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미시감의 드라마 [Oh!쎈 초점]
OSEN 최이정 기자
발행 2023.01.05 17: 40

모든 배우들의 재발견을 이룬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작가 김은숙까지. 미시감이 드는 '더 글로리'다.
지난 달 30일 베일을 벗은 넷플릭스 '더 글로리'의 키워드는 단연 새로움이다. 로코(로맨틱코디미)에서 특화된 '말빨'의 고수 김은숙 작가의 어두운 복수극. '김은숙 작가가 이런 것도 쓰다니'란 놀라움과 더불어 김은숙 작가 특유의 말장난이 여전히 살아있어 이색 재미를 안긴다. 
'더 글로리'의 신선함에 송혜교의 지분이 8할이다. 멜로 장르에서 빛을 발하는 사랑스러움의 대명사인 송혜교가 무자비한 학교 폭력(학폭)으로 죽음 문턱까지 갔다가 철저히 복수를 준비하는 한 여성으로 변신한다니, 공개 전부터 기대감과 호기심이 상당했다. 그러다가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때 별반 신통치 않거나 기대 이하일 경우도 많은데 송혜교는 얼마나 이를 갈았고 이런 얼굴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기대 이상이란 반응이 지배적이다.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온 생을 걸어 치밀하고 철저하게 복수를 다짐한 문동은이 된 송혜교는 예쁜 얼굴 아래 존재했던 겹겹의 층을 드러낸다. 무표정이고 고요한 정서인 만큼 디테일한 변화 하나하나가 보는 이를 집중시키는데, 특히 송혜교의 중저음 목소리가 더욱 귓가를 사로잡는다. 그가 이 같은 꿀목소리가 가졌는지 다시금 깨달았다는 반응도 상당하다.
송혜교 뿐만이 아니다. 문동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악역 박연진으로 분한 임지연과 그의 아역을 맡은 신예은은 전작의 캐릭터들을 지워내고 평소 짓는 아름다운 미소마저 싸늘하게 보이는 악몽에 가까운 인상을 남겼다. 동정심을 가질 필요가 하나도 없는 완벽한 악녀를 제대로 연기해 시청자들에게 문동은에 대한 몰입감을 높인다. 착한 남자 매력이 돋보였던 박성훈 역시 저런 비열하고 얄미운 표정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동은의 삶을 파괴한 전재준 역 찰떡으로 소화해냈다.
전작 '멜랑꼴리아'로 숨고르기를 한 이도현은 본인이 가진 포텐을 더욱 터뜨렸다고 할 수 있다. 내면에 깊은 아픔을 가진 문동은의 조력자 주여정으로 분한 이도현은 멜로에 특화된 남다른 눈빛 연기를 '더 글로리'에서 더욱 디테일하게 보여주며 본인의 장점을 제대로 드러낸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180도 변하는 눈빛은 보는 이들에게 소름도 안긴다.
배우 차주영은 학교 폭력의 가해자 집단 중 한 명인 최혜정 역을 맡아 실감 나는 연기를 펼치며 전작의 여운을 벗어냈다. 부자 친구들에게 열등감과 속물 근성으로 가득찬 이기적인 인물 최혜정으로 분한 차주영은 시시각각 변주하는 캐릭터의 감정과 심리를 흡입력 있게 펼쳐내보인다. 그가 친구들에게 모욕을 당하며 눈물을 흘리마자마자 태연하게 SNS에 올릴 사진을 찍는 장면은 압권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많은 대중에 자신의 얼굴을 각인시킨 김히어라는 대형교회 목사의 딸이며 화가인 동시에 마약과 알코올에 중독된 이사라를 연기하며 실제 마약중독자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생생한 연기를 펼친다. 기도와 회개를 반복하는, 가장 이중적인 빌런이자 '쌍욕'으로 점철된 거칠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악역을 실감나게 표현해냈다.
정성일도 빼놓을 수 없다. 드라마 '비밀의 숲2', '우리들의 블루스' 등으로 인기를 모은 정성일은 이 드라마의 큰 수혜자가 될 듯 싶다. 그가 분한 하도영은 언제부터인가 일상에 스며든 문동은으로 인해 아내 박연진의 판도라의 상자를 마주하고 복수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단정하면서도 묘한 분위기와 깊은 눈빛으로 중년의 섹시한 매력을 발산, 문동은과 이른바 '사약케미'를 자아내며 장르물과 멜로 사이에서 보는 사람의 마음을 흔든다.
이 외에도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형 농담꾼으로 글로벌 빌런에 등극한 허동원, 화려한 패턴의 슈트와 올백의 머리, 거침없는 언행 등 불량미가 가득한 혜정의 애인 역을 맡은 이중옥 등이 짧은 순간에도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이 같은 모든 배우들의 새로운 면모는 복수의 빌드업이 이뤄진 1부를 다채롭게 채웠다. 2부에서 이뤄질 캐릭터의 변화도 관심사다. 모든 시청자가 바라는 것은 하나일 것이다. 시원한 복수. 차라리 두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싶은 잔인한 학폭 묘사, 그에 따른 분노 만큼 정당한 복수가 이뤄지길 바라는 바다. 김은숙 작가는 "이들이 언제 누구에게 벌받는지 지켜보는 것이 큰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고 연출을 맡은 안길호 감독은 "이들이 싸워 파멸해가는 과정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파트2는 2023년 3월에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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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배우 소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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