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영화가 제작되지 않는 국내에서 ‘영웅’이 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유의미한 성과를 세우게 됐다.
‘영웅’은 지난 27일 300만 1048명(영진위 제공)을 동원하며 쉽지 않아보였던 300만 고지를 넘어섰다. 어제(28일)까지 ‘영웅’의 누적 관객수는 302만 9465명이다. 지난달 21일 극장 개봉해 한 달 넘게 박스오피스 10위권 내 안착하고 있다.
‘영웅’(감독 윤제균, 배급 CJ ENM, 제작 JK필름, 공동제작 에이콤・CJ ENM)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정성화 분)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 영화.
뮤지컬영화가 대중적 인기 장르로 자리잡은 미국 할리우드와 달리, 우리나라는 뮤지컬영화가 흥행하기 어려운 불모지다. 그러나 윤제균 감독은 동명의 뮤지컬 ‘영웅’을 보고, 언젠가는 뮤지컬영화를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를 불태웠고 결국 스크린에 옮겨냈다.
도전정신을 발휘한 윤제균 감독이 데뷔 후 처음으로 뮤지컬영화 연출에 나선 것인데 자신이 잘하는 액션, 코믹, 드라마 장르에만 국한하지 않고 실험정신을 발휘했다. 누구나 가보지 않았던 길에, 새로운 분야에, 도전장을 내미는 일은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다. 성공 여하를 떠나 일단 시도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칭찬받을 뜻깊은 일이다.
무엇보다 ‘영웅’은 후시녹음이 아닌 현장 라이브 녹음을 70% 이상 살려 뮤지컬영화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후시녹음이 깔끔하게 입혀지면 영화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손을 댄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사실 보는 이들이 극적인 감동을 고스란히 느끼기는 어렵다.
이에 ‘영웅’ 팀은 시간과 비용이 몇 배로 뛰는 현장 라이브 녹음을 강행해 극적인 감정을 끌어올렸다. ‘장부가’를 무려 13번의 테이크를 거친 정성화를 시작으로 나문희와 김고은도 이미 촬영을 마친 장면들의 재촬영을 거듭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됐지만 감독과 배우들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마음이 통한 셈이다.
뮤지컬배우로서 인정받은 정성화와 함께 김고은, 박진주 등의 예상 밖 가창력을 즐길 수 있는 넘버는 압권이었다.
‘영웅’ 속 일부 캐릭터와 어색한 추격신이 존재해 아쉬움도 크지만 “세계 시장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해야겠다”는 윤제균 감독의 의지가 빛을 발했다. 강박과 부담감이 컸을텐데 이를 이겨내고 배우들과 완성한 결과물이 관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영웅’은 국내 뮤지컬영화의 척박한 땅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꽤나 훌륭하다.
때로 이견이 생기기도 했겠지만 같은 목표를 향해 모두가 만족할 만한 새로운 방안을 찾아냈다는 것이 국내 첫 뮤지컬영화 ‘영웅’의 호평 비결이다. ‘영웅’은 윤제균 감독과 정성화, 김고은, 나문희, 박진주 등 배우들이 불모지를 개척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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