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대성→봉중근→김광현…좌완 '일본 킬러' 계보, 이제 누가 이어받나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3.01.03 19: 20

‘한일전’ 영광의 역사는 ‘좌완 투수 킬러’와 언제나 함께했다.
오는 3월에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비가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숙적 일본과의 피할 수 없는 승부도 1라운드부터 예고되어 있다. WBC 대표팀 이강철 감독은 오는 4일 WBC 예비명단 35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투수 최고 14명, 포수 2명을 포함한 30인은 최종 명단은 2월7일까지 확정지으면 된다. 4일 발표되는 35인의 예비명단에서 컨디션과 부상 여부에 따라서 최종 명단이 확정될 전망이다.
한국은 1라운드 B조에 속해 일본, 호주, 중국, 체코와 2라운드 진출을 두고 다툰다. 호주와 3월 9일 첫 경기를 치르고 한일전은 이튿날인 10일에 열린다. 사실상 조 1위를 놓고 다투게 되는 중요한 일전이다. 1라운드 통과 이후 A조 상위 2개 팀과 8강전을 치르게 되는데 단판 승부로 펼쳐지는 만큼 일본전 승패에 따라서 8강 이후 여정이 판가름 날 전망이다.

구대성-봉중근-김광현 /OSEN DB

이미 일본은 최정예 멤버를 꾸려나가고 있다.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스즈키 세이야(시카고 컵스),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 등 현역 메이저리거들을 비롯해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버팔로스),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스),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 등 일본프로야구 간판 선수들까지 합류, 최정예 멤버를 꾸려 우승에 도전한다. 혼혈 선수인 라스 누트바르(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까지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에서도 “역대 최강의 사무라이 재팬”이라는 평가로 우승을 향한 기대를 한껏 부풀리고 있다.
한국 역시 현역 메이저리거인 김하성(샌디에이고), 최지만(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을 비롯해 지난해 내셔널리그 2루수 골드글러브이자 어머니가 한국인인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까지 대표팀에 나설 전망이다. 한국 역시도 꾸릴 수 있는 선수들 중에서 최강의 멤버를 꾸려 WBC에서 명예회복에 나선다.
현실적으로, 객관적으로 한국 전력은 일본에 비해 열세다. 선수층 차이도 크다. 하지만 최정예끼리 맞붙는 국제대회 단판 승부는 언제든지 변수를 만들었고 한국은 숙적을 여러차례 격파했다. 한국의 좌완 선발 투수는 일본을 꺾는 공식과도 같았다. 과거 실업리그 시절, 아마추어 성격의 선수들이 맞붙은 대표팀 레벨에서 이선희가 ‘원조’ 일본 킬러의 명성을 얻었다. 이선희부터 시작된 ‘일본 킬러’ 계보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구대성,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김광현(SSG), 2009년 WBC에서는 봉중근이 이어 갔다. 
좌완 킬러 계보에서 김광현이 아직 현역 생활을 왕성하게 이어가고 있지만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약 1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일본이 발전하고 세대교체가 왕성하게 되고 있는 사이, 한국은 여전히 김광현, 양현종(KIA) 등 베테랑에 여전히 의존하고 있다. 김광현 이후 ‘일본 킬러’ 계보를 이어나갈 적임자를 아직 찾지 못했다. 2019년 WBSC 프리미어12 대회에서는 약관의 이승호(키움)는 가능성만 확인했고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 무대에서는 우완 사이드암 고영표가 선발 등판했다.
구창모-이의리-김윤식 /OSEN DB
우리는 WBC에서 또 다시 김광현에게 ‘일본 킬러’의 숙명을 요구해야 할까. 이제는 후계자들이 없지 않은 만큼 이들에 대한 기대감도 생긴다. 
‘건강하면’ 이라는 전제가 항상 따라다니지만 구창모(NC)는 현재 KBO리그 자원들 가운데 가장 독보적인 기량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왼팔 피로골절 부상에서 돌아온 뒤 19경기 11승5패 평균자책점 2.10으로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WBC 대표팀 선발을 대비해 일찌감치 몸 만들기에 돌입한다는 각오를 밝힌 만큼 올해 WBC에서 국가대표 데뷔전을 기대하고 있다. 
2021년 신인왕 이의리(KIA)도 새로운 일본 킬러 후보군이다. 29경기 10승10패 평균자책점 3.86의 성적을 올렸고 154이닝 161탈삼진으로 이닝 당 1개가 넘는 탈삼진을 뽑아낼 정도로 위력적인 구위를 갖추고 있다. 양현종의 후계자로 불리지만 투구 스타일은 아직 와일드한 면이 있어 구위로 윽박질렀던 김광현과 흡사한 면도 적지 않다. 
지난해 23경기 8승5패 평균자책점 3.31로 LG 선발 마운드를 책임진 김윤식 역시도 까다로운 투구 스타일로 일본 타자들을 현혹시킬 수 있다. 아직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그 덕분에 국제대회에서 김윤식을 비밀병기로 활용할 수 있다.
이제는 국가대표팀 세대교체는 필연적이다. 일본전 ‘좌완 킬러’의 계보를 이어갈 투수도 새얼굴이 등장해야 한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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