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없이 보낸 겨울, 후배 숙식 제공하며 훈련한 장민재 "큰돈은 아니지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01.26 11: 20

한화 우완 투수 장민재(33)의 겨울은 늘 류현진(36·토론토)과 함께였다. 한화 시절부터 절친한 선배였던 류현진을 따라 지난 2016년부터 7년간 겨울 비시즌마다 일본 오키나와, 제주도 등에서 훈련 파트너로 계속 호흡을 맞췄다. 
장민재가 추천한 한화 후배 한두 명을 더해 겨울마다 미니 캠프를 치렀고, 훈련 기간에 드는 숙식 비용은 류현진이 전부 책임졌다. 장민재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매년 훈련을 지원해주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현진이형에게 늘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 후 재활 중인 류현진이 이달 초 미국으로 일찍 출국하면서 장민재의 겨울은 예년과 조금 달랐다. 류현진에게 받은 만큼 후배에게 돌려줬다. 11살이나 어린 팀 내 투수 유망주 남지민(22)을 데리고 전남 강진에서 보름간 훈련했다. 이 기간 모든 숙식비를 장민재가 댔다. 

한화 장민재. 2022.09.07 /ksl0919@osen.co.kr

“그래도 내가 선배인데...”라며 멋쩍게 웃은 장민재는 “큰돈은 아니지만 가서 먹고 자고 가끔 사우나하는 비용 정도만 썼다. 지민이가 평소 많은 것을 물어본다. 비시즌에 어떻게 운동하는지 배우고 싶다고 해서 12월 대전에 이어 1월에는 강진에서 같이 훈련했다. 날이 춥긴 했지만 훈련에 큰 문제는 없었다. 야구 말고는 할 게 없어 읍내에 가서 커피 한잔하는 정도였다. 둘이 헝그리 정신으로 좋은 공기 쐬면서 몸 잘 만들고 왔다”고 말했다. 
장민재와 남지민은 지난해 한화 주축 선발이었다. 공은 느려도 안정된 커맨드와 포크볼로 완급 조절하는 장민재는 32경기(126⅔이닝) 7승8패 평균자책점 3.55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고, 남지민도 22경기(89이닝) 2승11패 평균자책점 6.37로 성장통을 겪었지만 최고 153km 강속구를 뿌리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전남 강진에서 훈련한 장민재(오른쪽)와 남지민. /장민재 SNS
장민재는 “내가 제구력 투수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투수라면 일단 제구가 있어야 한다. 지민이는 좋은 것을 많이 갖고 있다. 그 장점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선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캐치볼할 때부터 던지고자 하는 곳에 정확하게 던지는 연습부터 가르쳐줬다”고 말했다. 
한화는 외국인 투수 버치 스미스, 펠릭스 페냐, 토종 1선발 김민우까지 선발 3명은 고정적이지만 남은 4~5선발은 경쟁의 장으로 열어놓았다. 장민재는 유망주 남지민, 문동주, 트레이드와 FA로 각각 합류한 한승혁, 이태양 등과 경쟁해야 한다. 강속구 투수들이 부쩍 많아진 한화에서 장민재는 ‘느린 공 투수’로 자신만의 색깔이 확고하다. 지난해 팀이 어려울 때마다 연패 스토퍼로 나섰고,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의 신임도 두텁다. 
올 시즌을 끝으로 첫 FA 자격도 얻는 장민재는 “항상 그렇지만 내 자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경쟁을 해야 더 스릴 있고, 재미있다. 루즈하게 내 할 것만 하다 보면 긴장감도 떨어지고, 오히려 다칠 위험이 있다. 좋은 선수들이 온 만큼 조금 더 긴장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됐으니 내게도 잘된 일이다”며 “팀 내 빠른 볼 투수들이 많아졌지만 나도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자신 있다. 상대 타자들을 더 분석하고, 어떻게 잡을지 연구하면서 몸을 만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한화 장민재가 캐치볼을 하고 있다. 2022.02.03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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