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 공격만 생각, 수비는 등한시”…38세 천재 유격수의 일침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02.14 12: 00

두산의 ‘포스트 김재호 찾기 프로젝트’에 김재호(38)도 동참을 결정했다. 지난 2년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주전 경쟁에 뛰어들어 올해만큼은 후계자를 반드시 발굴하겠다는 각오다. 
최근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김재호는 “두산은 확실한 주전 유격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라며 베어스 유격수의 미래를 걱정했다. 3년 25억 원 FA 계약의 마지막 해를 앞둔 가운데 아직 자신을 대체할 주전 자원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재호가 올해 부활과 함께 현역을 연장하면 걱정을 덜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2023시즌 어떻게든 포스트 김재호를 찾고 두산 내야를 떠나야 한다. 
김재호는 “누군가는 올해 주전 유격수가 돼야 한다. 그래야 팀이 안정된다. 특히 센터라인은 팀 전력의 핵심이다. 센터라인이 강해져야 팀도 강해진다”라며 “안타깝게도 두산 유격수는 작년 가장 실책이 많았던 포지션이다. 그렇기에 이승엽 감독님께서 내가 주전 경쟁을 통해 후배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를 바라시는 것 같다”라고 두산 내야의 현실을 짚었다. 

두산 김재호 / 두산 베어스 제공

한때 두산 하면 수비, 수비 하면 두산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특히 내야진의 경우 천재 유격수 김재호를 필두로 오재원, 오재일, 허경민 등 국가대표 야수가 대거 포진해 물샐틈없는 짠물 수비를 선보였다. 두산은 왕조의 서막을 연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팀 최소 실책 3위 안에 들었는데 그 가운데 2016, 2018, 2019년은 10개 구단 중 가장 적은 실책을 기록했다. 
작년 두산 수비는 두산답지 못했다. 2021년 89개(3위)였던 팀 실책이 117개로 급증하며 이 부문 5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김재호는 “두산 수비는 항상 상위권에 있었는데 지난해 처음 하위권으로 내려왔다. 수비력이 많이 부족하다”라고 탄식하며 “후배들이 공격만 생각하고 수비는 등한시하는 느낌이다. 과거 내가 주장을 맡았을 때는 수비 훈련을 예민하게 접근했다. 못하면 그 자리에서 피드백을 줬다”라고 쓴소리를 날렸다. 
두산 주전 유격수 후보 안재석(앞줄 좌)과 이유찬(우) / 두산 베어스 제공
김재호는 2004년 두산 1차 지명으로 프로에 입단해 2014년이 돼서야 주전 유격수 타이틀을 얻었다. 그가 인고의 시간 끝 주전이 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끊임없는 연습이었다. 두산 조성환 수비코치는 “과연 젊은 내야수들이 김재호만큼 펑고를 받아봤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재호는 “나는 그 동안 수비만큼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두산 유격수는 김재호’라는 평가에 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했고, 책임감도 가졌다”라며 “후배들도 마찬가지다. 수비 훈련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임했으면 한다. 실책했을 때 ‘다음에 잘하면 되지’가 아닌 연습부터 실전과 같이 임할 필요가 있다. 많은 경험을 쌓아야 주전 유격수가 될 수 있다”라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계약 마지막 해를 앞둔 김재호는 초심으로 돌아가 후계자로 꼽히는 안재석, 이유찬 등과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칠 생각이다. 현역 연장에 대한 욕심과 더불어 베테랑으로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며 후배들의 성장을 돕겠다는 계획이다.
김재호는 “올해는 운동을 미리 해서 컨디션이 빨리 올라왔는데 앞으로 이걸 잘 유지해야 한다”라며 “결국 연습경기, 시범경기를 통해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가 주전 유격수를 맡게 된다. 나 또한 후배들을 제치고 주전이 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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