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광풍 속에 한국 드라마 시장의 몸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끝을 모르는 규모의 경쟁 승자는 누가 될까.
한국 드라마가 초호화 제작비를 자랑하는 블록버스터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있다. 배우 이민호, 공효진 주연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가 우주정거장을 배경으로 삼으며 제작비 400억 원의 대작으로 만들어진다. 일찌감치 촬영을 마친 디즈니+ 오리지널 '무빙' 역시 500억 원의 역대급 제작비가 투입된 한국 드라마로 올해 공개된다.
초호화 제작비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양가적이다. 하나는 얼마나 성공해야 수익을 낼 수 있는지 가늠하기도 어려운 금액인 만큼 성공을 담보할 수 있는지 우려 섞인 시선. 동시에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K콘텐츠이지만 '하우스 오브 드래곤' 같은 미국의 블록버스터가 회당 200억 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글로벌 평균 대비 한국 제작비 체급은 여전히 현저히 낮다는 시선도 공존하는 것이다.
실제 한국에서는 여전히 회당 200억이 아니라 드라마 전체 제작비가 200억 원만 돼도 방송사 편성도 장담하기 어렵다. 지난해 신드롬급 인기를 끈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경우 제작 단계에서 총 제작비 150억원 초과설이 돌며 SBS, KBS 등 주요 지상파 방송사 편성에 실패했다. 이들이라고 해서 '우영우'의 성공을 예상 못한 건 아니다. 감당할 돈이 없었을 뿐.
채널 사업자들의 주요 매출 수단인 광고 시장은 경기 침체로 여파로 급감했다. 상황이 어려워지면 광고 마케팅 비용부터 잠그는 기업들 사이 그나마 남은 자금은 OTT, 그 중에서도 업계 1위인 글로벌 OTT 넷플릭스가 승기를 잡은 지 오래다.
이에 국내 OTT도 앓는 소리는 방송과 매한가지다. 실제 티빙과 웨이브 모두 적자 폭이 더 커졌다. 2021년 영업적자는 티빙 762억원, 웨이브 558억원, 왓챠 24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5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를 보면 지난해 OTT 이용률은 72%로 전년 대비 2.5%P 상승했는데 왜일까. OTT 안에서도 경쟁이 치열한 여파이기도 하지만, 높아진 제작비로 인해 이용자들의 구독료가 아무리 늘어도 영업비용의 절반 가량이 콘텐츠 확보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결국 높아진 제작비를 감당하기 위해 제작사들이 찾는 1순위는 역시 업계 1위 넷플릭스다. 이미 '오징어게임'에 300억 원을 투자해 1조원 대 수익을 거뒀다고 알려진 넷플릭스인 데다 높은 제작비로 인한 위험부담도 감수하고 대신에 성공에 대한 보수도 모두 가져가겠다는 전략을 계속해서 고수하고 있기 때문. 심지어 넷플릭스의 지난해 순이익만 5조원대로 추산되고 2인, 4인 공유 계정들의 유료화와 광고 요금제까지 도입해 새로운 수익 방안도 마련해 여전히 전망도 밝다.
넷플릭스가 그대로 OTT 산업의 모델이 되는 만큼 국내 OTT들도 이를 따라해 새로운 동력으로 삼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후발주자라는 점에서 언제나 경쟁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형국이다. 이에 국내에서는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한 국산 OTT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합병을 통해 토종 OTT들이 이용자 규모를 늘려 덩치를 키우고 해외 이용자 확보를 위해 직접 진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이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2일 자료를 내며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등 해외 국부펀드로부터 약 1조 2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것을 언급하며 "이번 투자유치가 개별 업체를 넘어 국내 미디어 생태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보기도 했다.
모두가 앞장서서 콘텐츠 관련 산업의 몸집을 부풀리고 있다. 승자독식 구조가 명확한 이 시장에서 현재의 업계 1위인 넷플릭스가 최후의 생존자로 남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 K콘텐츠를 등에 업은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까. 관건은 얼마나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퍼부어도 그 콘텐츠의 성공은 100% 장담할 수 없다는 것. 결국 수백억원의 제작비를 얼마나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감당하느냐에 달렸다. 규모의 경제 속 치킨 게임의 승자를 가리기 위한 각축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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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키이스트, 디즈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