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는 하지 말랬는데” 청개구리 아들의 ML행…부자 마이너리거 탄생 배경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12.23 05: 30

“저는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해요.”
18세에 재능을 인정받아 야구의 본고장인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계약을 체결한 엄형찬(18·경기상고). 그는 어떻게 포수 마스크를 쓰게 됐을까.
엄형찬의 부친은 야구선수 출신인 엄종수 경기상고 배터리코치다. 엄 코치는 현역 시절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미국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엄형찬은 어린 시절 포수 마스크를 쓴 아버지를 보며 자연스럽게 안방마님의 꿈을 키웠다.

포수상을 수상한 경기상업고등학교 엄형찬이 아버지 엄종수 경기상고 배터리 코치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엄형찬은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계약을 맺었다. 2022.12.22 /jpnews@osen.co.kr

22일 제6회 이만수 포수상을 수상한 엄형찬은 “아버지가 포수라 자연스럽게 포수 포지션을 향한 관심이 커졌다”라며 “물론 아버지는 포수를 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런데 난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는 스타일이다. 포수에 재미를 느껴서 계속 하게 됐다”라고 유년 시절을 회상했다.
엄 코치는 자신이 한 고생을 아들이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포수가 아닌 다른 포지션을 추천했다. 포수는 야구의 9개 포지션 가운데 체력소모와 부상이 가장 많기 때문. KBO리그의 레전드 포수인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은 유망주들의 포수 기피 현상을 막고자 2017년 이만수 포수상을 제정했다.
엄 코치는 “아시다시피 포수는 굉장히 어렵고 힘든 포지션이다. 희생해야하는 부분이 많다. 아마 나 말고도 아들이 포수를 한다면 모두가 말리지 않을까 싶다”라고 아들에게 포수를 만류한 속내를 밝혔다.
포수상을 수상한 경기상업고등학교 엄형찬이 아버지 엄종수 경기상고 배터리 코치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엄형찬은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계약을 맺었다. 2022.12.22 /jpnews@osen.co.kr
그러나 엄형찬은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고 포수 포지션을 고수하며 결국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 고교 포수랭킹 1위로 평가받은 그는 KBO 신인드래프트 참가가 아닌 지난 7월 캔자스시티와 계약했다.
아버지는 이제 미국행의 꿈을 이룬 아들이 자랑스럽다. 아들의 뜻을 존중해 메이저리그 도전도 말리지 않았다. 마이너리거 출신인 엄 코치는 “이번 결정은 본인 뜻에 맡기고 싶었다. 아들 의지가 확고했다”라며 “물론 미국 생활이 힘들지만 돌이켜보면 난 그렇게 도전할 수 있는 시간이 좋았다. 아직 한국인 포수 메이저리거가 없어서 형찬이가 그렇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라고 아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엄형찬은 아버지와 달리 마이너리그를 거쳐 메이저리그로 승격해 한국인 최초 포수 빅리거가 되는 게 목표다. 그는 “미국 교육리그에 가보니 잘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자리가 맞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미국에서 잘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직접 부딪히면서 많은 걸 배우겠다”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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