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남-채은성 다년계약 패싱한 차명석 단장, 왜 오지환은 다년계약 추진할까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3.01.02 05: 29

 # 2021년 12월 14일, KBO리그 최초로 비(非) 자유계약선수(FA)의 다년 계약이 성사됐다.
SSG 랜더스는 FA 자격 취득까지 1년 남은 투수 문승원, 박종훈과 FA가 되기 전에 다년 계약으로 묶었다. SSG는 박종훈과 5년 총액 65억원(연봉 56억원, 옵션 9억원), 문승원과 5년 총액 55억원(연봉 47억원, 옵션 8억원)에 각각 계약했다.
당시 SSG는 "팀의 중심을 잡아줄 핵심 선수들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향후 선수단 전력을 안정화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LG 유격수 오지환. / OSEN DB

비FA 다년 계약은 또 다른 노림수도 있었다. 2023시즌부터 시작되는 샐러리캡 제도를 미리 대비하려는 선제적인 조치였다. SSG는 2022시즌 연봉으로 박종훈은 18억원, 문승원은 16억원으로 책정했다. 5년 계약 연봉 총액의 32~34%를 샐러리캡 제도 시행 직전 해 연봉으로 지급하면서 샐러리캡에 여유를 만들었다.
# 2022시즌을 앞두고서 차명석 LG 단장은 시즌 후 FA 자격을 얻게 되는 유강남, 채은성과 다년 계약을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묻자, “다년 계약은 고려하지 않는다. FA가 되고 나서 합당한 대우로 협상하면 된다”고 했다. 비FA 다년 계약을 한 SSG(박종훈, 문승원, 한유섬), 삼성(구자욱)과는 다른 움직임이었다.
# 2022시즌이 끝나고, FA 시장은 주전 포수들이 대거 쏟아지면서 과열됐다. 최근 투자에 인색했던 한화, 롯데가 돈지갑을 풀면서 A급 선수들의 몸값은 상승됐다. 게다가 2023시즌 샐러리캡 제도 상한액이 발표된 후 선수단 연봉이 많은 구단은 샐러리캡 위반시 뒤따르는 제재로 인해 적극적인 투자가 쉽지 않았다.
2021~2022년 구단별 연봉 상위 40명 총액의 평균 금액 120%가 상한선이다. 114억 2638만원이 올해와 내년 샐러리캡 상한액이다. 샐러리캡 1회 초과 시 초과분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재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2회 연속 초과할 땐 초과분의 100%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재금으로 내야 하고, 다음 년도 1라운드 지명권이 9단계 하락한다. 3회 연속 초과 시에는 초과분의 1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재금을 내야 하고 다음년도 1라운드 지명권이 9단계 하락한다.
롯데와 FA 계약을 한 유강남(왼쪽)과 한화로 FA 이적한 채은성.
# LG는 오프 시즌에 FA가 된 유강남(롯데 4년 80억원), 채은성(한화 6년 90억원)이 다른 팀으로 떠나는 것을 붙잡지 못했다. LG가 제시한 금액보다 롯데, 한화의 제안 금액이 더 많았다. 선수단 연봉이 100억원이 넘는 LG는 샐러리캡 상한액을 지키기 위해서 더 많은 베팅을 하지 못했다. SSG처럼 1년 앞서 미리 다년 계약을 하고, 연봉을 몰아주기를 했더라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 유강남, 채은성을 놓친 차명석 단장은 오지환과 다년 계약을 협상하고 있다. 오지환은 2019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어 LG와 4년 40억원에 계약했다. 올해가 계약 마지막 해다. 올 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치면 FA 자격을 재취득하게 된다.
오지환은 2022시즌 142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6푼9리 25홈런 20도루 OPS .827을 기록했다. 2016년 20홈런 이후 처음 20홈런을 넘어섰고, 잠실 유격수로는 처음으로 ‘20홈런-20도루’도 달성했다. 데뷔 처음으로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LG는 오지환이 FA가 되기 전에 미리 다년 계약으로 붙잡고자 한다. 오지환은 올해 33세 시즌이다. 적지 않은 나이다. 5~6년 다년 계약이라면, 38~39세 시즌까지 계약이다. 그럼에도 5년 이상의 다년 계약이라면 100억원은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유강남과 채은성을 다년 계약으로 미리 붙잡지 못하고 놓친 시행착오는 오지환이 그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2023시즌을 마치고 FA가 되는 선수들을 보면 특A급은 없다. 구단별 유격수 포지션을 보면 절실한 구매자는 없어 보인다. SSG는 지난 2년간 타율 3할(901타수 270안타)을 기록한 박성한이 있다. KIA는 타율 2할7푼대와 도루 타이틀을 차지한 박찬호가 있다.
롯데는 유격수 노진혁을 FA 영입(4년 50억원)했다. KT는 김상수를 FA 영입(4년 29억원), 주전 유격수 심우준의 군 복무 동안 대체할 유격수 문제를 해결했다.
삼성은 이재현, 김영웅, 강한울 등 유격수 자원이 많다. 프랜차이즈 유격수였던 김상수를 붙잡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한화는 주전 유격수 하주석이 음주 운전으로 출장 정지 징계(70경기)를 받았는데, FA 오선진을 영입했다. 키움이 외부 FA 영입으로 유격수 자리를 보강할 리는 없다.
NC는 FA 노진혁을 놓쳤지만 3년차 유망주 김주원이 있다. 두산은 김재호를 이을 유격수로 3년차 안재석이 1순위로 꼽히고 있다. 
/orang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