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100'이 공개 직후 넷플릭스 톱7까지 오르며 OTT로 간 방송사들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
27일 넷플릭스 '피지컬:100'이 글로벌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서 7위를 기록했다. 한국과 싱가포르에서 1위를 차지하고 아시아 국가들에서 상위권을 휩쓴 가운데 미국에서도 7위를 기록하며 거둔 성과다. 지난 24일 1, 2회가 공개된 지 2일 만의 기록이다.
'피지컬:100'은 최고의 몸을 찾기 위해 최강 피지컬을 자부하는 100인의 서바이벌을 그린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종격투기 선수 추성훈, 유튜버 심으뜸 등의 유명인사를 비롯해 겉보기에도 화려한 근육질 몸매의 참가자들이 '최고의 몸'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나이, 성별, 국적, 체급을 따지지 않고 오직 '피지컬' 하나로 승부하는 살풍경이 긴장감을 자아낸다.
흡사 '오징어 게임'을 연상케 하는 박진감 넘치는 서바이벌 '피지컬:100'은 특히 MBC가 루이웍스미디어와 손잡고 오직 넷플릭스에서만 선보이는 프로그램으로 방송가의 이목을 끌고 있다. 자사 채널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방송가의 불문율을 깨고 글로벌 OTT 넷플릭스에 MBC가 콘텐츠 제작자 입장으로 공급에 나선 것이다. 이를 위해 MBC 다큐멘터리 팀 장호기 PD가 기획과 연출을 맡았다.
MBC가 넷플릭스와 협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태호 PD가 재직 중일 당시 노홍철과 비의 로드트립을 그린 '먹보와 털보'를 선보였다. '먹보와 털보'는 이렇다 할 흥행을 거두진 못했으나, 위축되던 지상파 제작 환경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이후 MBC는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피의 게임' 시리즈를 선보였고 이에 이어 SBS가 연애 예능 '잠만 자는 사이'를 역시 웨이브에 선보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 MBC 박성제 사장은 '피지컬:100' 공개 당일 개인 SNS를 통해 "MBC는 이제 지상파 TV가 아니다. 지상파 채널을 소유한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라며 "'피지컬: 100'은 MBC가 OTT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나는 본격적인 도전이며, 올해 내내 같은 도전들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의미를 강조하기도 했다.
넷플릭스를 위시한 글로벌 OTT 위주의 미디어 시장의 흐름을 막을 수 없는 상황. 국내 콘텐츠 시장도 넷플릭스, 디즈니+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은 물론 티빙, 웨이브와 같은 토종 OTT가 강세를 이룬지 오래다. 그 사이 시청 주도권을 내준 방송사들이 쌓아온 제작 역량을 바탕으로 제작사로의 체질 개선을 시도하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실제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은 드라마국, 예능국을 분사하는 등의 행태로 방송 환경의 위기에 대응해왔다. 이는 드라마 시장에서 더욱 먼저 진행돼왔던 터. SBS가 글로벌 드라마 스튜디오 스튜디오S를 설립해 다양한 작품들을 공급하려 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뒤를 이어 이제는 방송사의 예능까지 글로벌 스튜디오로 뻗어나가는 모양새다.
지상파와 OTT의 협업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당장 오늘(27일) MBC 유튜브 채널 M드로메다를 이끌던 황재석 PD는 티빙 오리지널 '만찢남'을 공개한다. 또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맡아 유명해진 배정훈 PD는 '국가 수사 본부'를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으로 선보인다.
이 가운데 '피지컬:100'의 초기 성적이 이목을 끄는 상황. 계속해서 상승세를 견인할 수 있을까. 지상파 채널이 전부가 아닌 채널을 보유한 수준 높은 한국 콘텐츠 제작사로서의 방송사들의 도전이 이어진다. / monamie@osen.co.kr
[사진] MBC, 넷플릭스, 티빙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