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적 김은숙이야"..사춘기 딸 디스가 '더 글로리' 만들었다 [Oh!쎈 초점]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23.02.11 15: 10

'요즘 거기에 볼 거 없다'라는 말을 쏙 들어가게 한 작품, 올해 상반기 최고 기대작에 꼽힌 작품, 각종 유행어와 명장면을 탄생시킨 작품, 바로 넷플릭스의 '더 글로리'다. 공개되기 전에는 이렇게 대박날 줄 몰랐지만, 파트2 오픈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선 작은 떡밥이라도 하나씩 풀릴 때마다 화제성이 대단하다. 파트2 티저 예고편은 하루 만에 조회수 200만을 육박했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 문동은(송혜교 분)이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청불 시리즈다. '파리의 연인', '시크릿 가든', '상속자들', '도깨비', '태양의 후예', '미스터 션샤인'까지 스타작가 김은숙의 첫 OTT 진출작이자, 절친 송혜교와 6년 만에 재회했다.
복수극 '더 글로리'의 출발점은 어디일까? 실제로 고등학생 딸을 키우는 김은숙 작가의 현실에서부터 시작됐다. 

김은숙 작가는 지난해 제작발표회에서 "고2가 되는 딸내미의 학부형인데, 학교 폭력이라는 소재는 늘 가까운 화두였고, 그날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며 "항상 내 걱정은 '나 때문에 우리 딸이 불필요한 관심을 받지 않을까? 다른 오해로 번지지 않을까?' 싶었다. 그때 딸내미가 한마디로 정리했다. '엄마 언제적 김은숙이야?'라고 하더라. 첫 번째 충격이었다"고 밝혀 웃음을 안겼다.
이어 "딸이 '근데 엄마는 내가 죽도록 때리면 가슴 아플 것 같아? 죽도록 맞고 오면 가슴 아플것 같아?'라고 물었다. 그 질문이 두 번째 충격이었다. 너무 지옥이었다"며 "그 짧은 순간에 많은 이야기들이 확 펼쳐졌고, '아 엄마 작업실 좀..' 하고 컴퓨터를 켰다. 그러면서 시작된 이야기가 '더 글로리'였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김은숙 작가는 '더 글로리'를 쓰게 된 이유를 비롯해 사춘기 딸의 '엄마 디스'까지 한 번에 와르르 쏟아냈다. 
이제와서 보니 딸의 "언제적 김은숙이냐"는 디스 발언조차도 '더 글로리'의 공개를 앞두고 나온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억대 원고료를 찍는 스타작가 김은숙이기에 가능한 농담이자 셀프디스였다. 
사실 김은숙 작가는 2020년 6월 종영된 SBS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로 자존심이 큰 상처를 받았던 상황. 이민호와 김고은이 주연으로 나섰지만, 첫 방송이 최고 시청률이 되는 굴욕을 맛봤다.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천하의 김은숙이라도 백마 탄 왕자와 신데렐라 스토리 이제 안 통한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파리의 연인' '시크릿가든' '태양의 후예' 등 시청률과 반비례하는 졸속 엔딩은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런 김은숙 작가가 마치 온 몸의 DNA를 바꾼 것처럼, 절치부심한 끝에 차갑고 진한 장르물 '더 글로리'로 돌아왔으니, 기대 반, 우려 반이었던 것. 그러나 공개 이후에는 일말의 우려까지 호평으로 바꾸며 넷플릭스 효자로 거듭났다.
지난달 넷플릭스 톱10에 따르면 드라마 '더 글로리'는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TV 쇼 비영어 부문 1위에 올랐다. 한국을 비롯해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8개국에서 넷플릭스 1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등 북남미는 물론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까지 포함해 총 62개 국가의 넷플릭스에서 TOP10에 올라 섰다. 전 세계 누적 시청 시간도 1억 시간을 돌파, 1월 첫째 주에만 8248만 시청 시간을 기록했다. 
오는 3월 10일 '더 글로리' 파트2가 공개된다. 김은숙 작가가 이번에는 어떤 핏빛 복수극으로 글로벌 시청자들을 열광케 할지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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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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