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 2명 떠나고 홀로서기...절치부심 '우승 복덩이', 일찌감치 미국으로 떠난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3.01.04 06: 00

"저 다음 주에 떠납니다."
NC 다이노스 투수 송명기(23)는 지난 2시즌, 스스로에게 실망했고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2020년 후반기 선발진에 자리잡은 뒤 21경기(12선발) 8승3패 평균자책점 3.67의 성적으로 정규시즌 우승에 디딤돌을 놓았다. 한국시리즈에서도 2경기(1선발) 1승1홀드 6이닝 무실점으로 통합 우승까지 이끌었다. 깜짝 등장한 막내 송명기는 '우승의 복덩이'이자 '행운의 막둥이'였다.
그러나 이후 2시즌 동안 송명기는 부상을 당했고 부진했다. 기대는 실망감으로 바뀌었고 스스로에게 좌절했다. 2021년 24경기 123⅓이닝 8승9패 평균자책점 5.91, 지난해 25경기 107⅔이닝 5승7패 평균자책점 4.51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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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에게 가장 많이 아쉽다. 기대감을 갖고 마운드에 올랐는데 보여주지 못해서 팬들이나 코치님 감독님께 많이 죄송하다"라며 "더 잘하려고 하다 보니까 더 성급해졌다. 잘 안되다 보니 너무 자주 바뀌려고 하는 게 있었다. 1년 동안 루틴이나 폼을 잘 유지하는 게 중요했는데 그것을 유지 못했다는 게 너무 아쉽다"라고 되돌아봤다. 
언제나 고민이 많았고 많은 것을 머릿속에 많은 것을 넣어두려고 했던 그다. '메모광'이라고 불릴 정도로 새로 배운 것, 깨달은 점 등을 휴대전화 메모장에 적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더 잘하기 위해서. 하지만 과유불급이었고 머릿속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원인이 됐다. 현재는 메모를 멈췄다. 오히려 비워내려고 한다.
그는 "요즘은 머리를 많이 비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메모를 하긴 하지만 잠깐 기억하고 쉴 땐 쉬려고 하고 있다"라면서 "서울에서 훈련도 꾸준히 하면서 주말 빼고는 운동 센터에서 운동하고 캐치볼도 하고 있다. 그리고 주말에 시간이 나면 힐링하고 머리를 식히기 위해 여행도 다녀오곤 했다"라고 현재 근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비워낸 만큼 다시 채우고 지난 2년의 부진을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한다. 송명기는 서울에서 훈련을 하다가 오는 15일, 미국 플로리다주 브레든턴에 위치한 IMG 아카데미 트레이닝센터에서 개인 훈련을 위해 떠난다. IMG는 세계 최대 트레이닝센터로 메이저리거들은 물론, 농구, 테니스, 골프 등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이 체계적인 훈련과 지도를 받는 곳이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열리는 스프링캠프 전, 미리 따뜻한 곳에서 몸을 만든다.
나홀로 떠난다. 미국에서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으려고 한다. 그는 "이런 것도 경험이고 혼자서 어떻게든 소통해보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지난해에도 송명기는 미국 개인 훈련을 계획했지만 무산됐다. 그는 "외국으로 나가서 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도 있지만 올해 정말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서 먼저 나가는 것도 있고 빨리 몸을 만들어서 올해는 더 잘하고 팀에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 "외국 선수들도 보면서 운동의 의욕이 생기고 빨리 몸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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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말 홀로서기에 나서야 한다. 송명기가 입단한 뒤 믿고 의지했던 두 명의 멘토가 동시에 팀을 떠났다. 조언도 받았고 쓴소리도 들었던 포수 양의지가 FA 자격을 얻고 친정 두산으로 리턴했다. '선생님' 같은 역할을 했던 드류 루친스키도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계약했다. 
그는 "가장 따르던 두 사람이 떠나서 아쉬운 것 어쩔 수 없다"라고 했다. 양의지는 떠나면서도 송명기를 향한 따뜻한 조언을 잊지 않았다. "정말 함께하는 동안 많이 가르쳐주시고 많이 배웠다. 너무 감사드린다"라면서 "의지 선배님께서 '네 나이대에 잘 하고 있는 거라고, 더 발전할 수 있고 네가 더 잘해줘야 한다고, 내가 항상 조언했던 거 기억하면서 잘 해봐'라는 말씀을 해주셨다"라며 양의지의 마지막 격려를 귀띔했다.
루친스키에게는 아직 연락을 못했다. 그래도 송명기는 "그동안 루친스키의 루틴을 많이 배웠고 루틴을 어떻게 꾸준히 이어나가야 하는지를 많이 얘기해줬다. 어떻게 잘 정립하고 내 몸에 맞게 어떻게 잘 회복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얘기해줬다"라고 루친스키를 향한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이제 성숙해야 할 나이다. 혼자서도 잘 해야 한다"라면서 "그동안 젊은 투수들도 많이 좋아졌다. 경쟁을 하지만 의욕있게 제가 이겨내겠다. 그리고 무조건 풀타임 선발로 규정이닝을 채우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는 "항저우 아시안게임도 꼭 가고 싶다. 팀을 위해서 제가 잘 던지다 보면 욕심이 날 것 같다. 욕심내서 한 번 해보겠다"라고 국가대표의 목표를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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