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선수를 WBC대표로 뽑을 것인가…일본의 고민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2.12.19 07: 23

[OSEN=백종인 객원기자] 지난 9월의 일이다. 일본이 발칵 뒤집혔다. 주간지 기사 때문이다. 유명한 슈칸분슌(週刊文春ㆍ주간문춘)의 보도다. 30대 야구선수와 20대 여성의 스캔들이었다. 그런데 내용이 심상치 않다.
둘 사이는 2년 넘게 지속됐다. 그러던 중 임신이 됐다. 여성은 출산을 원했다. 그러나 남성이 반대했다. 심지어 낙태를 종용했다. 충격 받은 여성은 극단 선택을 시도했다. 이 과정을 지켜본 (여성의) 지인의 제보로 세상에 알려졌다.
사건은 당사자간 합의로 무마됐다. 그렇다고 소문이 사라질 리 없다. 수군거림이 계속됐다. 주인공 타석에 야유가 쏟아졌다. 하지만 이상하다. 그 많은 스포츠 신문, 일간지, 방송들이 모두 잠잠하다. 당사자가 사카모토 하야토(34)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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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요미우리 자이언츠, 아니 일본 프로야구의 간판이다. 15년째 주전 유격수다. 2200안타를 넘겼고, 3000개를 바라보는 중이다. 그야말로 아이콘 같은 존재다. 슈칸분슌은 ‘다른 매체들이 (자이언츠의 모기업인) 요미우리 신문의 눈치를 보느라 보도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의 스캔들은 처음이 아니다. 2018년 스프링캠프 때도 있었다. 숙소에서 여성을 괴롭혔다. 잠자리 요구를 안 들어준다며 어깨와 허벅지를 깨물었다. 이번에도 구단이 나서 사건을 덮었다. 합의금 550만엔(약 5700만원)을 지불했다는 후문이다. 그 전에도 몇 차례 제보가 있었다. 변태적인 행위를 강요하거나, 피임을 못하게 하며 괴롭혔다는 증언이었다.
결국 인사 조치가 이뤄졌다. 시즌이 모두 끝난 뒤다. 8년간 차고 있던 완장을 벗게 됐다. 하라 다쓰노리 감독은 26세 오카모토 가즈마에게 주장을 넘기도록 했다. “부담을 내려놓고 편하게 경기하라”는 뜻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신 차리라”는 훈계로 비춰진다.
2019년 오키나와에서 벌어진 KIA 타이거즈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연습경기, KIA 김기태 감독과 요미우리 사카모토 하야토가 포옹을 하고 있다./rumi@osen.co.kr
사무라이 재팬이 순항 중이다. 초특급 선수들이 속속 합류한 덕이다. 오타니 쇼헤이(LAA)에 이어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가 OK 사인을 냈다. 그러자 스즈키 세이야(컵스)도 승선을 결정했다. “모두의 결의가 느껴진다.”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이 전의를 불태운다.
목표는 ‘우승 탈환’, 그리고 ‘타도 미국’이다. 마이크 트라웃, 무키 베츠, 브라이스 하퍼, 놀란 아레나도…. 주최국은 드림팀이 나선다. 이들과 일전에 승부를 건다. 그러자면 베스트 라인업을 짜야한다. 이를 위해 사카모토는 필수적인 존재다. 공수 겸비 유격수라서다. 이전에도 늘 핵심이었다. 올림픽(2020년 금메달)과 2번의 WBC(2013, 2017년)에 출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고민이 크다. 거듭된 사생활 탓이다. 일단 1차 선발에서는 제외됐다. 겉으로는 잦은 부상으로 인한 경기수 부족(83게임 출전)이 이유였다. 유격수에는 겐다 소수케(세이부)가 선발됐다.
이를 두고 찬반이 부딪힌다. “아무리 그래도 큰 경기 경험이 많고, 대표팀에서 실적이 출중한 사카모토가 뛰어야 한다.” 옹호하는 측의 얘기다. 반대로 거부감도 뚜렷하다. “WBC는 전세계에 야구를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창설된 대회다.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선수가 뛰는 건 적절치 않다. 제외시킨다고 해도 명분은 충분하다.”
정작 구리야마 감독은 말을 아낀다. 여론을 살피는 중이다. 이래저래 고민의 시간이 길어질 것 같다.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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