠다’는 뜻이었다. 오매불망 미국행을 위해서다. 마이너 거부권이라는 단서 조항도 포기했다. 원 소속팀은 말도 못 꺼낸다. 애만 태워야 했다. 결국 텍사스로 떠나보내고 말았다.
NC는 ‘해외 이적’이라고 했다. 이 말은 흔히 다르게 불린다. ‘진출’ 혹은 ‘도전’이라는 표현이다. 뭔가 엄숙하고 비장한 어휘다. 훼손하기 어려운 지고(至高)의 의미도 담겼다. 때문에 현실적인 손실이나 장애는 고려는 대상이 될 수 없다. 그 자체가 존중되는 과정이다.
양현종은 손해를 감수했다. 스플릿 계약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어디 그 뿐인가. 훨씬 선배들도 그랬다. 이상훈, 구대성, 임창용…. 그들은 당장의 불이익에 개의치 않았다. 단호하게 험한 숲으로 향했다. ‘꿈’ 그리고 ‘도전’이라는 표지판이 가리키는 길이다. 그걸 막겠다는 의도는 공감하기 어렵다. 전력 유출. 그런 차원에서 이해돼서는 곤란하다. 그게 장기 계약의 의도로 작용해서는 안된다. 어떤 명분으로도.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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