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로’ 남규홍 PD의 최대 업적은 옥순 캐릭터의 탄생이다. 하지만 ‘나는 솔로’ 외의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옥순 돌려막기를 하는 모양새다. 곰탕처럼 쭉쭉 우려먹는 '옥순 앓이'에 시청자들이 씁쓸한 입맛을 다시고 있다.
1일 오후 서울시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 위치한 촌장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ENA 예능 프로그램 ‘효자촌’ 10회 꽃구경 편 사전 시사회가 진행됐다. 시사회 하루 전 급히 마련된 자리인데 제작진으로서는 야심차게 내놓은 ‘효자촌’의 반응이 미지근하자 게릴라 시사회라는 초강수를 뒀다.
당일 공지한 대로 이 자리에는 ’나는 솔로‘ 출연자인 7기 옥순, 10기 옥순, 8기 영수가 참석해 의아함을 자아냈다. 심지어 4기 영숙, 2기 영자까지 깜짝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효자촌’ 출연자인 양준혁, 장우혁, 윤기원, 유재환 등이 아닌 ‘나는 솔로’ 일반인 출연자들의 등장에 물음표가 따라붙는 건 당연지사였다.
이 자리에서 남규홍 PD는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 '나는 솔로'도 1, 2기에서 끝났으면 없었을 거다. 저는 항상 프로그램이 인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효자촌’이 돌도 못 지나고 유아기에서 끝나진 않았으면 좋겠다. 1년 이상 가면 다양한 변수가 나오지 않겠나”라며 프로그램에 대한 넘치는 애정을 과시했다.
‘나는 솔로’ 출연자들을 초대한 이유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피드백을 반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솔로’ 출연자들은 이 환경을 아니까, 사랑이 아닌 효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다"라는 말로 대신했다. ‘효자촌'과 관련 없는 그들을 부른 이유를 에둘러 설명한 셈.
하지만 누리꾼들의 반응은 ‘효자촌’이 아닌 옥순에게 쏠렸다. 10기 옥순은 현재 ‘돌싱글즈3’ 출신인 유현철과 공개 연애 중인 상황. 프로그램을 뛰어넘어 새 사랑을 찾은 그에게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터라 취재진 역시 관련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효자촌'에 대한 이야기보다 옥순의 새 남친 자랑 기사를 누리꾼들은 자연스럽게 클릭했다.
남규홍 PD의 ‘옥순 사랑’은 비단 10기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정신과 의사 광수를 사이에 두고 영숙과 불꽃 튀는 삼각관계를 그렸던 9기 옥순은 남규홍 PD의 ‘나솔사계’ 진행까지 맡는 파격 행보를 걸었다. 비록 광수는 영숙에게 빼앗겼지만 일반인 출연자의 MC 데뷔라는 타이틀을 걸고 야심차게 시청자들을 만났다.
그러나 이 역시도 절반의 성공이었다. ‘나솔사계’는 ‘나는 솔로’ 일반인 출연자들의 방송 이후 일상과 새로운 사랑 이야기를 담았는데 갈수록 화제성을 잃었다. 화제의 출연자들을 돌려막기 했으니 시청자들에겐 흥미가 떨어지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 MC로 나선 옥순 역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은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럼에도 남규홍 PD의 ‘옥순 사랑’은 여전하다. 현재 전파를 타고 있는 ‘나는 솔로’ 12기 모태솔로 특집에서도 분량의 대다수는 옥순의 차지다. 물론 그가 광수, 영수, 영철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분량이 집중될 수밖에 없겠지만 제작진의 화제성 몰아주기는 점차 시청자들을 등돌리게 만들고 있다.
‘나는 솔로’는 4기부터 이어진 인기와 화제성을 꾸준히 유지하며 9기와 10기에 들어 포텐을 터뜨렸다. 하지만 어딘가 뒷심이 부족한 요즘이다. ‘효자촌’마저 기대 이하의 성적이라 남규홍 PD로서는 옥순 이외의 또 다른 히든 카드를 만들 때다. ‘효자촌’에 옥순을 부를 일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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